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옥<주부>
그러니까. 귀한 것은 퍼지지.
프리웨이를 타고 출근을 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여자가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한 손을 흔들고 해가 나면 두 손을 흔들며, 우리 다같이 또 새로운 하루를 오늘도 선물 받았다 는 기쁨의 인사를 전해 주는 여자. 그래서 우리들을 기쁨으로 깨어나게 해 주는 여자. 어찌 보면 좀 어눌한 사람인 것도 같고 또 어찌 보면 몸집만 좀 큰 애 인 것 같이 보이는 아침의 희망보따리. 다리 위의 천사.
처음엔 별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그냥 지나치다가 한번쯤 손을 흔들어 주는 인사성 바른 여자인 줄로 알았다. 저게 재미있을까? 몇 번 본 후론, 어디가 약간 모자라는 여자가 아닌지 몰라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그녀의 아침 나들이가 귀하게 느껴졌고 아름답게 보여지고 있었다. 보이는 것만 보던 나에게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보여지고 있었다.
그가 가진 작은 것 하나만으로 그가 지금 나누어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착실히 나누고 있는 그 모습이 진정으로 마음에 와 닿고 있었다. 그 여자만의 사랑 전하기가 나에게도 고리를 엮은 셈이다. 나의 하루가 파도처럼 출렁이며 활짝 열리고 있었다. 가난한 내 마음의 벽에 힘 찬 물보라를 쳐 대고 있었다.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는 용기가 사랑임을 알았다. 살아 일하는 사랑.
한국에 갔다 오느라 한 달 가량 비운 후에 또 한 일주일을 시차로 헤매다가 정신을 차리고 일을 가려고 차를 탔다. 운전을 하고 급히 달리는데 뭔지 허전했다. 없었다! 오늘도 내일도 또 오늘도. 그리고 또 오, 늘, 도…
마음을 흔들었던 사람이 안 보이면 흔들렸던 마음의 크기만큼 아픔이 더 큰가 부다. 잃고 난 것이라 더 귀하고 아쉽다. 보이지 않아 더 아름답고 아름답기에 더 빨리 가 버렸는가. 사랑의 고리에 걸린 가슴속으로 보이지 않는 위안이 생긴다. 이렇게 퍼지는 거야. 그러니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