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부동산’이라는 제목의 9월29일자 ‘데스크의 창’을 읽었다. 글에서 미주 한인교회들이 부동산 투기와 관련,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듯한 인상을 받고, 교회 부동산 소유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려 한다.
첫째, 교회가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죄악이다. 그러나 교회는 그 존재 목적에 부합하게 필요에 따라 부동산을 정당하게 소유할 수 있다. 한인 인구와 경제력이 성장하고 한인교회가 지역사회와 세계선교에 담당하는 역할이 커감에 따라 단독 건물과 수양관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날 많은 한인교회들이 하나님의 사업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자체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은 합법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서 교회 소유 부동산의 지분이 크게 증가한 것에 있다. 하지만 이것을 보고 교회가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비난한다면 잘못이다. 투자와 투기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내가 살기 위해 내 예산에 맞는 적정 규모의 집을 구입한 것을 투기라고 하지 않는다. 물론 창조적 소득과 투기적 소득의 구분 자체가 애매모호한 면이 있어서 투자와 투기의 구분이 어떤 사회에서는 항상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 볼 때 투기와 투자의 구분은 수익률과 기간에 의해서 사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자산 취득의 목적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어떤 교회가 자산 가치의 상승을 예상하고 예배당을 건축할 의도도 없이 단순히 자본이득을 챙기기 위한 목적으로 땅을 구입했다면 투기가 된다. 그러나 정상적인 교회라면 당회나 공동의회에서 이런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둘째, 미주 한인교회가 정당하게 소유한 부동산에 대한 가치 상승으로 발생하는 자본이득은 ‘하나님의 것’이기에 각 교회에서 하나님의 뜻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 교회가 소유한 부동산에 상당한 시세 차익이 발생했다고 ‘불로소득’ 운운하면서 ‘인간의 욕심’의 결과라고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다. 자본이득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하나님의 좋은 뜻 중의 하나이다.
한국 용인의 향상교회가 40억 자본이득을 새 건물을 짓는데 사용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여 북한 동포와 다른 개척교회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으로 활용한 것은 한국 사회에 신선한 메시지를 주었다. 좁은 땅덩어리 한국에서 시세 조작,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사회가 홍역을 치르는 데, 기독교인들도 아무 분별력 없이 편승하고 있는 세태를 경고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회의 선지자적인 행위는 사회 시스템과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의미를 갖는다. 이 동일한 잣대를 가지고 미주 한인교회에도 그대로 적용시키려는 것은 잘못이다. 비교적 건강한 세금 제도와 회계 책임 시스템을 가진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한인교회의 선지자적 기능은 한국과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교회는 부동산 소유와 처분에 대해 스스로 엄격한 성경적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부동산은 하나님의 경제 정의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인식되어 간다. 호텔과 절을 건축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유독 교회 건축만을 비아냥거리는 세태는 교회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크다는 반증이다.
교회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합법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루터가 말했듯이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스스로 종이 되는 자유’임을 기억해야 한다. ‘기독교 때리기’ 흐름은 향상교회처럼 종이 되는 자유를 자발적으로 행사하는 교회가 늘어갈수록 사라질 것이다.
김궁헌
경영학박사
전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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