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사변·동란이란 명칭은 6월25일에 일어났기 때문 생겼다. 이 명칭의 타당성에는 왈가왈부 할 거리가 없다. 일단 6.25 사변에 의미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남침이냐, 북침이냐, 통일 전쟁이냐로 까지 비약하여, 지난 수년간 말도 많았고, 급기야는 민족통일을 방해한 맥아더 장군의 동상철거 시위대까지 생기게 되었다.
6.25를 ‘통일 전쟁’이라고 주장하는 강정구 교수를 필두로 6.25를 새로운 눈으로 보는 무리들까지도 생긴 것 같다. 잊을 만 하면 다시 언론을 타는 6.25의 새로운(?) 해석을 더 이상 간과 할 수 없는 이유는 황당한 이야기도 자주 듣다보면 가치 혼동이 야기되고, 끝내는 부화뇌동하는 무리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강교수 불구속수사를 관철하기 위해 지휘권 발동까지 한 법무부 수장의 행동을 보며 6.25의 새로운 해석을 둘러싼 사람들의 가치관 분석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강북을 중심으로 500여 년간 살아오며 자연스레 붙은 ‘남산’이란 지명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겼다면 이유를 분석할 가치가 있다. 예전에 ‘남산’이라고 부른 이유는 그 산이 수도 남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강남의 인구가 더 많아지다 보니 남쪽에서 산을 보는 사람들이 “이 산은 남산이 아니라 북산이다” 라는 주장을 펼만하다. 산은 같은 산이지만 강남에서 볼 때 이 산은 북산이 되기 마련이다. 산의 위치가 바뀐 것이 아니라 산을 보는 사람들의 위치가 달라져서 북산이냐 남산이냐 하는 논쟁이 생길 수가 있다.
통일이라는 잣대로 6.25를 본다면 이는 분명 통일 전쟁이었다. 더 엄격히 말해서 6.25에서 9.28 서울 수복까지는 적화 통일 전쟁이었고, 9.28 수복에서부터 1.4후퇴 때까지는 자유민주세력의 북진통일 전쟁이었다. 적화 통일 전쟁을 초기 석달 동안 치렀다면 다음 석 달, 1.4후퇴까지는 자유 민주화을 위한 북진통일 전쟁이었다. 적화통일을 방해한 사람이 바로 맥아더 장군이었다면 민주화 북진통일을 방해한 사건이 바로 중공군의 개입이었다.
적화통일을 갈망하던 사람들에게 맥아더는 민족 통일의 방해자요, 민족의 원수일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민족의 원수의 동상을 철거하자는 논리가 당연해진다.
민주화 통일을 갈망한 사람들에게는 북진통일 완수를 눈앞에 두고, 중공군 개입을 완전 차단하기 위한 만주 원폭투하를 주장하다가 해임을 당한 맥아더 장군이 은인이 될 수밖에 없다.
6.25를 통일 전쟁이라고 칭하려면, 적확한 표현을 해야한다. 통일이라는 막연한 단어보다는 더 구체화된 ‘적화통일’이냐 ‘민주화 통일’이냐 라는 잣대를 쓸 때에 인천 상륙작전과 맥아더 장군에 대한 올바른 평가도 가능해진다. 같은 산이라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서 북산 혹은 남산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논리를 빌려오지 않더라도 6.25의 의미와 맥아더 장군과 인천 상륙작전에 대한 평가에서 상대성 원리를 깨닫게 된다. 표현과 언론의 자유 시대에, 자유롭게 한 표현을 통해서 바로 그가 혹은 그들이 속한 위치를 알려주는 사건이 되었다.
‘통일전쟁’과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둘러싼 논쟁은 더 이상,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아니라, 좌익과 우익의 충돌로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은 아니리라.
놀라운 사실은 이런 좌경화 된 표현과 행동이 백주에 난무하고, 보호를 받고, 힘을 얻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늦기 전에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들이 과연 누구인가를 밝혀 볼만하다. 이들의 사고와 가치관이 인권이라는 미명하에 국보법 철폐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발상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이들은 북한의 인권은 전혀 문제 삼지 않는 자가당착을 함께 범하고 있다.
정균희
UCLA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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