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향후 4년간 수학 및 과학 AP(Advanced Placement) 클래스와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클래스 교사 7만 명을 증원해 교사를 현재의 3배로 증가시키고 저소득층 학생들이 대학 학점으로 인정되는 이들 과목을 고교 재학 중 이수할 수 있도록 해 대학 학비를 줄이는 방안을 밝혔으나 그 현실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다.
8학년 수학교사 60% 전공 않거나 자격시험 통과 안 해
실력 있는 교사 충원에 정부차원의 강력 드라이브 시급
댈러스 프로그램, AP교사에 매년 보너스 2,000달러
시험통과 학생 당 100달러 추가 “가르치는 게 신난다”
AP 클래스 듣는 학생 증가 불구 부유층에 집중 ‘문제’
무엇보다, 이들 교사를 어떻게 충원할지에 대해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존의 수학 및 과학 교사를 재교육시키는 방안에 대해 언급했을 뿐이다. 국립과학아카데미의 최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 전국 8학년의 약 60%가 수학을 전공하지 않거나 자격시험에 통과하지 않은 교사로부터 수학을 배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 평균치의 3배나 되는 수준이다.
마가렛 스펠링스 교육부장관은 “AP클래스는 교사들로 하여금 어려운 과목을 가르치도록 함으로써 교사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수준 높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최근 수년간 AP과목을 듣는 고교생들의 수가 부쩍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고무적인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유층 자녀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이 있다.
스펠링스 장관은 버지니아의 맥린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예로 들어, “이 학교는 21개의 AP과목을 개설하고 있어 학생들이 다채롭게 공부할 수 있는 반면, 워싱턴 DC 도심에 있는 한 고교에는 4개의 AP클래스뿐이다”고 했다. 저소득층 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고교에서는 AP과목을 다양하게 선택에서 공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IB 클래스도 AP와 마찬가지로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을 해주는 강도 높은 강좌이다. 게다가 IB 클래스를 이수하면 특별 이수증서도 받는다. 부시의 교육개혁 프로그램은 댈러스에서 실시된 이니셔티브를 원용한 것이다. 댈러스의 이니셔티브는 학생들로 하여금 수학, 과학 및 영어 AP클래스를 가능한 적극적으로 많이 수강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이들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이 AP시험에 통과한 비율이 전국평균보다 4배나 높았다.
이 이니셔티브의 근거는 돈이다. AP 클래스를 가르치는 교사에겐 연간 2,000달러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또 AP시험에 통과한 학생 수에 따라 1인당 100달러의 추가 보너스를 받는다. 그리고 AP시험응시료는 학교 측이 지불하고 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에게도 소액장학금의 형태로 과목 당 100달러씩을 준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이러한 인센티브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이니셔티브의 핵심은 인센티브다. 만일 인센티브가 없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었을 것이다. 댈러스 프로그램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오도넬 재단의 피터 오도넬은 “교사들이 인센티브에 자극 받아 학생들을 AP클래스에 유치하려고 활발하게 뛰었고 열심히 가르쳤다”고 했다.
오도넬이 멤버로 있는 국립과학아카데미 보고서는 섬뜩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만일 정부차원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없다면 미국 학생들의 수학 과학 실력이 중국,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과의 격차를 줄이게 돼 상대적인 경쟁력을 점점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인도와 중국은 수학과 과학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저임금을 활용한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일례로 2004년에 미국에서 화학공장 110개가 문을 닫거나 폐쇄를 계획했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에 건설 중인 화학공장 120여개 가운데 미국에는 단 한 개뿐이고 중국에는 50개가 있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하다. 그래서 국립과학아카데미는 대학에서 수학, 과학을 전공하고 공립학교에서 5년간 교사를 하는 학생들에게 4년간 장학금으로 최고 8만달러를 지원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부시 행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대신 부시는 3만여 수학자와 과학자들로 하여금 지역 공립학교 임시 교사로 활동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국립과학아카데미의 로이 바게로스 박사는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수학자와 과학자의 전문지식을 고교에 흡수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대통령의 계획은 피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계획이 어떻게 운용될지, 연방정부에 어느 정도의 재정 부담을 안겨줄지, 주정부와 지역정부의 역할분담은 어떻게 구획 정리될지 등에 대해 너무 모호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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