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미 CIA 특수부대장 역의 빌리 제인.
‘늑대들의 계곡:이라크’
‘악한 미국’표현 반미감정 편승
터키군 특수부대 요원들이 이라크에 침투, 전우들을 치욕적으로 모독한 미군에 보복전을 펼치는 터키 영화 ‘늑대들의 계곡: 이라크’(Valley of the Wolves: Iraq)가 터키와 유럽 국가의 터키인들 집단거주 지역에서 빅히트를 하고 있다고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가 최근 보도했다.
이 영화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후 회교 국가에서 점증하고 있는 반미감정에 편승해 이렇게 히트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2명의 악질 미국인들로 할리웃에서 잘 알려진 배우 빌리 제인과 게리 뷰시가 나온다는 점.
영화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2003년 7월4일 미군이 이라크 북부의 한 지역에 있는 동맹군인 터키군의 비밀작전 본부를 점령해 11명의 터키 특수요원들을 터키로 추방했었다. 당시 터키군은 쿠르드족 고위관리를 암살하기 위한 비밀작전을 준비중이었다. 미군들은 터키군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머리에 두건을 씌워 터키로 추방했는데 이 사건은 지금도 터키인들에 의해 치욕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 특수부대요원 암살에 나선 터키군 특수부대원역의 네카티 사스마즈.
영화는 ‘두건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에 참여했던 터키군 장교가 자기 친구인 특수요원 폴라트(터키의 빅스타 네카티 사스마즈)에게 편지를 쓴 뒤 권총자살을 하면서 폴라트가 일단의 동료들과 함께 미국에 보복전을 시도한다는 내용이다.
이라크로 침투한 폴라트의 목표는 호전적인 기독교 신자로 CIA의 비밀작전 부대장 샘(빌리 제인). 샘이 이끄는 부대는 현지 주민의 결혼식장에 침입해 죄 없는 사람들을 사살하고 생존자들을 악명 높은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로 끌고 간다.
폴라트 일행은 결혼식에서 남편을 잃고 살아남은 레일라와 함께 미 특수부대 요원들을 암살하며 복수를 감행하고 마지막 장면은 밤의 마을에서 일어나는 미군 대 폴라트 일행간의 치열한 총격전으로 장식된다.
제인 외의 또 다른 미국인 배우인 뷰시는 여기서 아부 그라이브에서 일하는 사이코 유대계 미국인 의사로 나온다. 그는 재소자들의 장기를 런던, 뉴욕 및 텔아비브 등지에 팔아먹는 악질로 나온다.
터키 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인 1,000만달러가 투입된 이 영화는 지난 2월3일 터키에서 개봉돼 역시 터키 영화사상 최고의 개봉 주말관객을 동원하면서 2월 말까지 총 350만명이 관람했는데 최종적으로 600만명이 관람할 것으로 터키 영화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 영화는 터키뿐 아니라 터키를 제외하고는 터키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독일에서도 빅히트를 하고 있다. 독일의 총 관람객 수는 지난 2월 말 현재 26만5,000명으로 이 영화는 지난 2월9일 개봉 이후 2월 말 현재 흥행 탑10 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화는 현재 독일 외에도 스위스, 홀랜드, 영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및 프랑스 등지에 상영되고 있다.
‘터키판 램보’라 불리는 이 영화가 독일에서 빅히트를 하면서 독일의 우파 정치인들과 유대인들은 영화가 서양세계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점증시킨다며 상영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들고 일어섰다. 이런 아우성 때문에 독일에서 최다 스크린을 소유하고 있는 시네막스는 개봉 2주만에 상영을 끝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몰고 온 반미감정은 터키가 올 후반기에 만들 영화 ‘금속 폭풍’(Metal Storm)으로 한층 더 뜨거워질 것 갔다고 버라이어티는 말했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전으로 만들 이 영화는 미군이 이라크로부터 터키를 기습 공격, 터키군을 궤멸하자 이에 반격하는 터키군 특수부대 요원의 활약을 다루고 있다. 터키의 특수부대 요원이 워싱턴 DC에서 핵폭탄을 터뜨리면서 세계를 미국의 악의 손길에서 구해낸다는 내용이라고. 두 영화가 과연 미국에도 수입돼 상영될지 궁금하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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