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언 베이컨(37)은 지난 몇 년 간 계속 우울하고 불안한 상태로 살았다. 베이컨은 치료사를 찾아 도움을 청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다. 소셜워커인 베이컨은 여전히 판에 박은 생활에 염증을 느꼈다. 그녀는 과거 자신이 공부하던 지역 대학의 병원에 갔다. 그러나 대기실에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호에서 베이컨의 고충을 소개했다.
사용 편리·비밀 보장 장점 점차 관심 고조
웹사이트 접속료도 일반 통원치료비의 절반
상담치료사가 화면에 등장하는 화상컨퍼런스
치료사 자격증, 프로그램 내용 등 확인해야
베이컨은 궁리 끝에 인터넷에 의지하기로 했다. 테네시주 멤피스에 사는 베이컨은 인터넷을 뒤지다 현재 자신이 치료를 받고 있는 임상치료사를 찾아냈다. 두 사람은 지난해 매주 두 차례 인터넷 채팅을 했다. 50분 상담에 40달러다. 그리고 인터넷 사용료는 매달 29달러다. 인터넷 상담이 보다 저렴하다고 베이컨을 결론지었다.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테네시에 사는 베이컨과 워싱턴 주에 사는 치료사의 시간대. 베이컨이 저녁 늦게나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 외에는 두 사람은 아쉬운 게 없다. 베이컨은 치료사를 직접 만난 적이 없지만, 어머니로 여길 정도로 편안해 한다.
인터넷 치료의 장점은 편리함, 익명성, 염가 등이다. 온라인 상담료는 보통 병원비의 절반 수준이다. 물론 기존의 상담치료사들은 온라인 치료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직접 얼굴을 보면서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치료도 환자에 따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텍사스대 심리학자 애런 로치린이 말했다.
펜실베니아대 심리학 교수인 마틴 셀리그먼이 지난해 개설한 온라인 상담 사이트가 있다. ReflectiveHappiness.com이다. 셀리그먼은 여기에서 긍정적인 사고에 대한 6단계 강좌를 개설했다. 한 달 사용료는 9달러. 매달 1만명이 이용한다. 사용자들은 여기에서 실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전해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웹사이트 이용자인 다나 리언(43)은 자신이 좋아하는 직장에서 해고된 뒤 우울하게 지냈다. 지난해 여름 셀리그먼의 온라인 강좌를 택했다. 여기에서 리언은 ‘세 가지 축복’이란 항목을 들어갔다. 설명대로 하루에 좋았던 일 세 가지를 적고 그 이유를 기록하라는 지시를 실천했다.
하루는 리언이 차에서 내리려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가방을 챙기고 우산을 펴려니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이 때 7세 난 아들이 집에서 우산을 챙겨들고 부리나케 엄마를 향해 달려왔다. 리언은 이 일을 기록했다. 아들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운 것을 한 가지 축복으로 여겼다. 이 축복은 리언에게 긍정적 사고의 밑거름이 됐다.
셀리그먼에 따르면 바로 이 교육을 받은 사람의 64%가 1년 후 우울증을 극복했다. 일반 통원치료나 약 복용자들이 통상 8%만 효과를 보는 것에 비하면 상당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상담치료를 무시하거나 먹던 약을 내던지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아직 온라인 치료에 대한 연구는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알콜중독자들에게도 온라인 치료가 점점 관심을 끌고 있다. 12단계의 금주 치료를 거치려면 온갖 불편함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eGetgoing.com에 가면 1,200달러에 12단계의 그룹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다. 화상 컨퍼런스를 열지만 화면에는 상담치료사만 보일 뿐 환자들의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다. 그룹에 속한 환자들은 서로 이메일을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반드시 상담치료사를 거쳐야 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1,000여명이 가입돼 있다. 중도에 탈락하는 비율은 19%정도. 일반 단주 치료프로그램의 탈락률 60%보다 훨씬 낮다. 9개월간 진행되는 이 온라인 프로그램을 마친 사람들 가운데 80%가 금주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을 직접 대하면 도저히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치료를 받아야하는 데도 이러한 태도 때문에 치료가 제대로 되기 어렵다. 이들을 위해 마련된 온라인 프로그램은 바로 익명성이라는 장점으로 인해 환자 치료에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온라인 치료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의지하다간 부정적인 결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은 의학적으로 실효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상담치료사가 자격증을 갖춘 사람인지 알아보고, 상담과 관련한 질문 내용들이 얼마나 심도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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