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신문이 잘 나온다고 한들 독자의 손에 늦게 도착해서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올해로 미주판 창간 37주년을 맞는 본보는 그래서 보다 빠른 배달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같은 노력의 하나가 바로 남가주의 유수 언론사인 LA타임스 및 데일리 뉴스와의 공동 배달제. 넓은 지역에 그물처럼 직배망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 신문사의 보급 네트웍을 통해 이제 본보가 독자들의 집을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에는 미처 본보 직접 배달망이 미치지 않았던 지역이 대거 직배지역으로 편입되는 등 본보의 배달 서비스는 질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빨라진 배달 현장을 찾아 봤다.
LA타임스·데일리뉴스 와 제휴… 외곽지역도 ‘그물 배급망’ 구축
LA 다운타운 동쪽, 알라메다와 8가에 있는 본보 공장(2017 East 8th St.). 자정이 넘은 시간임에도 환한 불빛과 함께 사람들의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묵직한 윤전기 소리와 함께 신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신문 보급창구 앞에는 여러 사람이 대기하고 있다. 이들이 세워놓은 자동차도 픽업트럭부터 미니밴, 승용차까지 각양각색. 배급 순서는 이미 정해져 있다. 먼 곳에 가는 차량부터 신문을 싣고 떠나기 시작한다. 제시간에 모든 지역 가정에 신문이 배달되게 하기 위함이다. ‘한 시간 빠른 배달’을 자랑하는 한국일보의 배급망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데일리 뉴스는 한국일보를 싣고
오전 12시45분. 30여분 기다려 신문을 받은 B씨가 차를 출발시킨다. “오늘은 제 시간에 출발하는 편이죠. 혹 신문이 늦으면 한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때도 있어요.” 첫 목적지는 데일리 뉴스 버뱅크 보급소, 오전 2시30분까지 신문을 가져다주기로 계약이 되어 있지만 보통 1시30분 안에는 가져다주고 있다.
“새벽에는 경찰이 많아서 과속하다가는 스피드 티켓을 끊기 십상이죠. 때문에 촉박하더라도 되도록 규정속도를 준수하는 편이지요.” 버뱅크 보급소에 도착한 그는 커다란 문 앞에 가져온 신문들을 내려놓는다.
신문이 쌓이자 흑인 아이가 나와 신문을 안으로 들여놓기 시작한다. 문안에는 15명 안팎의 사람들이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다. 다름 아닌 데일리뉴스 버뱅크 지역 보급소 직원들이다. 한국일보를 이 시간에 가져다주면 이들은 다시 이를 분류, 집 앞까지의 배달을 담당한다.
“작년만 해도 내가 직접 집 앞까지 배달했어요. 난 부수가 다른 사람보다 적은 편이라 내 일 끝나면 글렌데일쪽 일을 도와주기도 했지만 힘들고 비효율적이었지요.” 데일리 뉴스를 통한 배달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현재 한국일보는 버뱅크 지역 이외에도 글렌데일 카마리요 시미밸리 등 LA 북쪽 많은 지역에서 데일리 뉴스 배급망을 통해 독자들에게 신문을 전달하고 있다.
△LA타임스와 전략적 제휴
“3년만에 똥차가 다 됐어요.” 어바인으로 향하는 A씨는 출발하기 전 농을 건넨다. 매일 무거운 신문을 싣고 장거리를 달리니 차 손상이 심하다는 소리다. 실제 그의 픽업트럭에는 뒷바퀴가 주저앉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신문이 가득 실려 있다. 먼 길 뒷바퀴에 실리는 하중이 부담스러운지 짐칸에 실려 있던 일부 신문을 좌석으로 옮기자 길을 재촉한다.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어바인의 한 신문보급소. 이곳은 다름 아닌 LA타임스의 어바인 지역 신문배달을 담당하는 보급소다. LA 북부는 데일리 뉴스 배급망을 통해 신문배달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바인 등 남부지역은 LA타임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배급망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이 같은 공동배급망 구축은 작지만 큰 의미를 갖는다. 이미 배급망을 구축해 놓은 미 주류신문의 배급망을 통해 독자들에게 신문을 전달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배달이 가능해졌다. 공장에서 독자의 문 앞까지 배달시간이 단축됨은 물론 보다 효율적인 배달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인 집중지역은 직접 배달로.
새벽 3시가 가까워오는 시각 이번에는 오렌지카운티 한국일보 지국에 공장으로부터 내려온 차가 도착한다. 한인이 집중적으로 살고 있는 오렌지카운티 지역은 한국일보에서 독자의 집까지 직접 배달을 한다. 오렌지카운티뿐 아니라 LA 한인타운도 마찬가지다.
반면 아직 이런 직배망이 미치지 않는 곳도 있다. LA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극소수의 한인이 살아 한국일보의 보급이 많지 않은 지역들이 그렇다. 이들의 경우 현재 우편을 통해 배달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이런 지역의 경우도 아침 우체국 마감시간 전 발송을 통해 당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동준 기자>
LA타임스 어바인 보급소에서 한국일보와 LA타임스를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서준영 기자>
새벽 3시가 넘은 시각 오렌지카운티에서 본보 배달원이 아파트에 신문배달을 하고 있다. <서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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