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얘기를 드리기에 앞서 다음의 글들을 읽어 주시길 바란다. “1등부터 20등까지 모두 여자.” 서울 강남에 있는 A고교가 지난 1학기 때 3학년 학생들의 내신 석차를 매긴 결과다. 남학생은 전교 21등이 최고였다.
이 학교 교장은 “해마다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요. 여학생들이 잘하는 건 칭찬하고 자랑해야 할 일이지만, 아들 가진 부모들 보기가 왠지 미안해 쉬쉬 합니다”라고 했다.
일부 교사들은 ‘남녀구분 석차 산출’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으나, 여학생들이 반발할까봐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박모 교사는 “교사들끼리 ‘남학생은 좀더 봐주자’며 수행평가 등에서 후한 점수 를 줘서 어떻게든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현대그룹 등에 따르면 현정은 회장은 이른바 ‘김윤규 비리 사건’으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 위기에 처하자 고비마다 사내게 시판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e-메일을 올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심경을 피력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현 회장은 통상적인 대기업 관행과는 달리 e-메일을 본인이 직접 작성한 뒤 갑자기 담당 직원을 불러 회사 홈페이지에 올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의 이 같은 ‘e-메일 경영’에 대해 현대그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두 기사들은 본국에서 소위 양 대지로 알려진 두 신문의 인터넷 판에서 같은 날에 각각 내보낸 것들로 필자가 모처럼 휴일에 본국소식이나 접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이 기사들을 읽으면서 필자는 때때로 본국에서 금방 온 젊은 청년들의 고루한 한국적 남녀관에 당혹해하던 생각이 났다. 그러나 이 기사들은 그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본국에 있는 분들의 비꼬이고 편협한 사고들이 최소한의 경제적 형평성도 잃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조그만 곳에서 조그맣게 생각하고 살다보면 자기들이 얼마나 잘못 세상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먼저 첫 번째 기사를 보자.
이 교장선생님의 “미안해하는 마음”이 우리를 당혹케 한다. 미국에 있으면 공부 못하는 남학생 부모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것 같은데 한국의 정서는 이런가. 남녀구분 석차산출 아이디어는 기가 막혀 코멘트 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지만 교사들의 남학생 봐주기는 같은 교육을 맡은 사람으로서 볼 때 공정성을 잃은 그 교사들에게 자기의 자식교육을 맡겨야 하는 학부모들이 갑자기 안쓰러워 보인다. 같은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남학생이라고 점수를 더 줄 수 있을까. 이런 마음들이니까 대입 내신 성적의 공정성에 의심이 간다고 한국대학들에서 걱정하는 게 아닌가.
학생들의 성적은 학생들이 따는 것이지 교사들이 주는 것이 아니다.
현대아산의 현정은 회장에 대한 기사도 잘 보면 여성경영인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 엿보인다. 최고경영자가 기업의 경영방침에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e-메일마다 주위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가. 이왕 얘기가 나왔으니 한번 보자. 그 간부들과 협의하는 게 대기업 관행이라면 그게 그렇게 좋은 관행이라서 그전의 최고경영자가 자살까지 하게 되었는가.
남편의 자살까지 보게 된 아내가 얼마나 현대아산의 간부진들에게 믿음이 가겠는가. 그 간부들 중 하나인 김윤규씨는 발표로 보면 불법으로 회사자금을 횡령한 비윤리적인 경영인이고, 상도의도 모르는 북한당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경영의 원칙을 지키려는 현회장의 노력은 존경을 받아야지 이런 언론 매체의 억울한 비판을 받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않 은가.
본국의 남녀관은 하나가 된 지금의 세계시장에 내놓기에는 부끄러운 것 들 중 하나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