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대형항공사들이 여행자들에게 제공해 온 각종 무료서비스를 비용절감 차원에서 하나둘 거둬들이고 있다.
“체면이 밥 먹여주나”
지난 크리스마스 이후 일부 항공사들이 무료로 제공하던 베개, 잡지를 없앴다. 알래스카, 하와이로 갈 경우 밤에는 베개가 지급되지만 국내선의 경우 그밖에는 모조리 제거됐다. 건물 밖에서 탑승수속을 할 때 해주던 무료 가방운반 서비스도 중단했다. 노스웨스트는 맥주안주인 0.5온스 무게의 짭짭한 과자를 더 이상 승객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주지 않는다. 과자 한 봉지에 몇 센트밖에 안 하지만 이 대형항공사의 가차없는 결정은 이유가 있다. 국내선 일반석 승객에게도 공짜 식사가 제공됐는데 4월부터 서서히 자취를 감추더니 이젠 스낵은 3달러, 샌드위치는 5달러를 주어야 먹을 수 있다. 잡지는 항공사가 발해하는 세계여행자 출판물 외에는 모두 사라졌다. 지난해 노스웨스트를 이용한 여행자는 세계적으로 4,000만 명. 이 과자비용이 200만 달러나 소요됐다. 짭짤한 비용절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항공사들의 허리띠 졸라매기 전략으로 인해 여행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유가상승 등 경영악화 10년간 300억 달러 손실
베개·담요·과자·잡지 등 무료 서비스 중단
공짜 식사는 옛말…스낵 3달러, 샌드위치 5달러
비상구나 맨 앞줄 다소 넓은 자리는 22달러 추가
항공사들이 돈을 잘 쓰는 1등석 손님들은 특별 대우 하지만 일반석 손님들은 마음을 비우는 게 스트레스를 덜 받는 자세다. 제트블루, 사우스웨스트 등 저가 항공사들의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이들은 비용절감에 성공해 여행자들에게 제공해 온 각종 무료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가상승, 파산 위기 등에 몰린 대형항공사들은 지난 10년간 300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직원 임금과 베니핏을 줄이고 손님에 대한 서비스를 과감히 없애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 때 제한된 여행자들을 놓고 호화 유람선이나 기차와 경쟁하느라 온갖 서비스를 제공하던 항공사들이 완전히 새로운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젠 무료서비스 없는 장거리 버스와 그다지 다르지 않는 형국이다.
인플레를 감안하면 지난 10년간 항공료는 약 30%가 하락했다. 항공사 측으로서는 수지를 맞추기 위해 무료서비스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스웨스트는 2001년이래 33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적자만도 5억 달러다. 무료로 주던 맥주안주 과자가 사라졌다. 이 대신 건포도와 땅콩을 섞은 3온스 짜리 안주를 1달러에 사야 한다. 음료는 공짜지만 조만간 이 것도 돈을 내야 할 지 모른다.
항공사들은 건물 밖에서 탑승수속을 밟는 여행자들에게 가방을 무료로 들어주는 서비스를 해왔다. 그러나 이젠 가방 하나 당 2달러씩 부과하고 있다.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알래스카, 노스웨스트 등 대형항공사들이 공조하고 있다. 원래 이 서비스는 기차나 외국 항공사들의 서비스를 본 따 해오던 것이다.
항공사들이 모든 승객들을 일률적으로 대우하는 것은 아니다. 비싼 좌석에 앉는 손님들에겐 갖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지난해 뉴욕-LA, 뉴욕-샌프란시스코 구간에서 1등석을 타는 손님들에게 자리를 더 넓게 해주었다. 그리고 무선 인터넷 서비스로 추가할 계획이다.
티켓 가격에 따라 항공기 내에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티켓 구입 시에도 별도 부가료를 내야 한다. 일반 여행사에서 티켓을 예약할 때는 5달러를 내지만 비행장에서 티켓을 구입할 때는 10달러를 내야 한다. 버진 블루는 자리가 상대적으로 넓은 비상구와 맨 앞줄 자리를 원하는 승객들에게 22달러를 추가로 요구한다.
항공사들의 서비스가 각박해지자 이 기회를 놓칠세라 소형 저가 항공사들이 머리를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 이미 1990년 이후 이들 소형항공사들이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배나 증가했다.
US에어웨이즈와 합병을 원하고 있는 아메리카웨스트는 비즈니스 여행자들을 잡기 위해 1등석, 공항클럽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공항클럽의 연회비가 부담스러운 여행자들을 위해 하루 35달러의 회비로 클럽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품위와 실용성을 겸비한 아이디어다. 베개와 담요는 무료 제공하지만 음식은 판다. 무료서비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음식받침대, 칵테일 냅킨 등에 광고를 싣는다.
서비스 감축은 항공여행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이 것이 관계자들이 걱정하는 바다. 짐 운반 일을 15년간 해 온 에디 트렌트는 요즘엔 팁이 너무 적다고 불만이다.
손님들은 항공사의 서비스에 불만이라 팁을 줄이게 되고, 항공사 직원들은 손님의 팁이 줄어 불만이면 서비스는 줄이게 될 것이다. 악순환이 고리를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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