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의 한 대표적 샤핑몰에 밤 11시가 넘어서자 차량들이 줄지어 밀려들어오고 있다. <서준영 기자>
집중 취재 불법난무 타운 유흥가
(1) 밤거리 표정
한인타운이 술 취해 비틀거리고 있다. 업소들의 영업시간 위반, 불법 주류판매 등 각종 불법이 판을 치고 있다. 참다못한 LA시가 한인타운의 한 나이트클럽을 본보기로 처벌하겠다고 나설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술에 취해 시비가 붙고 주먹이 오고가다가 급기야 살인까지 이어지는 끔찍한 사건도 종종 벌어진다. 한인타운 새벽 유흥가를 3회에 걸쳐 진단한다.
(1) 밤거리 표정
금요일인 14일 밤 11시30분. 윌셔와 웨스턴 교차로 인근. 아직까지는 흐트러지지 않은 차량 물결 사이로 검정색 픽업트럭이 질주하며 다른 차량들을 위협한다. 차에 탄 사람들은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한인 젊은이들. 벌써 술에 취했는지 달리는 차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괴성을 지른다. 잠들지 않는 한인타운의 또다른 밤이 시작됐다.
당일 자정 무렵 올림픽가의 한 노래방이 자리한 샤핑몰 주차장. 얼마나 마셨는지 한 여성이 일행으로 보이는 남성의 등에 업혀 나온다. 10대가 분명해 보이는 다른 일행들도 비틀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다음날인 15일 새벽 1시. 밤이 깊고 영업제한 시간이 임박한 시간대지만 올림픽-베벌리-후버-크렌셔지역에 자리잡은 한인타운 곳곳은 여전히 북적거렸다. 올림픽가에 있는 유명 노래방에서는 방을 얻기 위해 20분을 기다렸다.
방으로 안내하는 종업원에게 주문한 술은 큼직한 종이컵에 담겨 나왔다. “캔 맥주를 준다더니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술 라이센스가 없다”는 시원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종이컵에 술을 따라 판매하는 변칙 영업에 대한 변명이었다.
당일 새벽 4시. 한인타운 외각의 또다른 노래방. 술이 취해 쓰러진 여자를 추스르는 청년들과 이미 술 한잔을 거나하게 걸친 듯한 발걸음으로 노래방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새벽 2시가 이미 지나 주류판매 금지 시간대지만 술 판매는 계속되고 있다. 괜찮으냐는 걱정에 노래방 종업원은 “상관없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사고가 발생할 위험요소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같은날 밤 11시30분. 한인타운 외각에 위치한 바 M에서는 술을 마시고 차를 기다리던 한인 취객이 키를 건네 받으며 팁을 요구하는 라틴계 난성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체장애가 있어 보이는 라틴계 남성이 술에 취한 한인에 밀려 넘어지자 옆에 있던 라틴계 동료가 발로 취객을 가격했다. 취객도 뒤로 넘어졌다. 다행히 주변 만류로 싸움이 더 커지지는 않았지만 한인 취객은 그 후로도 계속 차를 타고 주위를 돌며 위협을 가하는 등 추태를 부렸다. 한인 취객에 떠밀려 넘어졌던 라틴계 남성은 “가끔 취해서 욕을 하거나 무시하는 손님들도 있다”며 “오늘 일도 그간 참아왔던 감정이 순간 폭발해서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붉은 노을을 따라 본격적으로 얼굴을 바꾸는 LA한인타운. 1,200여 에이커 크기의 한인타운 내에 영업 중인 술집은 나이트 클럽 8개, 노래방 25개, 룸싸롱 45개, 카페 43개. 주류를 파는 식당까지 따져보면 ‘한인타운=유흥가’란 등식이 성립된다.
새벽 영업을 하는 한 유흥업소 앞에서 만난 한인 불법택시 운전사는 “2시 넘어서 술을 파는 집이 드물어 새벽 시간이면 이리로 오는 손님이 많고, 위치가 외각이어서 취객들간의 시비가 붙는 등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며 “이런 업소 덕분에 조금 돈을 더 벌기는 하지만 한인사회 전체를 위해서는 이런 불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경원·배형직·박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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