하청업자인 린다 리디가 고객의 집 회벽을 수리하고 있다.
‘비 제인’의 공동창립자인 에덴 재린과 하이디 베이커.
독신여성 주택 개조 ‘내 손으로’
교사인 캐서린 레이놀즈(38)는 바느질도 하고 요리도 하지만 부엌을 송두리째 뜯어내고 벽도 부수며 패티오도 새로 올린다. 어려운 일도 있긴 하지만 대단한 일도 아니라고 레이놀즈는 말하는데 현재 4번째 집을 개조중인 레이놀즈를 비롯한 많은 여성들이 연장 벨트를 허리에 차고, 전기톱을 윙윙거리면서 온갖 집수리 프로젝트에 정면대응하고 있다. 남자들이 게으름뱅이여서가 아니라 집안에 남자가 아예 존재하지를 않기 때문이다. 전국 리얼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 미국에서 팔린 주택의 21%인 176만채는 독신 여성이 사들였다. 이는 10년 전의 14%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인데 독신 남성이 지난해에 산 주택은 9%에 불과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독신 여성은 모기지 융자를 얻기도 어려웠던 것을 생각하면 주목할만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추세는 ‘홈 디포’‘에이스 하드웨어’ ‘로우스’ 같은 큰 회사나 조그만 창업회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여자들만을 위한 주택 개조 웍샵, 남자보다 작은 여자 손에 들어맞는 연장 같은 것을 내세워 여성들의 구매력을 타진 중인데 한 업계 단체 통계에 따르면 여성들은 홈 임프루브먼트 제품 매출의 40% 이상을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자에게 맡기면 너무 비싸고 속 터져
부억 뜯고 마루 깔고 “힘들지만 할만하네”
주택개조용품 매출 여성점유율 절반 육박
관련창업 러시·기존업계도 공략 가속
레이놀즈만 해도 1996년에 처음 덴버에 집을 샀을 때 갖고 있던 연장은 플라이어와 스크루드라이버, 할아버지가 쓰시던 망치가 전부였다. 그 집은 바닥과 창, 카운터탑 등 표면만 교체했지만 덴버에 13만2,000달러 주고 두번째 산 집은 벽도 뜯어내고, 마루 바닥도 새로 깔았으며 부엌도 몽땅 바꿨다. 그 집을 내 놓은지 이틀반 만에 21만달러에 팔고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이사온 레이놀즈는 이제 아무 집이든 사서 마음대로 고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그런 여자들은 레이놀즈 말고도 상당히 많다. 볼티모어에 사는 알레그라 베넷은 15년 전 이혼과 함께 주택개조에 뛰어 들었다. 남편이 이사 나가고 나니까 자신의 결혼처럼 집도 무너져 내렸다. 집수리에는 문외한이었지만 그저 얼굴을 보여주기만 하고 75달러를 내라는 핸디맨을 참을 수가 없어서 스스로 나서게 됐다.
요즘은 ‘레노베이팅 워먼’이라는 자기 손으로 집을 고치는 여자들을 위한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베넷은 최근 깜짝 놀랐다. 지난 4월 잡지사 주최로 연 첫 여성을 위한 주택개조 웍샵 참가자를160명쯤으로 예상했는데 300명이나 나타났던 것. 그저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던 후원업체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참석한 여성들은 진짜로 변기를 새로 놓고, 수도꼭지를 바꾸는 방법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2005년에 주택개조용 제품 매출을 2150억달러까지 올려놓은, 자기 손으로 집을 고치는 사람들은 물론 대부분이 남자들이다. 주택 개조용품 매출은 올해 5% 증가가 기대되고 있는데 현재 나와있는 최신 성별 통계를 살펴보면 2003년에 여성들의 이 시장 점유율은 43%에 달했다.
자가 주택개조 열풍을 일으킨 것은 1980년대에 PBS 텔리비전에서 방송된 ‘디스 올드 하우스’였다. 남자들을 겨냥해 제작된 이 프로그램을 함께 본 여성들은 이어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가 자기 집의 이미지를 어떻게 바꿔 놓는지를 목도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하드웨어 상점 점원들은 여성 고객을 진지하게 상대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소리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바로 그런 부족한 점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엿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에덴 재린과 하이디 베이커가 바로 그런 사람으로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 여자들에게 주택 개조에 필요한 모든 일을 손수하라고 장려하는 미디어 회사 ‘비 제인’을 차렸다. “그건 아주머니가 못하십니다. 사람을 써야지요”라는 말을 듣기에 신물이 나서였다.
‘비 제인’은 성장하고 있다. 웹사이트 www.bejane.com을 운영하면서 여성 주택 소유주들을 위한 잡지 기사, 비디오, 인터랙티브 CD와 기타 상품들을 생산해 내는 이 회사의 2004년도 매출은 단 1만2,000달러였지만 올해는 300만~4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린다 리디는 작은 손에 맞도록 디자인된 연장 일체를 내놓았지만 경쟁이 강화되면서 큰 시장 진출에 애를 먹고 있다. 업계의 큰손들도 뒤질세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모어스빌에 본부가 있는 주택개조제품 소매업체 ‘로우스’는 여성 주택소유주의 95%는 스스로 집수리를 하려 한다는 연구 결과에 자극 받아 매장을 밝게 꾸미고 선반 높이를 낮췄다. ‘에이스 하드웨어’사는 자사 여성고객이 쓰는 돈이 남성 고객에 비해 평균 2배나 많다는 통계가 나온 뒤 지난 2월, ‘엘리먼츠 오브 스타일’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대형 체인들은 여성 고객 서비스에 관한 한 아직도 멀었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많다. ‘홈디포’에 불만이 많은 섀논 터커(46)는 애틀랜타의 콘도를 한번에 하나씩 개조하면서 점점 자신이 생겨 부엌의 카운터 탑을 바꾸고, 타일을 깔고 개수대 위로 창까지 냈는데 자기가 직접 했기 때문에 비용을 7,000달러나 절약했다. 아울러 이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터커 같은 사람의 이야기에 자극 받아 재린과 베이커는 ‘비 제인의 홈 임파워먼트 가이드’란 책도 썼다. 벽을 부수면서 여성들은 이제까지 자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다른 일에 대해서도 자문하기 시작한다고 재린은 말했다.
린다 리디는 여자 손에 꼭 맞는 연장들도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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