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주필>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을 휩쓸고 있는 한류바람이 미국에서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백인등 외국인들은 지금 한국의 드라마를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맨하탄의 어퍼 웨스트에 살고 있는 매니 타보니스씨(Manny Tabones.43)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타보니스씨는 필리핀계 미국인이다. 유엔 직원으로 뉴욕에서 살았던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 뉴욕에서 자랐다. 초등학교를 뉴욕에서 다녔고 필리핀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그리고 대학은 뉴욕에서 다녔다. 지금은 맨하탄 업타운에 있는 한 비영리단체의 인사 분야에서 일하는 샐러리맨
이다.
그가 한국 드라마에 빠지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고 한다. 9년 전쯤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발견한 것이 WMBC에서 방송 중이던 한국드라마 ‘첫 사랑’이었다. 배용준, 최지우, 박상원 등이 출연한 이 드라마를 보고 그는 한국 드라마에 반해버렸다고 한다. 그 ‘첫 사랑’이 그에
게 한국 드라마를 사랑하게 된 ‘첫 사랑’이었다는 것이다.
그 후부터 그는 한국 드라마를 계속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한국문화와 드라마에 관한 자료도 모으기 시작했다. 한국 드라마에 관한 웹사이트를 발견하고는 그 웹사이트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사귀게 되었고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드라마에 대한 토론도 하
게 되었다. 이런 대화를 계속하다가 2003년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테레사 랜디스씨(여)의 주도로 한국 드라마 애호가들의 모임인 ‘코리안 드라마 클럽’을 창설했다.
코리안 드라마 클럽에는 전세계에 500여명, 미국에만 400여명의 회원이 있고 뉴욕, 뉴저지, 펜실베니아 지역에만 250명 이상의 회원이 있다고 타보니스씨는 말한다. 인종적 배경도 다양한데 캘리포니아쪽에는 아시안 계통의 회원이 많고 동부지역에는 주로 백인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dish network를 신청하거나 DVD를 사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www.koreandramas.net를 통해 다른 회원들과 토론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요즘은 ‘별난 여자, 별난 남자’를 보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이 코리안 드라마 클럽의 회원들은 온라인 상에서만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오프라인에서 만나 한국음식을 들면서 우정을 쌓고 드라마를 화제로 즐거움을 나눈다고 한다.
뉴욕과 인근지역에 사는 회원들이 지난 해에는 맨하탄의 우촌식당에서 만났는데 이 자리에 30여명이나 참석하여 한국문화와 TV 드라마로 화제의 꽃을 피웠다는 것이다. 올해는 오는 4월 29일 뉴저지의 Mt. Laurel 에 있는 서울한양식당에서 만난다고 타보니스씨는 기대에 차 있다.
뉴욕의 한국문화원에서도 이 코리안 드라마 클럽에 많은 관심을 보여 그는 우진영 문화원장 등 관계자들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는 것이다.그에게 한국 드라마가 왜 좋으냐고 물었더니 “무조건 좋다”고 했다. 스토리가 아름답고 드라마에 담긴 가치관이 좋고 배우도 좋다는 것이다. 그가 본 드라마는 첫 사랑, 파랑새, 용의 눈물, 겨울연가, 해신, 슬픔이여 안녕 등 15편 정도라고 한다. 이밖에 Korean Film Festival 에 참가하고 한국식당에서 비빔밥을 즐긴단다. 그는 맨하탄 32가 한인타운을 지나다가 한국서점의 유리창에 진열된 한국 드라마 DVD를 보는 순간 전율할 만큼 좋아하기도 했다.
타보니스씨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다가 이제는 한국문화와 드라마 전문가가 다 되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한국 드라마를 권하는 드라마 전도사가 되었다. 그는 요즘 한국 드라마에 대한 자료를 모아서 연구 분석하여 보고서를 만들고 있는 중인데 이 보고서가 완성되면 회원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한다.그는 한국 드라마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기 위해서는 지금 일부 드라마에만 넣는 영어 자막을 모든 드라마에 넣어주어야 하고 인터넷으로 비디오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지금은 방송국의 웹사이트에 한국 드라마가 한국어로 소개되고 있는데 영어로 소개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리고 TV各?瑛鉗 토론방을 마련하고 드라마 DVD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게 한다면 드라마 인구가 급증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풀타임으로 직장일을 하는 그는 집에 돌아오면 TV를 볼 시간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런 시간에 한국 드라마를 보니 다른 프로그램은 거의 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TV를 제대로 보지 못할 뿐 아니라 필리핀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인도 아닌 그가 미
국에 살면서 한국문화 속에서 한국인처럼 살고 있는 셈이다.
아직 한국을 방문해 보지 못했고 인천공항을 잠깐 경유한 적 밖에 없었다는 타보니스씨는 다른 한국 드라마 팬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을 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 간다면 무엇보다도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한류의 근원지를 찾아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이제 미국
에도 한류 열풍이 휩쓸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이 한류가 세계인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한국은 물론 해외에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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