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밤 9시 좀 넘어 111경찰서로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한인 밀집 지역 벨블러바드의 어느 술집 앞에서 “한 사람이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는데 마약을 한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전화였다. 이같은 신고는 단순 취객을 오해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경찰관들은 재빨리 방탄조끼를 입고 순찰차에 올랐다. 순찰차는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며 현장으로 출동했다. 111경찰서 소속 브라이언 라이멘 경위, 피터 최, 임성환 보조 경찰관들이 관할인 베이사이드, 리틀넥, 프레시메도우 등 한인 밀집 지역을 2일 밤 9시부터 자정까지 계속한 순찰 상황을 뉴욕한국일보 홍재호, 윤재호 기자가 동승 취재했다.
▲밤 9시30분
술집과 식당이 밀집해 있는 베이사이드 벨블러바드의 한 유흥가. 순찰차에 올라탄 순간부터 경찰관들은 무전기로 인근에 있는 도보 순찰 경찰관과 계속 연락을 취했다. 출동한지 얼마안돼 인근에서 도보 순찰을 하고 있던 경찰관이 신고대상자는 술에 취한 것으로 판단, 본인의 핸드폰으로 가족에게 연락했다는 보고를 해왔다. 순찰차에 탄 경찰관들은 차 속도를 줄이고 본부에 다음 순찰지를 요구했다.
“최근 베이사이드 지역에 한인 술집들이 많이 들어서고 그와 더불어 그리스 바와 미국 나이트 클럽 등이 성행, 지역 주민들로부터 취객들에 대한 불평 신고가 많이 접수된다. 일부 주민들은 경찰들이 빨리 출동토록 하기 위해 마약을 한 사람으로 보인다는 신고를 한다”고 11년 경력의 브라이언 라이멘 경위는 웃으며 말했다.
▲밤 10시
“차량 부품 절도 사건이 발생하는 우범 지역에 사고 예방 전단지 유포. 인근 지역 순찰 바람.” 무전기를 통해 새로운 순찰 명령이 전달되자 순찰 경찰관들은 방향을 틀어 목적지로 향했다.
순찰 명령 지역은 최근 자동차 헤드라이트 도난사건<본보 1월28일자 A3면>이 연속적으로 발
생한 베이사이드 212가 42애비뉴와 195가 50애비뉴 선상 주택가.
주택가에 도착했을 때 주위는 행인 하나 없이 조용했다.
“이런 지역에서 자동차 부품 절도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행인이 적고 무엇보다 개인 파킹장
이 없어 거리에 주차를 하기 때문”이라며 피터 최 보조 경찰관은 범죄 예방 전단지를 들고 순
찰차에서 내렸다.
“전단지를 돌리는 것은 주민들에게 예방법을 알려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범인들에게
이 지역을 순찰차들이 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밤 10시20분
“퀸즈보로 커뮤니티 대학 도서관이 끝날 시간이므로 학교 입구 버스 정거장으로 이동 요망.”
두 지역에서 전단지 100여장을 돌린 경찰관들은 새로운 무전 지시에 따라 퀸즈보로 커뮤니티대
도서관 입구에 도착했다. “이 지역에서 특별히 범죄가 발생하기 때문에 순찰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서관이 문을 닫을 때까지 공부하고 귀가하는 여학생들 경우 학교 앞에 경찰차가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한다. 또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안전한 귀가를 보장하는 것도 우리
임두다”고 임성환 보조 경찰관은 말했다.
정류장에서 학생들이 모두 버스를 타고 떠난 후 경찰관들은 마지막으로 더 이상 학교에서 나오
는 학생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더글라스턴 플라자 순찰을 실시한다. 이어 플라자 밑에 위치한
더글라스톤 영화관쪽으로 가자 주차장에서 스케이드 보드를 타던 청소년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다른 곳으로 옮아간다.
▲밤 10시40분
리틀넥 노스 강변도로 인근으로 차를 돌렸다. 가는 도중 더글라스턴 골프장 앞에서 경찰차가
대기한 모습을 발견한 라이멘 경위는 “이곳에서는 신호 또는 속도위반이 잦아 경찰차량이 저
렇게 대기하고 있다”며 “오늘도 똑같은 경관들인 것 같다”며 농담을 한다. 그만큼 이 지역
에는 경관들이 많이 배속된다는 것.
리틀넥 노스 강변도로에 도착하자 트록스넥(throgs Neck) 브릿지를 배경으로 한 저택 주위를
순찰한다. 이곳에서는 시동이 걸린 채 집앞에 주차된 차량이나 문이 열려 있는 집들을 눈여겨
본다. 일상적인 광경이 아닌 상황이 보이면 바로 111경찰서에 무전을 날린다.
▲밤 11시20분
순찰하던 라이멘 경위가 조용한 무전기를 바라본 뒤 우리에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
사건이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주민과 우리 경찰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기자들께는 조금은 실망
스러운 밤이 될 것 같다.”
베이사이드 지역은 강도나 강간 등 강력 범죄가 없는 조용한 동네다. 때문에 대부분 신고가 접
수된 후 추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순찰이 주요 임무다. 특히 요즘같은 연초는 음주 사건도
적어 순찰 경찰들은 관할 지역 순찰을 주로 하고 있다.
▲밤 11시40분
“우편 절도사건 발생 지역 순찰 요망.” 또다시 순찰 명령이 전달됐다. 순찰 지역은 베이사이드 226가 69애비뉴. 지난 한달간 우편 절도로 인한 신분 도용 범죄<본보 2월2일자 A1면>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지역이다.
특별한 지시는 없었다. 순찰지에 도착하자 두 명의 한인 경관은 순찰차에서 내렸다. 인근 주택을 걸으며 잠금장치가 없는 우편함이 있는 주택 등에 예방 전단지를 돌리고 다시 차에 올랐다.
▲밤 12시
순찰 경찰관들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차에 올라 111경찰서로 향했다. 경찰관들은 몇시간 동안 계속된 순찰과 긴장으로 허기진 속을 도너스와 커피로 달랬다. 순간 무전 소리가 정적을 깼다. 경찰관들은 다시 옷을 입고 순찰차로 뛰어갔다. 근무 시간은 이미 끝났음에도 개의치 않고 현
장으로 향했다. 이들을 포함한 모든 경찰관들의 헌신적 노력이 있기에 한인 등 지역주민들은 범죄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하루하루를 안심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새삼 머리를 스쳤다.
<홍재호.윤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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