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와 인근지역 주민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리노이의 엑셀론 핵발전소들 가운데 세 곳에서 수년간 방사능 누출사건이 발생했다는 미확인 소식에 잠을 설치고 있다. 방사능 물질인 트리튬이 누출됐다는 점만으로도 사람들은 소름이 끼친다. 엑셀론 핵발전소 가운데 한 곳에서는 최근 알람이 울렸다. 하지만 이는 기계 상 문제로 인한 오작동이었다. 그래도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어찌 됐든 미국의 핵발전소에서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핵규제위원회(NRC)가 조사에 들어갔다. 결론은 핵 방사능 누출은 우려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주민들을 달랬다. 그러나 주민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만을 머리에 떠올렸다. NRC의 주장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방사능 누출에 대한 우려를 소개했다.
10년간 핵발전소 3곳서 방사능 물질 트리튬 새
알람 오작동으로 한바탕 소동도, 15년 만에 처음
파이프 등 노후시설… 회사·정부 안전 불감증 문제
에너지난 해소 위해 신설 강조불구 안전조치 미진
주민들의 우려는 시기적으로 묘한 여운을 남긴다. 부시 행정부가 에너지난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에 핵발전소 건설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물론 부시 행정부가 핵발전소 건설을 통해 에너지난을 완전 해소할 정도로 대량 신설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중동 사태 등으로 에너지난이 미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공산이 커지고 국민들의 주름살이 깊어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중동 산유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방안이다. 에너지난을 일부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996년부터 방사능이 조금씩 새어나왔다는 주장이 알려지면서 더욱 그러하다. 정부가 도대체 감독을 어떻게 했길 래 이제야 이러한 얘기가 흘러나오는가 하고 의아해 하고 있다. 정부의 감독능력을 믿을 수 없다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일리노이 출신 하원의원 제리 웰러는 진상규명을 외쳤다. 라살 카운티 원자력 발전소의 경보장치 문제점 등을 따져 물었다. NRC가 마침내 조사에 착수했다. 일리노이에 있는 엑셀론 핵발전소 6개와 전국에 있는 엑셀론 원자로 11개를 정밀 검사했다. 엑셀론은 시카고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연 수익이 150억 달러, 소비자가 500만 명을 넘는다.
웰러 의원의 지역구는 엑셀론 핵발전소 3곳을 커버한다. 지난달 노후한 파이프에서 방사능이 누출됐다는 얘기에 펄쩍뛰었다. 지난해 6월 교체했어야 하는 데 방치했다고 비난했다.
더 큰 문제는 지난 10년간 8번의 개스와 액체 누출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엑셀론과 정부 관계자들이 쉬쉬했다는 것이다.
1998년 브레이드우드의 발전소에서 유출사고가 있었다. 약 300만갤런의 액체가 새나갔다. 그리고 8년간 땅속에 스민 채 있다. 물론 많은 양은 아니지만 원자력 발전소에서 유출된 액체인 만큼 우려 소지는 다분하다. 주민들은 이러한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발전소 근처의 물에 트리튬이 있을지 모른다는 한 직원의 지적에 알려지게 됐다.
엑셀론은 발전소 주위를 정밀검사한 뒤 만일에 있을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엑셀론 대변인 크레이그 네스빗은 “땅 위를 걷기만 해도 노출될 정도의 방사능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네스빗은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해 철저한 조사를 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하지만 핵전문가인 데이빗 로크바움은 “엑셀론이 사고를 정확하게 제 때 발표하지 않은 데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일은 즉각적으로 발표되고 후속조치가 마련되어도 시원치 않을 일인데 장기간 발표가 지연된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연방정부에도 문제가 있다. 에너지난 해소를 위해 핵발전소 건설에만 신경을 썼지 정작 그 안전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규정을 마련하고 집행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다.
NRC도 그 동안 예산삭감으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나마 9.11 테러사건 이후 안보차원에서 300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돼 안전에 대한 대비가 강화될 전망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주민들의 근심이 수증기처럼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엑셀론에 신뢰를 두지 않는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을 믿지 못한다. 과거 행적이 그랬고 이러한 행동은 미래에도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핵 문제는 한 번 잘못되면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는 일이니 주민들의 우려가 ‘기우’는 아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