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윌리엄스는 17살이다. 캘리포니아 나파의 세인트 헬레나 고교 12학년인 윌리엄스가 점심시간에 빵집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윌리엄스는 아직 술을 마실 수 없는 나이다. 하지만 그는 부모로부터 음주에 관해 배워왔다고 한다. 책임 있는 음주 태도의 중요성을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는 것이다. 어차피 술을 마시는 것은 생활의 한 부분이니 피하는 대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게 나을 것이란 가정교육이다. LA타임스가 최근 이를 소개했다.
8학년 44%, 10학년 64%, 12학년 77% 음주 경험
일방적 “금지”보다 책임 있는 음주교육이 효과적
가정교육 받지 않은 청소년 나중에 과음 사례 잦아
가정 음주 교육은 ‘술의 중요성’을 전제로 해 위험
어려서부터 술에 입대면 학업 소홀로 이어질 수도
윌리엄스의 이복형제인 나파고교 12학년 제이크 엥겔스커거도 집에서 가끔 와인을 마신다. 그러나 친구 집에 가서 파티를 하면서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 술과 와인에 대해서 부모에게서 제대로 배워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고등학교에서는 술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이상하지는 그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윌리엄스와 엥겔스커거는 집에서 부모로부터 술에 대해 배웠다. 자유분방한 사회에 나갈 청소년들에게 술에 대해 바른 자세를 익히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청소년에게 술을 가르치는 장소로 집에 최적인가? 흥미로운 질문이다.
21세가 되기 전에는 술을 삼가라는 법규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분위기만으로는 청소년의 음주를 원천봉쇄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미시건 대학의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음주는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8학년의 44%가 술을 입에 댄 적이 있으며, 10학년의 64%, 12학년의 77%가 술을 마신 적이 있다.
음주 운전자를 엄벌한다든가, 청소년 음주를 조장하는 파티를 연 부모에게 벌을 준다든가 하는 공공정책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정작 청소년 음주문화를 바꿀 수 있는 원천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느슨하다. 바로 집에서 음주자세를 가르치는 게 효율적인가 하는 논의도 활성화하지 않았다.
바른 음주 자세를 가르치는 것은 무척 효과적일 수 있다. 부모가 집에서 음주를 가르친 가정의 자녀들은 술에 빠질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집에서 이를 실행에 옮긴다 해도 정부에서 재정지원을 해줄리 만무다.술을 마시는 것을 무조건 막는 것보다는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하고 책임 있는 음주문화를 가르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에게 “마약을 하지 말라, 술을 마시지 말라, 담배를 피우지 말라”라고만 할 뿐, 책임 있는 자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도 논의하지도 않는 게 대체적인 사회 분위기다. 섹스 교육은 많은데 책임 있는 음주 교육 프로그램은 찾기 어렵다.
운전도 마찬가지다. 운전적령 이전에는 일절 책임 운전에 대해서 가르치지 않는다. “너는 너무 어려서 운전할 수 없다”고만 한다. 그러다 나이가 되면 운전을 할 수 있게 한다. 젊은 운전자들의 안전사고가 많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평소에 안전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넣어주는 데 소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음주에서도 이러한 관행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집에서 음주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음주 태도를 가르치는 것 자체가 이미 음주의 중요성에 대해 전제를 깔고 있다는 주장이다. 술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자녀들에게 심어줄 수도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라도 집에서 부모가 허락하면 술을 마실 수 있다. 물론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한다든가,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면 처벌을 받지만 말이다. 법적인 제재가 아니더라도 어린 청소년들이 집에서 술을 마셔버릇하면 학업에 소홀해 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모가 청소년 자녀를 식당이나 바에 데리고 가서 술에 취한 사람들의 모습을 직접 보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닮고 싶지 않는 ‘오시범’을 목도하게 하는 것이다. 또 집에서 부모가 술에 대해서 전혀 가르치지 않고 그저 ‘금주’만을 강조할 경우 자녀가 성장해 폭음을 하는 경우도 있다. 술에 대한 속박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방종으로 흐르게 되는 사례들이다. 이보다는 어려서부터 ‘책임 있는 자유’에 익숙해지는 게 건강한 음주 자세를 견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예전에 덴버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7-8학년 학생들이 파리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마지막 날 3시간 동안 식사를 하게 됐다. 교장이 이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완일 한 모금씩 마시도록 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학부모들이 발끈했다. 결국 이 교장은 징계처분을 받았다. 나파밸리에서 와인 비즈니스를 하는 트레스 사보리스는 “이는 기성세대의 과도한 반응”이라고 했다. 사보리스는 17세 윌리엄스의 생모이고 동갑내기 엥겔스커거의 계모다.
사보리스는 자녀들에게 술에 대해서 얘기하고 적절한 행동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결국 자녀들에게 플러스가 된다고 강조했다. 사브리스의 세 자녀는 부모에게서 어려서부터 배운 음주태도 덕에 바람직한 음주 자세에 대해 숙지하고 있다. 술은 무조건 금지할 대상이 아니라 남용하지 않고 적절히 즐겨야 하는 대상이라고 윌리엄스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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