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은 진화론의 창시자다. 과학계에서 인간과 지구의 역사를 설명하는 가장 소중한 잣대로 여겨지고 있는 진화론을 만들어낸 장본인인 만큼 존경을 받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한 인물’ ‘위험한 이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종교계에서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화론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진화론 자체가 ‘지구를 창조한 전지전능한 절대자의 손을 부정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진화론을 금지옥엽으로 삼으면 삼을수록 창조론의 영역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 그래서 근본주의적인 종교관을 주창하는 사람들일수록 진화론에 앨러지 반응을 보인다.
“다윈의 진화론은 신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다”
전국 성직자 1만여 명 ‘진화 일요일’ 캠페인 동참
진화는 사실, 마음 닫으면 과학적 무지 드러내는 것
‘초월적 현상’보다 ‘진화’에서 신의 존재 또렷이 확인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이 학교의 과학 교과서를 독식하는데 불만을 토로한다. 창조론도 진화론과 나란히 같은 비중으로 언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나온 것이 소위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이다. 절대자가 오묘한 진리와 능력으로 지구를 창조하고 인간과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게 그 골자이다. 아무튼 창조론과 지적 설계론은 상호 대척점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실제 그런 측면이 다분하다. 그러나 여기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뉴욕타임스가 이들의 움직임을 보도했다.
창조론과 지적 설계론이 서로 상치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진화론이 절대자의 ‘지적 설계’에 대치되는 이론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독특한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성직자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들 목사들은 지적 설계론을 앞세워 창조론을 폄훼하려는 움직임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윈의 탄생 197주년을 맞아 최근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교회에서 일제히 창조론을 옹호하는 듯한 설교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과학과 신앙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많은 기독교인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북애틀랜타의 부촌에 위치한 아담한 세인트 던스탠 감독파 교회의 패트리샤 탬플턴 목사는 85명의 신도들에게 설교했다. “신앙이 그 믿음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여러분의 마음을 닫을 것을 요구한다면 그 신앙은 더 이상 신앙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론이나 현상에 대해서도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일리노이 에반스톤의 아파트 건물지하에 마련된 에반스톤 메노나이트 처치의 미첼 브라운 목사는 교회 신도 21명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다. “다윈의 진화론은 우리들로 하여금 신앙을 갖도록 도왔다. 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초월적인 현상을 기대하는 것은 참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다윈은 종교가 성장하고 진정한 믿음이 되도록 했다. 지구상에 형성된 공동체는 바로 우리가 신을 알게 되는 곳이다”고 덧붙였다. 생명의 공동체를 바로 보게 되는 것은 진화론의 도움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화론을 제대로 보자는 이 캠페인은 위스콘신 학자와 종교 지도자들에 의해 불을 댕겼다. ‘클러지 레터 프로젝트’(Clergy Letter Project)가 그 효시다. 이 것이 발전해 ‘진화 선데이’(Evolution Sunday)로 자리매김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위스콘신 오시코시 대학의 마이클 지머만 교수는 1만여 성직자가 동참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서명한 성명서는 “진화론은 근본적인 과학적 사실이 담겨 있으므로 이를 거부하는 것은 과학적 무지를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것일 뿐 아니라 후손들에게 이러한 무지를 전수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성명서는 이어 “신은 인간에게 비판적 사고를 허락했으므로 이러한 은총을 우리가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다면 창조주의 의지를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 서명 목사들이 관장하는 교회는 신도 수가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줄었다. 대신 진화론에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기독교 원리주의와 복음주의파들의 세력은 지속 성장을 구가했다. 미국 기독교계에서는 여전히 지적 설계론과 진화론을 평행선을 달리는 두 축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임을 반증한다.
목사의 설교를 들은 한 컴퓨터 엔지니어 신도(41)는 진화론을 이해하고 마음을 열 필요가 있다는 목사의 주장에 공감했다. “이렇게 열린 설교를 들기 위해 교회에 오는 것이다. 진화론은 종교가 아니라 사실이다. 진화론을 하나의 이론으로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 예를 들어 항생제를 보자. 만일 항생제를 적절히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항생제가 좋다고 남용하면 박테리아도 내성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것이 바로 진화이다. 진화는 사실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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