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워싱턴에는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한편의 드라마가 전개되고 있다. 백악관의 핵심 참모들이 주인공인 이라크 전쟁 시작과 2004년 대통령 선거전까지 연결되는 다소 복잡하고 비열한 정치극이다. 줄거리를 간추리면 대개 이렇다.
이라크 전쟁이 2003년 3월 시작되어 5월에는 이미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고 후세인은 도망가고 잡지 못했다. 백악관과 국방성은 성공이라고 자축하는 법석을 떨었으나 전쟁의 주된 명분이었던 이라크의 핵무기 제조 내지 보유사실이나 다른 대량 살상무기 등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6월들어 전직 외교관이며 아프리카 문제 전문가인 조셉 윌슨 대사는 이라크 침공은 잘못된 가짜 정보에 근거한 전쟁이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잘못된 것이라고 정부정책을 비난했다.
윌슨 대사는 이미 2002에 CIA의 요청으로 이라크가 아프리카의 니제르라는 나라에서 핵무기 제조용 우라늄을 비밀로 수입했다는 정보의 진위를 알아보라는 임무를 맡았다. 그의 조사결과 보고서는 그런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의 보고서는 곧 니제르와 백악관 당국자에게 보고되었다.
한편 이라크의 우라늄 수입정보, 즉 이탈리아와 영국 정보기관으로부터 들어온 정보가 가짜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라크 침공 준비의 주역의 주역을 맡았던 체니 부통령과 그의 비서실장 루이스 리비 대통령 정치특보, 칼 로브 등 백악관 핵심 참모들은 윌슨 보고를 무시하고 가짜 정보에만 의지하여 이라크의 핵무기는 미국과 세계의 위협이니 빨리 제거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의회와 국민과 언론기관을 설득하여 이라크 공격을 강행했다.
한편 윌슨 대사의 이라크 전쟁과 정부당국에 대한 비난으로 화가 난 전령 주역의 백악관 핵심 참모들은 윌슨 대사의 신뢰성과 명예를 추락시킬 목적으로 윌슨 대사의 부인인 발레리에 대해 그녀가 실제로는 CIA의 비밀요원이라고 몇몇 기자에게 알려주었다.
이것은 정부관리가 CIA비밀요원의 신분을 공개하는 것을 금지한 1982년의 법을 위반하는 범죄행위다. 윌슨 부인의 비밀요원 신분이 결국 언론에 보도되자 누가 그녀의 신분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느냐를 밝히기 위해 연방 특별검사가 임명되었다. 2003년 6월부터 시작될 특별검사의 조사는 그간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지난 10월 28일 드디어 제 1차로 이 범법행위와 관련하여 부통령 비서실장이며 대통령보좌관이기도 한 리비 참모가 5개의 불법행위로 기소되었다. 그간 조사를 다섯 차례나 받은 핵심참모 칼 로브에 대해서는아직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의 중요성은 특별검사가 지적한대로 국가 이익을 위해 비밀리에 일하는 사람의 이름과 신분을 만천하에 공개함으로 나라와 국민에게 크나큰 불이익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임무수행에도 지장을 주었다는데 있다.
그러면 이러한 중대한 결과를 잘 알고 있을 백악관 측근들은 왜 범죄행위를 했을까? 이때는 이미 2004년 대선의 전초전이 시작되는 때다. 백악관은 부시의 재선을 위해 이라크 전쟁의 긍정적인 면이 계속 부각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라크 상황의 부정적인 시각이나 여론 등을 철저히 봉쇄하려고 했다.
물론 그들이 기획하고 주장해온 정책에 흠집을 내는 윌슨의 비판에 개인적으로도 감정이 상했겠으나 다음해에 있을 그들의 보스(대통령)의 선거전에 이겨야겠다는 정치적 의도와 과잉충성이 보다 중요한 범법행위의 이유라고 해석해야겠다. 부시의 재선은 물론 그들의 지위 보장과 권력의 계속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들의 과욕과 과잉충성과 비열한 술수는 결국 법의 심판대 앞에 서게되고 이미 기소된 리비에 권모술수의 제일인자로 불리는 부시의 가장 가까운 측근 칼 로브도 불안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 국민들은 이제 이들의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고, CIA 비밀요원의 신분 공개로 초래될 국가적 피해가 최소화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성형
애팔라치안 주립대 언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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