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네티컷주 워터베리의 세인트 매리 하스피털에서는 밤늦게 급히 CT 스캔이나 MRI, 초음파 검사가 필요할 경우 응급실 근무자가 곤히 잠자던 방사선 전문의를 깨워 판독하게 했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대신 그 일은 8,00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있는 인도의 방갈로레에 있는 아르준 칼리얀푸르에게 간다. 코네티컷이 한밤중일 때 칼리얀푸르는 한창 대낮이기 때문이다.
미·유럽 병원들, 인도 등지로 아웃소싱
‘시차·공간의 제약 극복’ 좋지만
유자격자 여부·사고때 책임 소재등 ‘걱정’
칼리얀푸르는 세인트 매리 뿐만 아니라 미국내 수십개 병원이 전송하는 사진들을 재빨리 판독해서 담당 의사에게 결과를 보내준다. 칼리얀푸르는 하와이,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스위스, 이스라엘, 브라질등 미국및 외국에서 점점 늘고 있는 소위 ‘나잇호크(nighthawk)’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시차와 최신 기술을 이용해 방사선 전문의의 X레이 사진 판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 회사 및 그를 이용하는 의사, 병원들은 덕분에 한밤중에도, 시골 구석의 작은 병원들도 졸리고 피로하지 않은 방사선과 전문의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더 이롭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회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우선 그 먼곳에 있는 방사선의가 유자격자인지, 그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이 확실히 되는지, 일이 잘못될 때 외국에 있는 의사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것인지, 진짜 제대로 훈련받고 자격증을 취득한 방사선 전문의가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환자의 프라이버시는 보호받는 것인지등이 모두 의문이라는 것이다.
의사가 멀리 있는 환자를 진료할 수도 있고, 의료 서비스를 해외로 아웃소싱할 수 있는 원격 의료행위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추세로 병리학과에서도 방사선과와 비슷한 일들이 이미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필요한 직무를 수행하는 의사들이 적절한 훈련및 허가를 받았음을 보장하고,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어딘가 다른 곳으로 전송될 때마다 그 사실을 환자에게 알리게 하는 주 및 연방의회의 새 법안등 각종 규제안들도 만발하고 있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 상원의원(민주, 뉴욕)과 함께 환자가 사전에 동의할 것을 의무화시킬 법안을 제안한 에드워드 마키 하원의원(민주, 매사추세츠)은 “환자들은 자신의 X 레이나 기타 건강에 관한 정보가 프라이버시에 대한 안전장치가 든든하지 않은 다른 나라로 보내지기 전에 그 사실을 알고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원격 방사선과 서비스가 증가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방사선과 전문의가 부족하고, 이미징 테크놀로지의 급격한 발달로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검사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 결과적으로 종합병원 방사선과 전문의들은 한 밤중까지 할일이 너무 많아 쩔쩔 매고 있는 것이다. 밤 새워 일한 사람을 다음 날 아침부터 또 일을 시키기는 너무 위험한 일이라 세인트 매리는 물론 수백개의 종합병원및 방사선과 개업의들이 아웃소싱을 시작하게 된 것. 쮜리히와 시드니에 40명의 방사선의를 두고 미국내 600개 병원에 서비스하는 아이다호주 소재 ‘나잇호크 레이디올로지 서비시즈’의 폴 버거는 “환자 보호가 개선됐음을 확신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소위 ‘고스팅(ghost-ing)’이라 불리는, 미국 자격증을 가진 전문의 한두명이 그보다 자격이 덜한 테크니션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승인하는 형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클리블랜드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 방사선과 과장 존 해가는 “한두명의 자격증 가진 사람이 25~30대의 컴퓨터 터미널 앞에 앉은 자격증 없는 사람들을 감독한다면 악몽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내 고객이 많은 인도의 큰 회사 ‘위프로 인포텍’이 2003년에 미국 병원에서 보낸 사진의 예비 판독을 미국 자격증을 가지지 않은 방사선과 의사에게 맡겼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중단했으나 워낙 시장 규모가 확대일로이다보니 다시 그렇게 할 기회만 엿보고 있다.
해외에서 X 레이를 판독해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자신들은 미국에서 훈련받고 고객 병원이 위치한 주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의사들만 고용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과연 판독 업무를 그들이 직접 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와 그를 이용하는 병원들은 매일 아침마다 그 판독 결과를 자기 병원 소속 방사선과 전문의로 하여금 재점검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실수가 발생했을 경우 외국에 있는 방사선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서비스 제공사들은 자기들도 미국내 방사선의들과 꼭 같은 부당진료 보험을 소지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똑같이 처리된다고 장담하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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