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따뜻한 마음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운다는 김난영씨가 13일 한 지체장애 회원의 머리를 손질해주고 있다. <서준영 기자>
장애인들 찾아 8년째 사랑의 가위질
샬롬 장애인센터 김난영씨
8가와 웨스트모어랜드에 위치한 샬롬장애인센터를 통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새 힘을 얻는 장애인들에게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모세 목사와 재정을 책임지는 후원단체, 개인 후원자, 그리고 자원봉사자 등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매주 목요일 오후 5시면 어김없이 가위 하나를 들고 나타나는 김난영(49)씨도 그들 중 한 명. 이민 오기 전 미장원을 운영했던 김씨는 사실 장애인은커녕 꼬마 손님이 미장원을 더럽히는 것조차 싫어할 정도로 가리는 게 많았었다. 그러던 김씨가 1999년부터 시작해 벌써 8년째 장애인들의 스타일을 챙기며 그들의 친구가 된 데는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조카의 영향이 컸다. 김씨는 “결혼 후 1992년 미국에 이민 와 자녀들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장애 아들을 둔 여동생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며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미국에 조카를 데려오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 돼 내가 살고 있는 LA의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15년이나 미용업계에 종사했던 김씨는 사실 미국에 온 뒤 새로운 삶을 찾아 가위를 놓았었는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다시 그 지겨운 가위를 잡았다.
지금도 일반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한국에서는 돈을 벌려는 욕심으로 일을 하니까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었는데,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하니 더욱 정성을 들이게 되고 피곤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발달장애인들의 머리를 손질할 때는 가끔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돼 머리를 너무 짧게 다듬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면 “짧은 스타일이 더 멋지다”고 웃어넘기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5시부터 7시까지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목요일 저녁 당번은 늘 13살 짜리 딸이다. “아무런 불평을 안 하는 가족들이 있었기에 8년 동안 꾸준히 봉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김씨는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 이니까 내세울 건 하나도 없다”며 수줍게 웃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장애인의 머리손질을 책임지고 싶다는 김씨도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 올해부터 짧은 스타일의 머리를 자를 때면 돋보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샬롬선교회에 더 많은 장애인들이 찾아와 자신에게 머리손질을 부탁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의헌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