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재미에 푹 빠져
앨 고어(57). 전직 부통령.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정계에서 떠난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치에서는 손을 뗐다고 해서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을 나이가 아니다. 또 그런 성격도 아니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고어의 근황을 소개했다.
8월 초 ‘커런트 TV’ 창업, 20만 가구에 송전
일반인이 비디오 찍어보내는 ‘시민 언론인’방식
제너레이션 투자사 회장·구글 자문·애플 이사
“정치판 떠나니 자유 느낀다”복귀 가능성 일축
‘1947~1969년 TV가 대통령직에 미친 영향.’ 고어가 하버드대 4학년 때 작성한 99페이지짜리 논문이다. TV 앞에서 부드러운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주면 승리하고 딱딱한 분위기를 연출하면 망한다는 게 그의 논지다.
그런 그가 2000년 조지 부시와의 대통령 선거 TV토론회 도중 경직된 자세를 보여 시청자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고어가 TV의 영향력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는 요즘 TV를 비롯한 ‘미디어 민주화’에 매진하고 있다. 미디어에 개혁의 메스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방송하는 케이블 TV인 ‘커런트TV’(Current-TV)를 이달 초 출범시켰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기존 TV와 달리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만 갖고 있으면 누구든 기자가 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사고에서 출발한다. 젊은 ‘시민 언론인’에게 문호를 활짝 열겠다는 구상이다.
첨단기기에 능숙한 18~34세의 연령층을 타깃으로 하는 동시에 이들을 시민 언론인으로 만들어 15초에서 15분에 이르는 비디오 작품을 받아 방송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가장 직접적이고 리얼하게 묘사할 수 있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도하기에 적합하다는 게 고어의 판단이다. 그의 사무실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스튜디오다. 여기에서는 그가 백악관에 있었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다. 부통령이란 전력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고어는 골드만 삭스 에셋 메니지먼트의 전 CEO이며 친구인 데이빗 블러드와 손을 잡고 비즈니스에 몰두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게 고어의 뜻이다. 그는 또 런던에 있는 투자회사 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Generation Investment Management)의 회장이다. 이 회사는 에너지, 환경, 근로자 문제, 등 사회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에이즈, 말라리아와 관련 재앙도 사업 영역에 포함돼 있다.
그래도 고어는 일하는 시간의 약 4분의 3을 커런트TV에 쏟는다. 나머지 시간의 대부분은 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에 투여한다. 고어는 구글의 자문역이며 애플의 이사이기도 하다. 이들 IT회사에서 기업의 정치적 역할이 무엇이며 보다 나은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업이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일러준다. 이뿐 아니다. 강연도 수두룩하다. 고어가 좋아하는
내용은 환경보호다. 1시간 짜리 환경강연 테입은 중국어로도 번역돼 있다. 중국에서의 강연에 대비해 준비한 것이다.
고어의 커런트TV는 신선해 보인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속단하기에 이른 감이 있다. 사실 한국의 오마이뉴스도 유사한 개념에서 시작된 언론이다. ‘시민 언론인’을 주요 뉴스공급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 언론인이 찍은 비디오 가운데 눈을 뗄 수 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 사랑하는 가족을 갠지스강에서 화장하는 광경은 숨을 멈추게 할 정도다.
커런트TV가 순항하는 것만은 아니다. 시민 언론인을 통신원으로 채용하겠다고 하면서도 지위는 프리랜서다. 봉급도, 베니핏도 없다. 그리고 커런트TV에 제공하는 비디오는 모두 커런트TV 소유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민 언론인들은 “기존 매체에 팔아 돈을 벌 수도 있는데 너무 인색하다”며 불평한다. 이에 대해 고어는 보다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을 약속했다.
커런트TV는 지난 4월 시험방송 이후 지금까지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1명의 후원자가 동참해 약 7,000만 달러로 출발했다. 약 2,000만가정에 전파를 보낼 수 있다. 향후 5년 내 5,000만가구를 타겟으로 하겠다는 게 고어의 포부다.
한 가지 석연치 않은 게 있다. 후원자가 대다수 민주당의 거액 기부자들이란 점이다. 혹시 커런티TV를 발판으로 고어가 다시 한번 정계에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여기에 대해 고어는 손사래를 친다. 정치를 다시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호언한다.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게 하루하루 배우면 산다고 한다. 특히 정치를 그만두면서 한결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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