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찜질방 한번 가보지 않을래? 남자아이들이 각자의 민박집으로 먼저 흩어져 심심해하던 차에 여자아이들은 이용수 회장의 부인 김경자씨의
제안에 눈을 반짝였다. 찜질방? 그게 뭐에요? 처음 들어본 단어에 이
들은 고개를 기우뚱거리며 궁금해했다. 김경자씨의 찜질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여행 컨설턴트로 한수정씨는 4살 때까지 한국에서 살았던 기억을 바탕으로 어떤 곳인지 짐작했다. 하지만 20여 년을 미국에서 산 한수정씨에게 ‘공중 목욕탕’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목욕하는 곳이 찜질방이란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무척 고민했다. 찜질방에 가기로 했던 전날 밤 한수정씨는 아이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비장한 목소리로 한국의 공중 목욕탕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들은 남들 앞에서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고 목욕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오 마이 갓!!을 외쳐댔다. 자신도 부끄러움이 많아 수영장에도 잘 가지 않던 한수정씨는 아이들을 설득하기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고. 입양인 멤버 중 하나인 샤나양은 다음날 찜질방에서 겪게 될 일들이 너무 걱정된 나머지 급기야는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김경자씨와 한수정씨의 거듭된 설득으로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아이들은 찜질방 행을 결심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결국 8명의 멤버들은 서울 신촌의 한 찜질방 앞에 섰다. 탈의실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수건을 하나씩 받아든 이들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커다란 샤워용 타월만 써온 이들에게 카운터 아주머
니가 전해준 타월은 너무 작았던 것. 머리를 짜낸 아이들은 아주머니에게 타월을 못 받았다는 귀여운 거짓말로 타월 8개를 더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타월 두 개와 찜질방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와 반바지를 손에 들고 탈의실로 입장한 이들은 옷을 갈아입으며 수건으로 몸을 감싸기에 바빴다.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계속 눈을 맞추고 있어! 위에만 쳐다 봐야해! 탈의실에서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 후 안으로 들어간 아이들 중 몇몇은 탕 안에서도 여전히 수건으로 몸을 감싼 채 앉아있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이기도 했다. 이들에겐 어려움의 연속이었던 한국의 찜질방이 준 다음과제는 샤워를 일어서서 해야한다는 것. 앉아서 하려니 불편하고 서서하려니 부끄러운게 이들의 딜레마였다. 하지만 몇몇이 용기를 내어 샤워를 시작하자 아이들은 누군가 가져온 때 타월까지 동원해 서로 등을 밀어주기도 했다. 샤워를 마친 후 입구에서 받은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위층으로 올라가 식혜도 먹고, 삶은 계란도 까먹으며 어떻게 하면 기념품으로 티셔츠를 몰래 가져 갈 수 있을까 논의하기도 했다고. ‘찜질방 체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전날 밤 가기 싫다며 눈물을 흘리던 샤나양이 없어진 것을 발견한 일행은 발칵 뒤집혔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어딘가에 혼자 있을
줄로 생각했지만 샤나양은 의외로 가까운데서 발견됐다. 그가 발견된 곳은 사우나 안. 땀을 빼며 사우나를 즐기고 있던 그는 깜빡 잠이 들었던 것이다. 자신을 찾으러 온 친구들이 깨우고 나서야 잠에서 깬 그는 찜질방이 너무 좋다며 그 안에서 살겠다고 떼를 쓰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찜질방 소동’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송희정,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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