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AI·벤젠 등 ‘은폐행정’ 비난여론 직면
WP 쏭화강 오염 늑장공개는 중앙정부 압력 탓
겨울 결빙으로 오염물질 내년까지 남을 가능성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인플루엔자(AI) 등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은폐 의혹을 떨치지 못했던 중국 정부가 쑹화(松花)강 벤젠 오염 사태로 또 다시 ‘은폐 행정’비난에 직면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린(吉林)성 중국석유공사(CNPC) 벤젠 화학 공장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10일이 지나서야 쑹화강 오염 사실이 공개된 것은 중국 정부가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 했다.
WP는 27일 “헤이룽장(黑龍江)성과 하얼빈(哈爾濱)시 관계자들은 이전부터 오염 사실을 공개하려 했다”며 “하지만 지린성과 중앙 정부로부터 공개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하얼빈시는 18일 쑹화강이 벤젠으로 오염됐다는 사실을 알고 다음날 단수 조치를 논의했지만 21일에서야 사실을 발표했다. 그 이유도 처음에는‘수도관 점검과 보수’라고 했다가 12시간이 지난 후에야 쑹화강의 중대한 오염 때문이라고 밝혔다.
관영 차이나뉴스위크지는 헤이룽장성 장줘이(張左己) 성장이 성 관계자 400명 앞에서 “중앙 정부에서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WP는 하얼빈시가 21일 중앙정부로부터 공개 지침이 내려진 지 2시간 후인 22일 새벽 쑹화강 오염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쑹위안(松源)시의 환경 관계자도 “시 관계자들은 이미 오염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비밀을 지켜야만 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2003년 봄 사스 발생 초기에도 사실을 숨기다가 전세계로부터 ‘사스 확산의 주범’으로 낙인 찍혔고, 위생부장(장관)과 베이징(北京) 시장이 물러나야 했다.
올해 8월 AI로 전세계가 들썩거렸을 때도 중국 위생부는 후난성에서 병든 닭을 먹고 숨진 12세 소녀의 사인을 폐렴이라고 밝혔다가 한달 후에야 “AI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얼빈 단수조치 단계적 해제
하얼빈시는 27일 밤 11시를 전후해 나흘 이상 취해졌던 전면적인 단수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키로 했다. 그러나 쑹화강이 결빙 시기에 접어들고 있어 오염물질은 내년 봄께나 완전 해소될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중국 국무원 보고서에 따르면 결빙기에는 오염물질의 수중 체류 기간이 늘어나고 따라서 자연 분해ㆍ희석이 어렵다. 특히 강물이 얼 경우 유속에 큰 영향을 줘 벤젠 니트로벤젠 등 고농도 오염물질이 수중이나 강바닥 진흙, 얼음 속에 잔류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공정원 리구이바이(李圭白) 원사(院士)는 “이런 오염은 자연정화가 매우 어렵다”며 “겨울철 강물이 얼 경우 강물이 완전 정화되기까지는 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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