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욱이 학교 스피치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소나리’라는 선생님인데 젊은 선생님답게 여러 가지 요즘 정보들을 많이 복사해서 보내준다. 승욱이 가방 안에는 사랑의 노트와 함께 좋은 정보들로 가득하다.
‘소나리’ 선생님이 보내준 종이에 아주 낯선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잔 트레이시 클리닉의 부모모임’ 잔 트레이시 클리닉… 그 곳은 승욱이가 처음 청력검사를 했었던 클리닉이었다. 그 클리닉의 부모모임이 유명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조건 가자! 가보자!!’
한달에 두번 화요일마다 하는 부모모임에 등록하였다. 저녁 7시부터 8시까지는 청력에 관한 지식을 가르쳐 주고 8시부터 9시까지는 부모들이 회의실에 모여 오랜 경험의 카운슬러가 이끌어 가는 부모모임을 갖고 있다.
이 모임에는 여러 환경의 각기 다른 사람들이 온다. 의사부부도 있고, 오페라 가수도 있고, 요리사, 주부 그리고, 일용직 근로자도 있다. 하지만 그 부모들의 공통점은 모두 아이가 잘 듣지 못하거나 전혀 듣지 못하는 거다.
한번 두번 회를 거듭할수록 난 그 부모모임의 한 일원이 되어갔다. ‘잔 트레이시 클리닉’의 배려로 나는 나를 따라다니는 통역사까지 두게 되었다. 워낙 전문용어를 많이 쓰기에 언제나 나의 영어는 역부족이다. 통역사까지 두었으니 하고 싶은 말은 언제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부모들의 아무리 빠른 영어도 다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모임 중에 미야 아빠를 만난 건 아마도 세번째 부모모임이었던 것 같다. 미야는 입양된 아이다. 미야의 양부모는 아빠는 미국사람이고, 엄마는 중국사람이다. 결혼한지 오래되었지만 아이가 없어 아이를 중국 본토에서 입양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중국의 입양기관을 통해 아이를 사진으로 보았고, 모든 수속을 마친 미야네 양부모는 중국으로 가게 되었다고 했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에서 처음으로 미야를 보았는데, 어딘가 모르게 아이가 이상했다고 했다. 2시간, 3시간을 함께 놀면서 아이가 듣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바로 입양기관에 전화를 걸었고 그때서야 비로소 아이가 듣지 못하는 걸 알았다고 했다.
입양기관에서는 자신들의 실수(?)였다고 바로 다른 아이를 연결해 주겠다고 하면서 미야를 다시 기관으로 데리고 갔다고 했다. 입양기관에서 미야를 데리고 간 날 밤, 몇 시간 만나지도 않은 아이 때문에 미야의 양부모는 밤새 뜬눈으로 지새웠다고 했다. 그때의 심정을 미야 아빠는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사람들을 마치 인도주의자나 박애주의자로 보는 것 같다. 마치 영화 속의 ‘람보’처럼 모든 사람이 영웅심리를 가지고 있거나 해결사로 착각하는데 미국사람들 역시 사람이고 장애 앞에서 약간의 망설임, 두려움도 있다. 나 역시도 미야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굉장히 고민을 했고 지금 입양을 선택한 후에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를 한다. 주위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나를 아주 특별한 부모로 여기는데 난 아주 평범한 소시민이고 그저 미야를 어떻게 키워줘야 하는지를 항상 생각하는 일반 부모들과 똑같은 사람이다. 그러기에 오늘도 난 이 부모모임에 참석을 했다”
아, 감동! 감동! 그래, 바로 저거야 저거, 솔직함…
미국사람들도 장애라는 것에 대해 어렵고, 두려운 마음이 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미야 아빠를 난 다시 보게 되었다. 자신은 아주 평범한 소시민이라 했지만 그는 소시민임과 동시에 큰 가슴을 가진 사람이고, 미야를 세상 어떤 양부모보다도 훌륭하게 키워줄 아빠로 확신하게 되었다.
하룻밤, 중국 넓은 대륙 안에서의 한 양부모의 결정이 넓은 땅덩이보다도 더 귀한 만남을 가지게 하였다.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얼마나 많이 망설이고, 얼마나 많이 두렵고, 얼마나 많이 어려웠을까.
과연 나였음 입양을 결정할 수 있었을까?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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