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들이나 산에 가면 각종 음악소리가 들린다. 서머캠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다. 신나는 곡조는 서머캠프 참가자뿐 아니라 우연히 지나가는 길손들에게도 흥겨움을 선사한다.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음악은 마음을 가볍게 하고 흥을 돋운다. 맛있는 음식을 더욱 맛깔스럽게 만드는 양념에 견줄 만하다. 상황을 바꿔보자. 장례식장을 가보면 음악이 가라앉는다.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고 숙연한 자세로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우울하기까지 한 음악을 선곡하는 게 통례이다. 들떠 있던 마음들을 차분하게 해준다. 찬송가가 제격이다. 서머캠프에서 장례식의 곡을 틀어서는 절대 안 된다. 분위기를 완전히 망가뜨리고 만다. 반대로 장례식에서 서머캠프의 음악을 틀어주면 한마디로 고인에 대한 엄청난 결례가 된다. 이처럼 음악은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음악이 주어진 상황에서 그 효과를 낼 수 있고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러한 음악의 힘을 선용할 수는 없을까. 시사주간지 ‘타임’이 이를 소개했다.
환자가 과거에 즐기던 노래 골라 방문할 때 부르면
기억상실의 창살에 갇힌 음율 살짝살짝 파동으로 번져
음악이 병을 낫게 하거나 진행속도 늦추지는 못하지만
환자의 불안감 덜어주고 가족들의 슬픔 다소 완화시켜
휘파람, 콧노래도 도움… 환자 곁에서 시 읽어도 유익
음악 없는 인생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과 같다. 따분하고 생기를 잃는다. 멜로디와 리듬은 우리의 삶을 신나게 한다. 또는 격정을 가라앉힌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음악이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고 산다. 특히 알츠하이머 환자들이나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음악의 이러한 소중한 역할을 무심하게 대한다.
음악을 듣는다고 해서 알츠하이머를 말끔하게 낫게 한다든가,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두뇌 세포의 파괴 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도 없다. 알츠하이머 환자 본인과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 이들을 다독이고 보살피는 의사, 간호사들 모두의 하루하루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음악에서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달은 ‘전국 알츠하이머 각성의 달’(National Alzheimer’s Disease Awareness Month)이다. 그래도 알츠하이머 치료 방법은 제시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언제든 가까이 할 수 있고 기호에 따라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 바다처럼 풍부한 음악의 세계에서.
실제 점점 더 많은 너싱홈들이나 병원들이 음악을 통한 치유법을 환자들에게 사용해 주목할 만한 효과를 보고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나 간호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대목은 바로 환자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일이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가족의 방문을 받고는 반기기는커녕 침대커버를 뒤집어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환자 자신은 몸의 지각기능이 시키는 대로 하는 일이지만, 이를 당하는 가족에게는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이다. 아들, 딸이 병중에 있는 어머니를 방문했는데 이런 일을 당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야말로 상상조차 하기 끔찍한 비극이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환자를 만나기 전에, 문을 두드리기 전에 휘파람을 불거나 콧노래를 하면 환자를 대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다른 아무 것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도 음악에는 반응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라고 보스턴의 벅리 음대학장인 수잔 핸저는 설명했다. 누군가 노래를 부른다면 그 효과가 더 크다고 했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오전과 오후에 상태가 다르다. 또 방을 옮길 때도 적응이 무척 어렵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캔사스대학 음악교육 디렉터 앨리시아 클레어가 말했다.
음악치료사들은 가족들과 협의해 환자가 가장 즐겨 부르거나 들었던 곡을 고른다. 그리고 이 곡을 필요할 때마다 들려준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게 이만한 게 없다는 얘기다.
미음악치료협회(American Music Therapy Association: www.musictherapy,org)는 이 분야의 전문가 리스트를 확보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거창하지 않다. 다만, 환자를 위해, 가족 스스로를 위해 지정곡을 연습하고 익숙하도록 불러보는 것이다. 잘 부를 필요는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하면 된다. 휘파람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고 노래 부를 자신이 없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 환자 곁에 앉아 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다. 그리고 가능하면 시를 읽어 주는 게 좋다. 시 낭송은 노래하는 것과 흡사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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