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밀입국하다 붇잡힌 멕시코인 들이 국경경비대 샌디에고 섹터의 ‘출라비스타 프로세싱센터’ 구치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승관 기자>
집중 취재-국경 밀입국 현장을 가다
(2) 샌디에고 멕시코 국경
밤마다 쫓고 쫓기는 게임
작년에만 14만명 적발
최근 한국인들 거의 없어
“국경넘다 폭염에 죽는 밀입국자 많아”
<샌디에고에서 김상목 기자> 이름 모를 노란 들꽃들이 듬성듬성 피어 있는 임피리얼 비치 인근의 미·멕시코 국경지역.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국경장벽 인근 구릉지대는 낮잠이라도 청하고 싶을 만큼 한가롭고 무료해 보인다. 그러나 한가로움도 잠시뿐, 국경 장벽 너머 멕시코 티화나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다란 언덕마다 감시 포스트에 자리잡은 국경 경비대원들의 번득이는 눈빛과 마주치자 삼엄한 국경지대라는 실감이 들기 시작한다. 이 곳은 미국에서 가장 밀입국자가 많다는 샌디에고 국경이다.
기자에게 샌디에고 국경지대를 안내하던 샌디에고 섹터 본부의 버뮤네즈 대원이 임피리얼 스테이션의 해안 감시초소에서 티화나 쪽을 바라보던 한 순찰대원을 소개한다.
“저쪽 멕시코 청년이 앉아 있는 곳이 유명한 투우장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평온해 보이지만 저녁만 되면 순찰대원들과 밀입국자들 사이에 숨바꼭질이 계속됩니다.” “하루에 보통 50명에서 100여명이 국경 담을 넘다 붙잡힙니다. 매일매일 숨바꼭질을 하는 셈이죠.”
미국 남서쪽 국경의 끝인 임피리얼 비치에서 시작해 테메큘라까지 66마일 거리의 국경과 7,000평방마일 규모의 국경지대 경비를 맡고 있는 ‘국경경비대’(Border Patrol) 샌디에고 지부는 관할구역이 가장 짧지만 미국 전체 국경을 통틀어 가장 많은 밀입국자가 적발되는 곳이다. 2004년 한해에만 샌디에고 섹터에서 14만여명의 밀입국자가 적발됐고 지난달까지 3만여명의 밀입국자가 적발됐다.
샌디에고 섹터에는 2개의 국경장벽이 설치돼 있다. 2차대전 당시 활주로에 깔았던 철판으로 만든 1차 국경 장벽과 최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2차 장벽이 1차 장벽 북쪽으로 수백미터 간격으로 세워져 있다. 버뮤네즈 대원은 2차 장벽 이후 밀입국자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샌이시드로 국경지역으로 이동하던 중 거품이 하얗게 일며 악취가 진동하는 하수천이 보였다. 멕시코 쪽에서부터 흘러 들어오는 이 하수천은 밀입국자들의 루트로도 이용된다.
샌이시드로 국경을 가르는 조그만 개천을 사이에 두고 여성 순찰대원인 아귀레 대원과 미국 쪽을 힐긋힐긋 쳐다보고 있는 대 여섯명의 멕시코 남성들이 보인다. “오늘밤이면 저 사람들 분명히 국경을 넘다 우리 대원들에게 잡혀올 것입니다”라며 아귀레 대원은 눈에서 망원경을 떼지 않은 채 기자에게 설명한다.
버뮤네즈 대원이 국경 담을 넘다가 적발된 밀입국자들을 처리하는 ‘출라비스타 프로세싱센터’로 안내했다. 정오도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프로세싱센터는 멕시코인들로 보이는 수 십여명의 남녀 밀입국자들이 붙잡혀 와 있다. 이들은 지문 조회를 한 후 미국 내 범죄기록이 없으면 수시간 내에 바로 멕시코로 보내진다.
한국인은 지난 2000년 이후로는 붙잡힌 적이 없다고 이들을 처리하던 한 대원이 귀띔한다. 멕시코인뿐 아니라 중국인, 러시아인 등 전 세계 71개 국가 출신 밀입국자들이 붙잡혀 이 프로세싱센터를 거친다. 비오는 날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밀입국자가 급증해 프로세싱센터가 발 디딜 틈조차 없어진다.
기자를 안내하던 버뮤네즈 대원은 “여름철이 다가오면 걱정이 앞섭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폭염으로 죽는 밀입국자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필리핀계 이민 1세거든요”
2차대전 당시 활주로 보수용으로 사용됐던 철판으로 1차 국경 담으로 사용되고 있다. 담 너머 멕시코쪽 해변가에 멕시코 남성들이 미국 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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