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탑 컴퓨터에 셀폰·전자수첩·디카·아이파드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전자기기들이 실상을 알고 보면 전기 소켓에 묶여 있다는 것은 현대생활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컬러 스크린, 비디오와 게임등 기능이 세련돼 갈수록 더 많은 배터리 파워를 필요로 하므로 꾸준히 재충전해주지 않으면 금방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챙기랴 분주... 충전 시간 만만찮아
‘배터리 수명’ 아직 소비자 기대치엔 미달
8시간 사용 랩탑 배터리 2008년돼야 나올듯
세일즈맨 조 크래이머는 랩탑 컴퓨터를 두시간마다 한번씩 충전해 줘야 하기 때문에 어딜 가나 전기 소켓부터 찾는 것이 버릇이 됐다. 회의실에서는 언제나 플럭을 사용할 수 있는 벽에 가장 가까운 구석에 자리잡고 공항에서는 바닥에 앉는다.
매일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셀폰과 전자수첩을 충전하는 것은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서 한가지 의식이 되어 버렸다. 커다란 충전기를 소켓에 꽂느라 침대와 책장의 위치를 바꾸고, 침대옆 램프는 켜지 못하는 이도 있다. 배터리 충전에 디지털 카메라와 아이파드도 빠질 수 없고, 운전하는 시간은 으례 충전하는 시간으로 사용된다.
워싱턴 DC에 사는 세일즈맨 조 크레이머와 그가 사용하는 여러가지 충전기들.
“아무리 비지니스 정장으로 잘 차려입으면 뭐합니까? 충전하느라 바닥에 앉아 있으면 아무 소용 없죠”라고 말하는 다시 트래블로스는 크레딧사이츠의 선임분석가. 출장갈 때마다 충전기가 가방에 가득하다.
해마다 배터리는 더 강력해지고 회로가 개선돼 에너지 절약형이 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배터리 수명은 사람들의 기대에 못미친다. 이달에 배터리가 불만인 아이파드 초기 모델 구입자 수천명은 애플사와 법정밖 합의를 해 배상을 받기도 했지만 팜원, 인텔, 모토롤라및 수많은 회사들은 진작부터 더 오래 가는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 인텔은 지난 2~3년간 배터리 수명을 연장 내지는 보존하는 일을 하는 작은 회사들에 투자하기 시작, 현재 5개 회사에 자금을 대고 있다. 모토롤라의 투자담당회사인 모토롤라 벤처스도 더 효율적인 리듐-이온 배터리를 개발중인 회사 A123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벤처 투자 회사들도 점점 배터리 파워 관련 투자에 관심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 4월, 전번 모델보다 더 가볍고 배터리 수명도 2배로 늘인 ‘텅스텐 E2’를 출시한 팜원의
제작 담당 매니저 라지 도시는 “배터리 수명은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중 하나”라며 “엔지니어들에게 언제나 더 작고 강력한 배터리를 만들어 오라고 당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라 커다란 기술적 진보를 요청하는 일이다.
요즘 과학자들이 화학물질을 점점 더 잘 혼합해 재충전용 리듐-이온 배터리를 더 강력하게 만들고 있긴 하지만 그 작은 용기에 담을 수 있는 에너지의 용량및 제조 비용에는 한계가 있다. 인텔은 한번에 8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는 랩탑을 내놓기 위해 하드웨어 제조업체들과 함께 배터리 기술을 실험하고 있는데 그런 컴퓨터는 2008년이나 돼야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테크놀리지 전문가들은 전화, 컴퓨팅, 이메일, 텔리비전, 게임, 사진등을 단 하나의 장치로 해결하게 하겠다고 장담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각각의 기능을 가진 여러가지 장치들을 가지고 다닌다. 따라서 각각 다른 충전기가 필요해진다.
앞의 세일즈맨 크레이머는 랩탑 충전기가 2개로 하나는 직장 책상, 다른 하나는 서류가방에 넣고 다니며, 아이파드 충전기도 항상 사용한다. 셀폰 충전기는 10개가 넘는다. 출장 가서 사서 쓰다 버린 충전기만도 열댓개로 “셀폰은 브랜드마다 충전기가 다르다. 표준화되면 서류가방 무게가 크게 줄 것”이라고 크레이머는 말했지만 셀폰 제조업체들은 고유의 충전기를 사용해야 서비스의 질이 보장된다고 주장한다. 또 대당 30, 50달러인 충전기 판매 수입 또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로 나온 유니버설 충전기 ‘아이고(iGo)’는 아이파드, 거의 모든 종류의 셀폰, 랩탑, 블랙베리등 각각 다른 전자장치들에게 두루 통용될 수 있다. 또 서너개를 한꺼번에 충전할 수도 있는데 ‘아이고’를 만드는 모빌리티 일렉트로닉스의 찰스 몰로 사장은 “소비자들이 가지고 다니는 배터리 사용 전자장치는 평균 5.5개에 달한다며 아이고를 사용하면 훨씬 편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쨌든 포터블 컴퓨터의 무게가 20파운드나 되고, D 사이즈 배터리를 한없이 집어 넣던 빵상자만 하던 붐박스를 생각하면 요즘 휴대용 기기들은 전 세대에 비하면 크게 개선됐고, 돈을 줘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그런 물건들을 쓰고 싶지는 않다는 사용자들이 절대 다수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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