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가 식품업에 뛰어든 1988년에 식품 소매업계는 ‘크로거’‘세이프웨이’‘앨벗슨스’ 같은 자리잡힌 이름들이 수십년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십여개의 그로서리 체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최대의 식품상은 소매시장의 16%를 점유하고 있는 월마트이고, 그 매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월마트 스토어스 Inc.’가 15년전 장난감 시장에 전력투구하기로 한 결정도 같은 결과를 낳았다. 장난감을 처음으로 할인점 방식으로 판매해 업계의 리더가 된 ‘토이저러스’의 매출을 1998년부터 앞지른 월마트는 현재 미국 장난감 시장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식품이나 장난감만이 아니다. 월마트가 진출한 타 업계 뿐만 아니라 연방의원들과 연방 규제기관들도 현재 어려운 문제에 봉착해있다. 월마트가 법조항의 허점을 이용해 은행업에 진출, 은행업마저 다른 소비자 제품 및 서비스 업계들처럼 뒤흔들리도록 허용할 것인가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로서리·장난감 진출 이어
FDIC 가입신청 여론 들끓어
은행업계·소비자단체들은
“경제·일자리등 악영향” 반대
청문회까지 요구 귀추 주목
월마트가 풀서비스 뱅크가 아니라 제한된 목적의 반쪽 은행을 원한다고 해도 전국의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또 오랫동안 월마트를 비판해온 노조, 소비자단체 및 일부 의원들도 월마트는 이미 너무 커서 미국 경제에 어마어마한 힘을 행사하고 있으며 때로 근로자 임금 및 국내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월마트를 비롯한 10여개 비금융회사가 미국의 230년 역사 내내 지켜져온 일반 회사들과 풀서비스 소매은행간 상호 소유 금지 조항의 제한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다. 금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상업과 금융업을 섞어 놓으면 힘이 불공평하게 몰려 크레딧 배분을 놓고 갈등이 빚어질 것이며 만일 은행과 그 부속회사들이 망해서 연방저축보험공사가 책임을 져야할 경우 납세자들에게 부담을 준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이 금지조항을 없애려는 업계의 노력을 분쇄하는데 앞장서온 짐 리치 하원의원(공화, 아이오와)는 이는 미국 경제의 본질이 달린 문제라면서 만일 미국 최대의 소매회사와 하이텍회사, 미국 최대의 은행이 하나가 되어 힘이 집중된다면 미국의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마트는 은행에서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보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식품과 장난감에서 그랬듯 월마트는 고객들에게 더 나은 것을 찾아 움직이고 있을 뿐이라고 뉴욕에서 소매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하워드 다비도위츠는 말한다.
월마트는 유타에 ILC(Industrial Loan Corporation)를 열기에 앞서 주정부의 설립허가를 얻기 위해 요구되는 연방저축보험 가입을 신청해 놓고 있다. 연방의회는 1999년에 금융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해제시켜 은행, 주식중개 및 보험회사들이 서로의 영역에 진출할 수 있게 한 법을 통과시킬 때 월마트 같은 비금융회사가 특수은행인 세이빙스 앤드 론은 소유하지 못하도록 했으나 ILC가 갖는 허점은 간과했다.
현재 ILC 설립을 허가하는 주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등 몇개 뿐이지만 대부분은 유타다. ILC는 1984년 이후 61개가 설립됐으나 거의 절반이 1999년 이후에 생긴 것이고 현재 월마트를 포함한 6개가 신청중에 있다. ILC의 이점은 그 소유주가 미국 은행을 감독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ILC는 주당국의 감독을 받으며 연방차원에서는 모든 은행의 보험을 들어주면서 일부 주 은행들을 규제해온 FDIC가 감독한다.
현재 설립된 ILC의 대부분은 ‘메릴 린치’‘골드만 삭스 그룹’‘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같은 금융회사가 주인이다. 이들은 정규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됐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은행 지주회사가 되니까 의무적으로 연방당국의 규제를 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지주회사의 손실에 대비해 일정액의 현금을 보유하도록 요구하는 연방정부의 손길을 피해 ‘BMW 노스 아메리카’‘볼보’‘토요다’등 10여개 회사가 ILC로 자동차를 사는 사람에게 융자를 제공한다. ILC에 대해서는 수년간 논란이 있어 왔지만 월마트의 FDIC 신청 이후 대중적 관심이 모이고 있다. 월마트의 규모도 그 이유중 하나지만 월마트의 채용 및 가격정책 또한 문제이다. 그동안 노조와 직원들이 제기한 소송이 수십건이고 주의회 의원들도 이 회사가 저임금에 건강보험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또 가격을 싸게 해서 업계를 지배하는 방식은 소비자들이 물건값을 지불할 때는 좋을 지 모르지만 수많은 소규모 기업들을 문닫게 했고 더 값싼 노동시장을 찾아 일자리를 해외로 유출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는 소리가 거세다.
월마트가 신청서를 낸 뒤 FDIC에는 무려 1,500여통의 코멘트가 날아들었다. 월마트가 은행도 갖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대부분의 은행 및 은행로비단체는 반대하고 있다. 연방하원에서는 36명이 우려의 편지를 보냈고 그중 25명과 3명의 상원의원은 FDIC에 결정을 내리기 전에 청문회를 열라고 요구했다.
그러는 와중에 FDIC는 월마트의 경쟁업체인 ‘타겟’이 18개월전 유타주에 ILC를 설립하려고 낸 신청은 허가해줬다. ‘타겟’은 그를 이용해 스몰 비지니스 고객들에게 크레딧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월마트는 ‘타겟’의 예를 들면서 연방의회에 라이벌 업체에만 은행을 갖게 해주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로비하고 있다.
월마트는 2003년만 해도 월마트 매장 안에 지점을 열려는 은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직접 은행을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입장을 바꿨다. FD IC신청서에서 유타에 설립할 은행은 제한된 목적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연간 25억건에 달하는 크레딧 및 데빗카드 거래를 처리하면서 중간역할을 하는 은행을 제거할 경우 엄청난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목표쯤은 월마트가 마음대로 바꿀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단 월마트가 진출하면 은행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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