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싱에 거주하는 이 상(53)씨는 요즘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살고 있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그는 마약의 늪에 빠져 거의 폐인이다시피 막바지 인생길을 걷고 있던 사람이다. 그러나 요행히 그는 지난 93년도 마약치료기관인 ‘피닉스 하우스(phoenix house)에 들어가 그 곳에서 1년 동안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이제는 그 무시무시한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나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피닉스 하우스는 얼마나 규율이 혹독한지 웬만한 인내심 없이는 끝까지 그 과정을 수료하기가 어려운 곳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마약중독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며칠만 지나면 다 도주해버리고 두번 다시 들어오지 않으려고 한다. 이곳을 통해 그는 마약에서 완전히 해방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씨는 마약중독자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오로지 눈만 뜨면 마약을 할 생각으로 온갖 나쁜 짓을 다한, 그야말로 버려진 인생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그가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마약에서 손을 떼야겠다는 굳은 의지와 각오의 결과였다.
그는 어느 한인중독자도 끝까지 이 프로그램을 해내지 못하고 도망쳐 나오는 일종의 지옥과 같은 과정을 마지막까지 참아내고 수료한 유일한 한인이다. 지난 30년간 무수한 한인 마약자들이 이곳을 다녀갔지만 한 주를 채 넘기지 못하고 모두 도중하차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씨는 모든 유혹을 마다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영예의 졸업장을 받은 것이다.
이 결과는 그야말로 하늘이 그에게 내려준 축복이었다. 졸업 후 그가 세상에 나오니 그 때서야 정말 모든 것이 아름답고 다 새롭게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을 다시 한 번 멋지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인생의 참 살맛과 환희를 느끼게 되더라는 것. 마약으로 이씨가 인생의 마지막 벼랑까지 가게 된 것은 단지 한 모금의 마약을 흡입한 것이 원인이었다.
미국에 이민와 형제들과 같이 하던 수퍼마켓이 3년 만에 망하면서 그동안 이씨 부부가 임금 한 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손을 털게 되자 이씨는 한동안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것이 미국에서 마약에 다시 손을 대게 댄 요인이었다고 한다. 이씨에 따르면 그는 이미 고향인 지리산에서 마약재배를 하며 일찍이 마약을 흡입하면서 마약 장사를 하던, 어찌 보면 그의 인생은 거의 마약으로 점철된 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83년도 미국에 이민와서는 한국에서처럼 달고 살았던 마약에 일체 손을 대지 않았다. 열심히 살다 보니 마약에 손댈 틈도 없었다. 그러나 가게가 망하고 퀸즈 엘름허스트로 이사오면서 부터 이씨는 다시 마약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한 마디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정신적인 충격이 커 그냥 중얼 중얼 거리며 하루 종일 방안을 빙빙 돌아 다녔다. “내가 왜 이렇지, 이렇지?” 하면서 “아, 내가 정신착란증인가, 좌절에서 오는 깊은 우울증이 아닌가” 생각하며 자리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이사 하자마자 거의 한 달 동안 인생의 좌절감과 패배감에 허우적거릴 때 그는 길에서 한 마약 장사의 유혹에 빠진다. 그걸 사서 한 모금 피웠더니 모든 우울증이 한 순간에 다 사라지고 오히려 제 정신이 돌아오더라는 것이다. “야, 세상에 이렇게 좋은 약이 있을까” 그 골치 아픈 스트레스가 한 순간에 싹 없어지니 정말 너무나 좋더라고 한다.
그래서 자꾸 괴로웠던 옛날 생각이 나게 되면 또 하게 되고, 마음속에 있는 원한이나 증오, 미움, 배신, 그리고 슬픔 같은 것이 일면 또 하게 되고, 하다 보니 가속이 붙어 87년도부터는 아예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5~8달러어치만 해도 만족이 되었다. 그러나 단 1주 후부터는 그것만으로는 만족이 안 되어서 점차 20달러어치부터 500달러 어치까지 단위가 올라갔다.그가 한국에서부터 했던 것은 다행히 중독이 심하게 되지 않는 크랙(crack)이었다. 그는 당시 코케인과 헤로인, 합성마약 바지꼬라는 신종 마약까지 다 해 봤다. 마약을 먹고 나면 사실 모든 스트레스가 일순간에 없어져 순간적으로 그렇게 편할 수가 없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또 더하게 되더라고.
그는 이 마약을 하기 위해 부지런히 일을 했다. 그러나 어떤 직장이든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당시 그가 하던 일은 세탁소의 프레스다. 그는 이곳 저곳 직장을 옮겨가며 프레스를 해서 번 주급으로 몽땅 마약을 구입했다. 한 마디로 마약을 사기 위해 일을 한 것이다. 이 사실을 가족들이 알았으나 어떻게 해볼 재간이 없었다. 그저 늘 생각만 끊겠지, 끊겠지 하고 이씨 스스로도 입으로는 항상 끊는다고 말했는데 그건 모두 거짓말이었다. 오히려 갈수록 태산이었다.
마약을 시작한지 2년이 지나고 부터는 거의 일을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부터는 자기도 모르게 몸이 허약해지고 그러면서 세상이 점점 싫어지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물론 가족들까지 싫어졌다. 그리고 오직 마약만 찾았다. 그러면서도 가족들한테는 끊임없이 끊는다는 말을 하며 온갖 거짓말로 돈을 타내서는 마약을 사고 또 샀다. 그렇게 되니 전 가족이 이씨 때문에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돼버렸다. 그런데도 이씨는 집에 있는 물건이란 물건은 다 꺼내가 팔아서 마약을 구입했다.
그래도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그리고는 모두들 떠나버려 이씨는 결국 혼자 남았다. 이때부터 그는 중독자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마약을 하기 위해 도둑질, 강도질을 마다하지 않았다. 어느 때는 남의 집 차고를 따고 들어가 드라이버로 차문을 열고 차속에 놓아둔 귀중품이나 현금을 털었다. 그걸로 몽땅 마약을 구입해 모텔로 가서 다른 마약자들과 함께 먹으면서 생활했다.
그러다 보니 아내로부터 이혼까지 당했다. 그때 이씨는 “야, 내 인생 이제 다 끝났구나” 생각했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이씨는 이제 정말 마약을 끊어야 겠구나 생각했다. 그때 상담기관을 통해서 마약 치료 전담 한인전문의 서창삼 박사를 만났다. 그것이 살 길이었다.
이씨가 아는 바로는 한인 마약 중독자들의 수가 현재 5,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 중에 설사 이 기관에 들어오는 중독자가 있더라도 모든 것이 생소해 견디지를 못하고 달아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오갈 데가 없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씨 경우 이제 마약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도 구역질만 날 정도로 마약에서 완전히 해방됐다. 그런 이씨를 보는 서 박사의 마음도 대단히 흐뭇하고 보람되고 자랑스러워 한다고 한다. 이씨는 지금 아내와 다시 재회를 해서 살고 있는데 프로그램을 마쳤을 때는 아내가 받아들여주지 않아 갈 곳이 없었다. 그러나 여러 차례 간곡한 호소 끝에 아내는 결국 그의 변화됨을 보고 받아들였다.
지금은 하나뿐인 외아들도 기뻐하고 게다가 이씨가 돈도 열심히 벌어 아내에게 갖다 주고 하니 가정이 행복해지면서 모든 것이 평안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이씨는 신혼 때보다 더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이 다시 보이고 그러다 보니 자기 인생이 모두 덤으로 사는 기분이라며 활짝 웃어 보인다. 그의 인생은 이제 어두움이 걷히고 오로지 밝고 희망찬 날들만 기다리고 있다.
이제부터 그의 바램은 한인 중독자들을 위한 자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일에는 교회도 적극 참여해야 할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씨가 한인 마약자를 돕기 위해 현재 만나고 있는 한인 부모만도 4명이나 된다. 이들의 한결같은 호소는 “제발 내 아들을 고쳐주시오!”라고 한다. 이씨는 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무슨 수가 나도 한인사회에 자체 마약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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