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 주택가격 강세 여전…과열기미는 진정 국면
손창묵 박사“실 거주 아닌 단순투자는 주의해야”
박우성 PI행장 “FDIC서 부동산대출에 주의 환기”
김순아 협회장“셀러 마켓 여전, 급냉 기미 없다”
최근 전국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부동산 폭등세의‘거품’론이 시애틀지역 주택시장에도 해당되는 것일까?
본보가 인터뷰한 경제 및 업계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직 심각한 거품 징조는 없지만 지금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보다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다”는 말로 종합할 수 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최근 주택가격의 거품 가능성을 또 한번 강력하게 경고한 후 주택 구입자나 융자업계의 경계 태세가 역력하다.
그린스펀은 뜨겁게 달아오른 주택경기는 필연적으로 가라앉게 돼있다며“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 한 순간에 거품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손창묵 워싱턴주 경제수석 고문도 이제까지와 같은 과열현상이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앞으로는 주택구입에 보수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박사는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 감지되고 있는 주택시장의 냉각기미가 워싱턴주에 파급될 수도 있다며 시애틀지역 만 독야청청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손 박사는 고용 및 수입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어 주택시장의 냉각기미를 점칠 수 있다며 “실 거주가 아닌 투자목적의 주택구입은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한인투자가는 이스트사이드의 신흥 주거지로 부상한 이사쿠와 하이랜드 지역에서 분양초기에 10채를 동시에 구입하는 등 일부 한인들이 부동산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박사는 시애틀과 벨뷰 등지의 콘도 건설 붐으로 공급과잉이 우려된다며 지난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콘도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는 주택을 담보로 한 국내 전체의 에퀴티 론이 올해에만 2천억 달러를 넘었다며 “주택시장에 전적으로 매달려있는 미국의 현 경제상황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상과열 기미를 보여온 시애틀 지역 주택시장에 대해 전문기관들은 상반된 진단을 내놨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포브스.컴’은 전국에서 주택가격이 가장 과대평가 된 지역으로 2년 연속 LA와 샌프란시스코에 앞서 시애틀을 꼽았다.
그러나, 전국 부동산 업자협회(NAR)의 경제학자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로렌스 윤 박사는 중간가격이 37만2천달러인 시애틀은 서부해안지역에서 가장 저평가 된 곳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편, 워싱턴주 한인 여성부동산협회의 김순아 회장은 지난 5~6월 사상 최고조에 달했던 시애틀 지역 주택시장의 폭등세가 꺾이긴 했지만 매매열기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 7월의 경우, 시애틀 지역의 주택매물이 전년대비 25%가량 감소해 매물부족 현상이 심화된 가운데 가격도 15~20%가량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과열상태(red hot)’ 에서 ‘강세장(white hot)’으로 다소 안정됐다고 진단한 김 회장은“매도자 위주의 셀러스 마켓 현상은 여전하다”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될 분위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들어 바이어들이 가격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김 회장은 경제 전문가들의 거품경고의 영향으로 은행 등 융자기관들이 다소 조심스런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PI뱅크의 박우성 행장은 올해 초부터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부동산대출에 주의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오는 등 위험성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행장은 최근 주택융자의 절반 가량이 이자만 내는 ‘인터레스트 온리’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하고 원금이 고스란히 남아있거나 심지어 이자도 일부만 납부, 원금이 오히려 계속 불어나는 위험한 융자를 택하는 경우까지 본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박 행장은 집 값이 오를 확률보다는 내릴 확률이 높은 시점에 와있다고 지적하고 “결국 일반 수요자보다는 금리변동에 민감한 투기적인 수요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급매물이 나올 수 있는 올 겨울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에도 시애틀지역이 집 값 급등 후에 10∼20% 수준의 조정은 있었다며 “시장상황이 악화될 경우 이런 수준의 조정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벨뷰뱅킹센터의 기세호 대출담당도 앞으로 공격적인 부동산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특히 ‘제로 다운페이먼트’나 이자만 내는 융자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 렌트가 잘 안 나가는 상황이라며 그 동안 많은 고객들이 변동이자 모기지를 선택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3년 내에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점쳤다
김순아 여성 부동산협회장은 주택 감정사들도 융자업계의 방어적 분위기를 반영, 낙관적인 평가를 했던 종전과는 달리 보수적인 자세로 감정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명문학군이 밀집돼 자녀를 둔 한인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으로 집 값이 급등했던 벨뷰 지역도 이젠 가격협상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주택매매 소요기간이 종전보다 다소 길어진 것도 일반적인 추세다.
김 회장은 “이민자들이 계속 들어오고 베이비 부머 세대의 주택구입이 계속 늘어나는 한 시애틀지역 주택가격의 하락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모기지 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젊은 층과 독신자들도 주택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공급이 늘어나는 조짐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긴 해도, 무조건 가격을 높게 책정하기보다는 정확한 시장분석을 통해 적정한 가격에 집을 내놔야 단기간 내에 팔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시애틀 지역의 주택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택공급의 부족으로 인해 단기급등에 따른 호흡조절을 거친 후 주택가격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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