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희(전 영화배우)
무심히 가을을 느끼게 하는 오후이다. 도서관 앞 주차장.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다. 세상이 다 황금빛으로 변하는 듯싶다. 빛바랜 가을 나뭇잎이 떨어진다. 그리고 또 떨어진다. 쌀쌀한 바람에 흩어지기도, 또 무리지어 다니기도 하며, 어느새 가을의 쓸쓸함은 바로 내 옆에 와 있었다. 따뜻한 이곳의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앞만 바라보며 달려가기만 한 탓일까… 어쩌면 가을은 왔다가 벌써 돌아가는 길인 것 같다.
가을이 주는 이 느낌은 왜이리 쓸쓸한거야? 계절은 받아들이는 이의 느낌대로 쓸쓸하기도, 따뜻함을 불러오기도 하겠거니… 콧잔등이 시큰해지며 공연시리 눈물이 핑~돈다. 아니 내친김에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는 주차장, 차안인데 뭐~ ?” 하고 펑펑 울고싶다. 무어가 그리 쓸쓸한건지? 무어가 그리 서글픈건지도 몰랐다.
“기양!!!…” 그야말로 ‘기양’이다. 누가 “왜그러냐?”고 묻는다면 “기양 가을소녀라 불러다오…” 이곳 미국생활 5년 반차. 모가몬지도 모르게 살아온 2~3년이 지나고도 가끔은 “내가 어디에 와 있는걸까,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걸까?” 내자신에게 묻곤 한 시간들이다. 요즘은 날마다 배운다. 끝없이 배운다. 무얼 배우느냐 묻는다면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힘든 미국생활에 적응하기”쯤으로? “단순해지지 않기?” “따뜻한 인간관계는 기대 안하기?” 아주 타고난 감성적 성격과 단순함으로, 그리고 무지함으로 “현실앞에 오뚜기처럼 일어서는 방법을?…”
애쓰고 있다. 그래 난 애쓰고 있는 중이다. 요구 할 줄도, 따질 줄도 몰랐다, 너무 아는게 없어서… 딸아이 주니가 틀어놓은 CD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늘 아끼지 말아요” 왜 가슴이 뜨거워지지? 부드러운 리듬에 가사말까지… 사랑한다는 말이 얼마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말인지 잘 알면서도 잘 하지 못한 말이 아닌가.
때로는 쑥쓰러워서, 때로는 듣는 이가 오해 할까보아, 때로는 갑자기 “너 왜그래 어디가?” 하고 되물을까 보아… . 이제는 아무 생각없이 자주하련다. 조금 쑥쓰럽더라도, 듣는 이가 오해할지라도… 이번에 LA로 대학에 간 큰 딸아이 지나에게, 아빠 엄마께, 식구 같은 은혜의 빛 교회식구들에게… 그리고 나의 가장 사랑하는 친구 문초이에게도. “사랑해 초이, 너는 하나님이 보내신 친구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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