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스프링스 한인사회는 젊다. 30년 전 인디오 지역 스왑밋에서 고생을 하며 부를 일군 이민 1세대들이 은퇴한 자리를 패기 있는 젊은 한인들이 채우고 있다. 팜스프링스 한인장로교회 교인들이 한인사회를 향해 환하게 인사하고 있다.
사막 온천보다 뜨거운‘투자 바람’
골프장 매입등 ‘동진’한인들 몰려
부동산 붐타고 땅값 2년새 10배 껑충
데저트 핫 스프링스 투자처로 각광
①‘최고의 휴양지’팜스프링스
온천, 사막, 골프, 그리고 바람.
팜스프링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단어지만 이것만 들어도 이 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따듯한 온천물이 쏟아지고 사막의 뜨거운 날씨가 한여름 수은주를 연일 100도 이상을 끌어올리는 핫 포인트다.
그런가 하면 밤기온은 뚝 떨어져 바람의 변화가 심하다. 겨울이면 눈이 하얗게 내려 ‘킬리만자로’를 연상케 하는 절경의 연속이다. 한인들에게 팜스프링스가 LA에서 가까운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주말 가족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곳에 한인들이 자리잡기 시작한지는 30여년전. 지금도 약 150여 가구가 날씨만큼이나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생활의 터전이기도 하다.
▲바 람
LA에서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팜스프링스를 향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돈키호테의 풍차나 공상과학 영화의 우주선을 섞어 놓은 듯한 기묘한 모습의, 수백 개의 풍력발전기다. 이 지역에 풍력발전소가 자리잡은 이유는 바다에서 사막을 향해 이동하는 바람이 하신토 산과 모롱고산에 부딪힌 대기가 좁은 계곡으로 모여들며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광풍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바람만큼이나 센 것이 있다. 아직 좁은 계곡을 타고 불어오는 거센 바다 바람만큼은 아니지만 팜 스프링스 일대에는 최근 한인들의 투자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한인들의 관심과 실제 투자가 집중되는 지역은 데저트 핫 스프링스. 온천장이 몰려 있는 곳이다.
▲온 천
사하라와 샌드파이퍼 같은 한인 운영 온천장이 몰려 있는 이 도시에 자리를 잡은 한인은 10여 가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20여명의 한인이 이 도시의 중심가인 팜 드라이브 주변 땅과 건물을 매입했다.
23년 전 온천이 좋아 데저트 핫 스프링스에 터를 잡은 뒤 팜 드라이브에서 골동품 상점을 운영하는 한 한인은 “전국적인 부동산 붐과 맞물려 시 정부에서 2만 가구의 신규주택 개발 계획을 내 놓으면서 불과 2년 사이 최고 10배까지 땅 값이 올랐다”며 “최근 유입되는 한인 자금은 은퇴 후를 대비한 노후 투자용과 시세차익을 노린 단순 투자용으로 나뉘어 진다”고 말했다.
▲사 막
팜스프링스 지역이 은퇴 후 거주지로 각광받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칼슘성분을 많이 함유한 유명한 온천과 함께 사막 덕이 크다. 겨울에도 70도를 웃도는 따뜻한 날씨 때문에 미 동부와 전세계의 나이든 부호들이 추위를 피해 팜스프링스로 모여든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습도가 낮은 건조한 날씨도 노인들이 살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앨러지가 살 수 없어 앨러지성 천식 환자가 없고, 수술 후에도 염증이 생기는 일이 거의 없다. 세계적 심장수술센터인 아이젠하워 병원이 이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사막기후 때문이다.
▲골 프
나이든 부호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골프산업도 크게 융성해 30여개의 골프장과 10여개의 골프스쿨이 4계절 골프광을 유혹한다. 데저트 던스등 한인들의 골프장 구입도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팜스프링스에 위치한 ‘칼리지 오브 데저트’의 골프경영학과는 2년제 대학임에도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학생들이 유학을 하고 있다.
팜스프링스의 한인들
세탁소·옷가게등 대부분 자영업 종사
한인인구 1,000명… 사업환경 좋은 편
팜스프링스 한인들은 대부분 세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자영업자로 영어나 스페인어를 구사하고 더위를 잘 견딘다. 이들이 이 지역 한인사회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팜스프링스 지역 9개 도시에 살고 있는 한인인구는 아무리 늘려 잡아도 1,000명이 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인타운도 존재하지 않고, 한인회나 상공회의소도 조직돼 있지 않다. 온천 같은 특수업종을 제외하면 주류사회를 상대로 스몰비즈니스 운영이 손쉬운 방법이다.
10년 전 팜스프링스 한인장로교회에 부임한 김명락 목사는 “한인들이 온천, 리커, 세탁소, 옷가게, 한의원, 청소회사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LA와 달리 한인업체간 경쟁이 거의 없어 비즈니스 환경은 아주 좋은 편”이라고 자랑했다.
대기업이 없어 아이젠하워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와 칼리지 오드 데저트에 다니는 일부 학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한인들이 자영업에 종사한다.
70년대 초에는 대부분의 한인이 농장이 많은 인디오 지역 히스패닉 농부들을 상대로 스왑밋을 운영했다.
스왑밋으로 돈을 번 한인들은 옷가게를 늘려 가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해 골프장과 온천·모텔업 등으로 사업방향을 넓혀갔다.
90년대들어 LA폭동으로 LA지역 한인들이 대량 이주하면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인들이 급증했다. LA보다 단가도 높고, 드라이클리너를 찾는 노인 고객들이 많아 장사도 잘 된다. 현재 20여 곳이 성업중이다.
한인들은 10여 곳의 모텔과 40여 곳의 옷가게와 스왑밋, 10개 내외의 리커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한의원과 한식당도 1∼2곳 성업중이지만, 아직 한국마켓과 한국비디오 가게 등은 들어와 있지 않다.
팜 데저트시 웨스트필드 샤핑몰 안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토마스 박(42)사장은 “미국 사람들은 비즈니스를 개업하면 매니저를 채용해 영업을 하지만, 한인들은 업주가 직접 모든 걸 챙기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 인터뷰
한인장로교회 김명락 목사
“교육열 높고 사업 기회 많아”
“더위만 견딜 수 있다면, 천당은 안돼도 999당은 된다고들 합니다.”
만 9년째 팜스프링스 한인장로교회에 재직중인 김명락(사진) 목사는 “팜스프링스의 좋은 점은 셀 수 없지만 특히 날씨, 학군, 사업기회는 어디 내 놔도 자랑할 만 하다”고 말한다.
여름이 덥지만 습도가 낮고 4계절 내내 따뜻한데다, 온천도 있어 노인들에게 최적의 장소다. 김 목사는 교인 중에도 휠체어에 실려 팜스프링스에 도착해 지금은 건강하게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자랑했다.
부자들이 워낙 많아 팜데저트 고교와 라퀸타 고교 등의 학군도 괜찮은 편이란 것이 김 목사의 전언. 김 목사의 두 자녀도 모두 UCLA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부인 김정숙씨는 “백인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아 과외가 필요 없다”며 “한인학생들은 대부분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붐과 함께 한인들의 투자가 몰리는 데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김 목사는 “주민들이 가로등 하나 설치하는 것도 반대할 정도이기 때문에 잠재적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급속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했다.
“삶의 여유 만끽… 행복해요”
사진가게 운영 토마스 박씨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합니다.”
팜데저트시 대형 샤핑몰에서 포토 갤러리아라는 사진관을 운영하는 토마스 박씨는 도시의 복잡함을 피해 선택한 사막생활이 너무 너무 만족스럽다. 아담한 집을 마련하고도 가족이 생활하기에 넉넉한 수입이 꾸준히 유지될 정도로 비즈니스가 잘되는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그가 사랑하는 기타를 마음껏 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다.
처음에는 손님이 없을 때 눈치를 보며 틈틈이 기타를 잡았는데, 언제부턴가 단골 손님들이 그의 기타 소리가 좋다며 연주를 부탁하곤 한다. 박씨는 “가족 같고 여유 있는 손님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어 좋다”며 “한 백인 부부는 샌디에고로 이사간 뒤에도 우리 가게에서 사진을 뽑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몰에 있는 한인 업주들도 한적한 삶에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팜스프링스=이의헌 신효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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