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국 차별… 불친절… 긴 대기시간
’터키인 유학생’ 계기로 본 출입국관리 실태
외국인 설명 잘 안해줘 가기 싫은 곳
관리소 20여명이 1,000명 상대 애로
“Shit(제기랄)! Shit! Shit!”
9일 오후 1시 서울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현관을 걸어 나오던 나이지리아인 이브라힘 압둘 라시드(34)씨 입에선 영어 욕설이 간간이 새어 나왔다. 비자 연장을 위해 찾아온 그는 “모든 서류를 다 제출했지만,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비자를 3개월만 연장해주더니 그냥 가라고만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와 동행한 나이지리아인 이젝 이지케(33)씨는 “우리가 흑인이라고 무시하는 것 같다”면서 “늘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들 때문에 한국이 좋아졌다가도 출입국관리사무소에만 오면 기분이 상해 돌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9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방문한 외국인 등 민원인들이 줄지어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손용석기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출입국관리에 관한 전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출입국관리소가 외국인들에겐 외려 가장 가기 싫은 곳의 하나로 전락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은 협소한 공간과 긴 대기시간, 직원들의 고압적 태도와 여전히 체감하는 출신국가에 따른 차별 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날 오후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 관리실은 한마디로 시장바닥을 연상케 했다. 외국인등록, 비자 등 각종 증명발급, 재입국 허가 등 한국에 살기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관리과는 가장 많은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 하지만 10평 남짓한 공간은 민원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일부 순번이 늦은 민원인들은 현관 로비에까지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도 번호표 발급기에 표시된 대기인 수만 351명. 중국인 전용, 기타외국인, 한미행정협정 및 일본인 전용 등으로 구분된 10개의 창구엔 밀려오는 민원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90% 이상의 민원인이 찾아온 4개의 중국인 전용 창구 앞에는 점심도 굶은 채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재입국 허가를 받기 위해 이곳을 찾은 중국동포 한모(56ㆍ여)씨는 “벌써 1시간째 기다렸지만 아직도 앞에 100명이 넘게 있다”면서 “매번 이렇게 기다려서 창구 직원을 만나는 시간은 길어야 5분”이라고 말했다.
2년 전 결혼한 멕시코 출신 부인의 국적포기 신청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이호준(40)씨는 “멕시코 말을 할 줄 아는 직원이 없어 올 때마다 늘 아내와 함께 동행해야 했다”면서 “오늘은 담당 직원에게 아내가 몇 가지 질문을 하자 ‘이제 한국인으로 살라’며 고압적으로 말해 한동안 실랑이를 했다”고 불만을 늘어놓았다.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매일 20여명의 직원이 1,000여명의 외국인을 상대하는데, 그들 한명 한명의 사정을 다 들어주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애로를 털어놓았다. 그는 “출입국관리소는 가장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오는 나라의 얼굴인데, 지금 같은 시설과 인원이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예산과 인원 증원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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