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자금 전달 장소 ‘이번에도 주차장’
김동훈씨 돈세탁 능력 고려…41억 중 22억은 수표로 건네
현대ㆍ기아차 그룹 비자금 사건에서도 로비자금이 주차장에서 건네졌다. 대기업들이 ‘검은 돈’ 전달 장소로 주차장을 애용한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13일 구속된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가 현대차 그룹에서 받은 41억6,000만원 가운데 현금 대부분은 현대차 본사와 안건회계법인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전해졌다. 로비자금으로는 특이하게 22억8,000만원이 수표로 건네졌으나 검찰은 김씨가 금융 전문가라는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측에서 김씨가 자체적으로 돈세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주차장 거래’는 역사가 깊다. 2003~2004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시발점이 됐던 SK는 100억원을 불투명 비닐 쇼핑백 100개에 1억원씩 나눠 담은 뒤 5차례에 걸쳐 최돈웅 전 한나라당 의원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날랐다. 롯데와 대한항공이 각각 10억원, 20억원을 한나라당에 전달할 때도 롯데호텔과 KAL빌딩 지하 주차장에서 ‘접선’이 이뤄졌다. 다만 SK와 다른 게 있다면 쇼핑백 대신 5억원씩 들어가는 여행용 가방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주차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받는 쪽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수표나 채권, 계좌이체보다 ‘꼬리표’가 붙지 않는 1만원권 현금을 원한다. 대신 부피가 커진다. 남의 시선을 피해 동선(動線)을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 때문에 차에서 꺼내 곧바로 다른 차에 옮겨 실을 수 있는 주차장이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옮겨 싣는 것도 걱정스러워 고안한 방법이 이른바 ‘차떼기’다. 2002년 대선 직전 LG는 150억원을 화물탑차에, 현대차는 100억원을 승합차에 실은 후 차를 통째로 넘겨줬다. 둘 다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 주차장에서였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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