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건 중부지역의 산간마을 벤드. 이곳에서 서쪽으로 30분 정도 가면 우거진 숲을 만난다. 여기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자연의 신비함에 흥분한 과학자들이 모이고 있다. 산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땅이 위로 부풀어 오르더니 불룩하게 산 모양을 띠고 있다. 학자들은 화산이 형성되고 있는 징후라고 진단한다. 불룩하게 융기한 지역은 100 스퀘어마일 정도. 프레즈노 사이즈와 비슷하다. 연간 1.4인치씩 솟아오른다. 둥근 천장의 형상을 하고 있다. 봉우리는 케스케이드 산맥의 사우스 시스터(South Sister) 화산에서 서쪽으로 약 3마일 떨어져 있다고 LA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오리건 중부 산간마을 벤드 서쪽 ‘스리 시스터스’ 화산 보호구역
2001년 3월 인공위성 이용한 레이더 탐지장치로 지각변화 발견
100 스퀘어마일 지역, 둥근 지붕 모양으로 연간 1.4인치 솟아
1997년부터 진행… 지하에 직경 1마일 깊이 65피트의 마그마
2004년 3월 약진 350여 차례 발생… 제 모양은 3만년 뒤에나
지질학자들은 융기지역이 화산 형성의 초기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육장이 될 것이라고 들떠 있다. 하지만 6만5,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벤드 시정부 관리들은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쏟아져 나오고 화산재와 암석이 날아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시정부 관계자들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이후 자연재해에 대한 대책을 주요 안건으로 논의하고 있다. 벤드에서는 화산이 이슈가 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주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커뮤니티 포럼을 마련했다. 이러한 땅 융기현상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흥미로운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자들은 케스케이드 산맥 뿐 아니라 북미 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오랜 세월동안 없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3개의 화산이 몰려 있는 소위 세 자매 화산 ‘스리 시스터스’(Three Sisters) 자연보호구역에서 융기가 발견된 것은 2001년 3월. 지질학자들이 위성을 이용해 지구 표면의 변화를 측정하는 새로운 레이더 탐지기술로 이 지역을 점검하다 찾아냈다.
융기 발견 이후 학자들은 보다 정확한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특수 측량기기를 설치했다. 지질학자들은 매년 현장을 답사해 변화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보고했다. 물론 차가 들어갈 수 없어 도보로 해야 한다. 지난 8월 말 수집된 자료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융기 지역을 둘러 본 지질학자 래리 치트우드는 융기가 1997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융기 원인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그 이후 약 1피트 솟아올랐다고 밝혔다.
치트우드의 가설은 이렇다. 지하 수마일 지점에 공간이 형성돼 있는데 이 공간에 마그마 또는 녹은 바위가 응집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공간의 물체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현재 융기의 크기로 보아 상당한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65피트 깊이에 직경 1마일의 호수와 맞먹는 크기로 추산했다.
치트우드는 마그마가 연간 10피트씩 위로 올라올 수 있다고 했다. 2004년 3월 융기지역의 내부에서 진도 2 이하의 약진이 350차례나 발생했다. 이는 지하의 마그마가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 지난해 워싱턴 남서부의 마운트 세인트 헬렌에서의 소규모 화산 폭발은 이번 융기도 언젠가 화산폭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또 이 지역의 역사를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케스케이드 산맥에는 14개의 화산이 있다. 이 가운데 사우스 시스터, 뉴베리, 크레이터 레이크, 마운트 후드 등 4개가 오리건에 있다. 해발 1만358피트의 사우스 시스터는 약 2,000년 전에 폭발했었다. 이번 융기가 네 번째 시스터 화산이 될 가능성은 높다. 네 개의 화산이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형국이다. 하지만 융기가 산의 모양을 갖추는 것을 볼 수 있는 현대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약 3만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 지역으로 여행을 온 프랜시스 펄버(27)는 퍼시픽 크레스트 등산로를 걷다가 잠깐 쉬었다. 이 등산로는 바로 융기지역에 난 것이다. 펄버는 자신이 등산하는 곳의 모양새가 신기해 도대체 “이곳이 무엇이냐”고 자문했다. 융기지역에는 언덕도 있고 산마루도 있으니 그 안에서 등산하는 사람은 어리둥절할 만하다. 그리고 자신이 화산의 꼭대기 부분에 서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다.
벤드 상공회의소 마이크 슈미트 회장은 “융기지역이 대단한 볼거리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다간 실망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슈미트도 이 지역이 관심이 대상이 되고 있기는 하다고 인정했다. “언젠가는 화산으로 변할지 모르지만 내가 죽은 뒤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할 것”이라고 슈미트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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