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환경에 적응하는 젊은이는 경제인이 되고 이에 도전하는 젊은이는 투사가 된다. 지금 좌경화한 본국의 386세대가 한심스럽게 생각되는 미주동포들은 그들을 볼 때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볼 필요가 있다. 좌경화의 큰 이유가 그들 자신들에게 있지 않고 그들이 교육받던 시대의 환경에 있기 때문이다.
본국의 사정을 이해하는 데는 우리가 사는 미국의 경제 환경을 보는 게 도움이 된다. 공황으로 미국의 경제가 어렵던 시기, 특히 1930년대의 미국지식층의 많은 이들이 자본주의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시기에 상관없이 미국 경제주체세력들로 이어지는 하바드 등의 아이비리그 출신들도 상당한 부분이 좌경화한(상대적으로) 경제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 한국의 좌경화가 이해가 된다.
미국도 그때는 어려웠다. 아니,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미국도 잘 살게 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특히 남북전쟁 이후의 암울한 경제 환경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미국남부에서는 산다는 게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산업화란 게 그들을 비껴가고, 겨우 목화밭들을 소작해서, 엄청난 렌트를 지주들에게 내고나서 별로 남는 이윤 없이 어렵게 살았던 농부들의 얘기는 미국주류에서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을 정도로 자랑스럽지 못했다. 문명의 이기들도 별로 보지도 못하고 사용해보지도 못하던 많은 이들은 그냥 세상이 모두 이러려니 하고 살았을 뿐이었다.
가난한 친척의 얘기는 모두가 하고 싶지 않아하는 법이다. 미국의 어두운 구석을 얘기하는 것은 언론에서도 터부였다. 그런데 미주동포 여러분들이 아셔야할 것은 여기에서 얘기하는 가난한 이들이 전부 백인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흑인들 얘기는 어떻게 되는가. 아무도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들은 시민으로 취급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거기에 있되 있지 않았고, 무척도 어렵게 살았지만 어렵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없었다. 카트리나 태풍의 피해로 외부에 드러나게 된 빈곤층과 남부흑인들의 모습은 지금에야 외부에 알려졌지 어두운 현실로 그렇게 그곳에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
그러한 현실을 보게 된 지식층들 중 얼마가 좌경화를 했고 그들이 저술한 책들은 처음엔 출판사에서도 기피를 해서 빛을 보지 못하다가 이삼십년 후에야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한 책들은 우리가 사는 많은 동네의 공립도서관에서도 요즘은 볼 수 있고 그 책들 중에는 후일 퓰리쳐상까지 받아 유명해진 책들도 있다. 어려운 사정은 형편이 나아져야 돌아보게 되는 법이다. 지금 집단이기주의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한국대기업 노조들을 보라. 파업도 내일 먹을 걱정이 없어야 할 수 있는 법이다. 박봉의 중소기업노동자들은 파업도 못한다.
전교조와 대기업 노조와 386세대가 못마땅하게 보이는 분들은 환경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하시기 바란다. 1980년대 혹독한 군부독재로 어두운 시절, 그들이 교육받던 환경은 용기 있는 젊은이들이 좌측으로 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때 미국정부는 조용히 있었고, 군부에서 하는 게 마음에는 안 들었지만 우측에 있는 우방을 어떻게 할 수도 없었고 그들과 같이 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 ‘나의 적의 친구는 나에게도 적이다’라는 원칙이 한국좌경화한 이들의 반미성향의 뿌리에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나 옛날 일본의 춘투에서 보듯이 코카콜라를 마시며하는 좌익은 좌익이 아니고 맥아더장군 동상철거를 외치는 이들도 북에서 승리한 6.25였다면 지금은 반김정일 투사들이 되어있을 확률이 높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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