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고속차선’과 ‘일반차선’ 등으로 속도에 따라 차등화 할 경우 후발주자들의 경쟁력 약화와 일반 소비자들의 인터넷 사용제한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올리언즈에서 열린 검색엔진 마케팅 현장.
광역인터넷 공급자가 서비스를 상향조정한 뒤 인터넷 검색엔진들에게 추가비용을 요구할 경우 인터넷 시장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통신 및 케이블회사들 ‘고속 차선’‘일반 차선’ 차등화
AT&T “한국보다 50배 느려…속도 상향 위해 불가피”
인터넷 웹사이트는 무제한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거의 대다수가 수시로 열람이 가능하게 돼 있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이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접속의 편의성이다. 손을 조금만 움직이면 엄청난 정보에 손쉽게 접할 수 있고 궁금증을 풀어갈 수 있으니 얼마나 유익한 시스템인가. 그런데 과연 이러한 ‘정보의 보고’를 어느 순간 마음대로 들락거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까? 출입을 할 수 이는 있더라도 속도가 너무 느려 짜증이 나거나 혈압이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인터넷이 회사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어찌되나? 비행기 탑승객과 마찬가지로 1등석과 3등석으로 분류해 배치하는 시스템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일정한 요금을 지불하는 회사에게는 1등석을 제공해 이 회사의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정보를 빨리 검색할 수 있게 하고, 그렇지 않은 회사의 내뇽을 일반인들의 검색이 불편하게 만들면 어떻게 될까?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이를 보도했다.
자금력 든든한 구글, AOL 등의 웹서비스 걱정 없지만
후발주자들은 ‘일반 차선’서 게걸음 하다 경쟁력 상실
네티즌들, ‘정보의 바다’ 인터넷의 본래의미 퇴색 우려
인터넷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메일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버전인 ‘인스턴트 메시지’는 여러 명이 동시에 서로에게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다. 검색엔진은 학생 뿐 아니라 직장인, 가정주부 등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준다. 고맙기 그지없다. 개인 홈페이지인 ‘블로그’는 누구나 인터넷에 ‘자신의 집’을 지을 수 있게 한다. 과거엔 할머니에게 사진을 보내려면 우편을 이용했지만 이젠 인터넷을 이용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연주회나 드라마 등도 인터넷으로 시시각각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인터넷은 지구상 인간사를 모두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은 풍요로움 그 자체가 됐다. 자그마한 동네 서점이나 아마존 닷 컴과 같은 거대한 온라인 서점이나 일반인이 손쉽게 접속할 수 있다는 점에선 다를 바 없다. 뉴스위크의 웹사이트나 개인 홈페이지인 블로그의 접속은 동일하다. 거대한 기업의 웹사이트라고 해서 접근하기가 더 쉽고 힘없는 업소나 일반인의 웹사이트라고 해서 접속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서히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고속 인터넷을 공급하는 통신 및 케이블 회사들이 인터넷의 중립성, 즉 모든 내용을 평등하게 대우하고 후발업체들에게도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마당이 제공돼야 한다는 중립성을 포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AOL, 구글, CBS와 같은 대형 회사들에게 추가 요금을 내는 조건으로 인터넷 ‘고속 차선’을 제공하고, 가난하거나 신생 회사들에겐 ‘일반 차선’을 제공하는 차등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인터넷 서비스가 일본이나 한국보다 비싸고 질적으로도 한참 떨어진다. 이들은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보다 약 50배가 빠르면서 우리가 지불하는 케이블이나 DSL 서비스 요금보다 싸다. 미국회사들도 인터넷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AT&T 측은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만일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그에 합당하는 요금이 지불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서비스 향상에 대해 응분의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질을 확 떨어뜨리진 않겠다고 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인터넷 속도가 느려질 공산이 있다. 속도가 생명인 인터넷 세계에서 이러한 문제는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 광역 인터넷 공급자들은 ‘오픈 인터넷’을 지지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고화질의 동영상 등을 서비스할 때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추가 요금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인터넷 차등화를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스탠포드대 법대 로렌스 레시그 교수는 “이는 인터넷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구글이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계속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없게 되거나 구글이 고속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추가로 광역 인터넷 공급자들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 진입하려는 후발주자들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우려다. 비용문제로 인해 경쟁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구글도 AT&T와 같은 광역 네트웍 공급자에게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인터넷 서비스의 질을 돈에 따라 차등화 하는 개념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 광역 인터넷 공급자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고속 차선’과 ‘일반 차선’으로 나누는 일을 중단시킬 수 있는 방안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민주당의 론 외이든 상원의원은 “내용이 같으면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업계의 막강한 로비를 감안할 때 결과는 단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 서비스에서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회사마다 광역 인터넷 공급자에게 지불하는 돈의 과다에 따라 서비스의 질을 현저하게 달라진다면 일반 사용자들은 엄청난 불편을 겪게 될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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