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사회부 한쪽에 수북히 쌓아둔 지난 일년치 신문더미 위에 먼지가 뽀얗게 내려 앉았다. 매년 이 맘때면 떠오르는 ‘다사다난’이란 말을 담고 있는 저 신문더미 속에는 올 한해 기쁨과 슬픔, 환희와 고통의 소식들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또다시 한해를 보내는 길목에 서서 지난 1년간 정신없이 한인들에게 생생한 소식과 정보를 전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기자들이 미처 지면에 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카트리나·쓰나미 등 과감한 현지취재 고생만큼 보람 커
황우석 파문 진실 무시한 집단적 반응 한인들 많은 우려
매춘·인신매매 수사에 한인사회 자존심 무참히 구겨져
잇달아 터진 투자스 부모들 변명·쉬쉬 일관 아쉬워
▲ 올해는 국제적인 관심지역에 대한 과감한 현지취재가 돋보였습니다. 고생도 많았지요.
-한인언론으론 최초로 카트리나 피해지역 취재를 위해 현지에 도착했을 때 모든 것이 난감 그 자체였습니다. 통신도 두절되고 숙소도 없어 렌터카 안에서 새우잠을 자고, 기사와 사진 송고를 위해 인터넷이 가능한 지역을 찾아내야 하는 일은 취재만큼 어려운 일이었지요. 하지만 고생이 컸던 만큼 큰 보람도 얻었습니다.
-쓰나미 취재를 위해 스리랑카에 입국하던 날 연락이 제대로 안돼 썰렁한 콜롬보 공항에 혼자 남아 있던 순간은 마치 엄마 잃은 어린아이 같았습니다. 다행히 홍콩에서 출장온 한 사업가의 도움으로 간신히 스리랑카 한인회와 연락이 이뤄져 취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멕시코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했던 한 한인이 헌 속옷을 현지 한인사회에 전달했다가 오히려 불만을 사기도 했습니다. 한 멕시코 이민자는 “우리가 거지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요.
-난생 처음 북한을 방문해 라디오 서울과 생방송을 할 때는 무거운 긴장감 탓에 손에서 담배를 놓지 못했어요. 혹시 북한 당국을 자극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북한 관리들은 오히려 “있는 그대로만 전해달라”고 말해 속으로 놀랐습니다.
▲ 본보가 특종보도한 마틴 러드로우 시의원 사퇴소식에 주류언론도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주류언론들은 소수계 언론에 “물 먹었다”며 이를 확인하느라 시청 전체가 하루종일 시끄러웠고 일부 기자들은 본보에 “어떻게 알았느냐”며 캐묻기도 했지요.
-사브리나 케이씨의 시 광역도시계획위원회 커미셔너 내정사실 보도는 비아라이고사 시장의 말실수에서 시작됐습니다. 뒤늦게 실수를 깨닫고 비보도를 요청하던 시장은 기자의 재확인 질문에 “특종을 원하냐”며 묻더니 결국 관련사실을 털어놓더군요.
▲ 다이아몬드바 고교생들의 위조신분증 제작 파문도 컸지요.
-이 보도가 나가자 일부 학부모들은 대리시험용이 아니라 나이트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저지른 장난이라고 강변했지만, 많은 학부모들은 “어떻게 나이트클럽을 가기 위해 그런 것을 만들겠냐”며 의아해 했습니다.
-사건의 파장을 우려한 탓인지 이 사실을 알만한 학부모들은 모두 ‘쉬쉬’하더군요. 하지만 이미 이 소식은 지역사회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가 돼 있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비판도 있었지요.
▲ 부끄러운 얘기지만 한인사회가 매춘과 인신매매의 중심지로 떠오른 해이기도 했습니다.
-단속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타운내 룸살롱 업주들도 긴박하게 움직였다고 합니다. 업주들은 수사관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서로 연락을 취했지요. 또 일부 업주들은 아예 수사관들을 미행하기도 했다는 얘기도 들려왔지요.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사법당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인사회내 매춘 및 인신매매 조직에 대한 내사를 진행해 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으로 한인사회의 자존심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 이번 연말은 황우석 교수 파문에 다른 뉴스들이 가려지고 시간도 더 빨리 지난 것 같습니다.
-덕분에 한인사회의 과학지식도 상당히 올라갔다는 평입니다. 이 파문이 일어나기 전에만 해도 ‘줄기세포’를 아는 한인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황 교수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직후부터 의문을 제기했다는 후문입니다. 또 MBC ‘PD수첩’의 의혹제기를 놓고 한국에서 벌어진 비판여론에 대해 정확한 진상규명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을 매도하는 집단적인 반응에 우려를 나타내는 한인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 올해만큼 투자스캔들이 많았던 해도 드물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ABC 투자파문의 경우 한인단체장이 관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더욱 파장이 컸습니다. 취재과정에서 어렵게 피해자들을 찾아내면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신원이 공개될 것을 우려, 한결같이 ‘모르쇠’로 일관해 애를 먹었지요.
▲ 애나하임에서 발생한 김동욱씨 피살사건의 용의자인 부인 송지현씨 기소여부는 결국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단순사고를 주장하는 부인 송지현씨에 대한 기소여부는 빠르면 내년 1월중 결정될 전망입니다. 검찰이 송씨에 대한 기소를 보류한데 대한 경찰의 불만이 검찰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요.
-반면 송씨측 변호인은 단순사고를 자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검찰도 변호인이 들고 있는 히든카드를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 이밖에 각종 사건·사고, 해프닝이 올해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중국산 한약재를 복용한 한인여성이 부작용으로 간이식 수술까지 받았다는 본보 보도 이후 한의업계의 거센 항의가 있었지만 자성의 계기도 됐습니다. 일부 한의사들은 오히려 전화를 걸어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지요.
-정동영 통일부 장관 LA 방문을 앞두고 반대시위가 벌어진다는 소식을 접한 LA총영사관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를 약화시키기 위해 재향군인회 김봉건 회장을 헤드테이블에 앉히는 ‘파격대우’를 택했지만 이 역시 온당치 못한 조치라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참석자
김정섭 부장, 황성락 차장,
구성훈·김경원·김상목 차장대우,
배형직·이의헌·홍지은·이석호·심민규 기자
<정리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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