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티 페어, 해스터트 하원의장 수뢰의혹 제기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 미국의 잡지 배니티 페어 9월호에 실린 미연방수사국(FBI)의 시카고 주재 터키영사관 도청의혹 기사가 미 정가를 강타할 조짐이다.
FBI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도.감청을 한다는 사실은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나 미 정계 거물인 공화당 소속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 의장이 터키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니티 페어에 제보한 사람은 FBI 통역요원으로 일해온 사이벨 에드몬즈씨.
그녀는 직무상 취득한 기밀을 외부에 누설했다는 이유로 지난 2002년 해고됐으며 지금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중이어서 더욱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잡지에 따르면 에드몬즈는 시카고 주재 터키 협회와 터키 영사관 직원들의 대화 내용에 관한 FBI의 도청내용을 통역했고, 그 과정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기밀을 탐지했다.
배니티 패어는 녹음까지 된 이 도청 내용을 인용, 해스터트 의장이 지난 1915-1923년 터키에서 자행된 아르메니아인 살해를 집단 학살로 규정하느냐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놓고 태도가 돌변한 점을 주목했다.
해스터트는 처음엔 집단학살로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나중에는 반대쪽에 손을 들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그 결의안이 해외에서의 미국의 이익을 해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바꿨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그러나 녹음에 담긴 터키 관계자들의 대화 내용은 이러한 해명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터키측은 미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해스터트 의장의 결의안 관철 의지를 저지하기 위해 수만달러의 거금을 20 0달러 이하의 소액 수표로 쪼개 해스터트 의장의 선거자금으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터키 영사관의 고위 관리들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해스터트 의장이 결의안을 철회하는 대가로 최소 50만 달러를 건넨 것으로 진술돼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도청된 녹음 내용에는 해스터트 의장의 목소리는 담겨져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스터트 의장측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이번 의혹을 폭로한 배니티 페어측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한 듯 시카고에서 도청된 내용은 단지 허풍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해스터트나 선거캠프측에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증거는 없다고 한발짝 물러났다.
에드몬즈는 자신이 FBI로부터 해고된 것과 관련,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해놓고 있다.
FBI는 지난 2001년 미국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9.11 참사 직후 터키어는 물론 페르시아어, 아제르바이잔어에 능통한 에드몬즈를 고용했다.
그러나 에드몬즈가 보안 규약을 위배, 일부 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로 지난 2002년 해고됐고, FBI내 다른 관리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린데 대한 보복으로 해고됐다는게 에드몬즈측의 주장이다.
만약 대법원이 에드몬즈의 요구대로 이번 사건을 심리키로 결정할 경우 국가안보및 정보와 관련된 여러 건의 다른 법률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b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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