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脫한국 신호탄 우려
채권 純투자 47억弗 ‘작년 2배’
中企 직접투자도 74%나 늘어
국내 자본의 해외 이탈 조짐이 뚜렷하다. 채권 투자도, 직접 투자도, 심지어 개인들의 소비마저도 한결같이 ‘해외로’ 향하고 있다. 물론 외환 위기 당시와는 다르다. 과잉 논란에 시달리는 외환보유고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자본 유출은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포트폴리오(분산 투자) 차원의 자본 이탈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회 전반으로 자본 이탈 분위기가 확산되면 도피성 이탈 자본도 함께 늘어나면서 국부 유출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자본 엑소더스(대탈출)’의 전조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 해외 채권 인기 폭발
대형 기관투자가인 삼성생명은 자산운용액의 10% 이상을 해외 채권에 투자한다. 금액으로는 11조원 규모다. 4~5년 전 1% 남짓에 불과했으니 짧은 기간에 10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이 회사 전영묵 부장은 “주 투자 대상은 ‘A+’ 이상 신용등급의 우량 대기업 및 공사 채권”이라며 “향후에도 조금씩 투자 규모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8월 중 내국인의 해외 중ㆍ장기 채권(1년물 초과) 순투자(투자액에서 회수액을 뺀 것)는 47억1,48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년간의 순투자액 21조6,540만달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해외 채권투자에 주로 나서는 곳은 장기적인 자산 운용을 하는 보험사와 연기금. 지난 8월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한 이후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밑으로 떨어지는 등 국내외 장기금리의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해외 채권으로의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원투신운용 황보영옥 채권운용팀장은 “금리의 역마진을 방어하기 위해 해외 채권을 선호하는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해외직접투자
수출입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1,161건에 13억6,000만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 1,009건, 7억8,100만달러보다 금액 기준으로 74.1% 늘어났다. 개인 및 개인 사업자의 해외직접투자 역시 이 기간 2억6,5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1억5,600만달러)에 비해 금액 기준으로 70% 늘어났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 2002년 이후 매년 20억달러 안팎을 유지하는 추세.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해외 진출을 원하는 대기업은 이미 해외 공장 설립을 대부분 마쳤기 때문”이라며 “내수 불황 장기화 등에 따라 이제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개인 소비도 마찬가지
국내에서는 좀처럼 소비를 하지 않는 개인들이 유학ㆍ연수비나 해외여행비 등 해외 소비는 계속 늘려가고 있다. ‘펑펑’ 써대고 있다. 올들어 8월까지 개인들이 유학ㆍ연수, 해외여행, 송금, 재산 반출 등으로 해외로 자본을 유출시킨 국제수지상 금액은 총 136억달러(15조6,000여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2% 증가했다.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유학ㆍ연수경비 목적의 대외 송금액이었다. 8월 유학ㆍ연수 목적의 대외 송금액은 3억300만달러로 월간 송금액으로 종전 최고치를 넘어섰다. 해외여행을 통한 유출도 61억7,000만달러로 13% 늘었으며, 이민자나 교포의 추가 재산 반출로 인한 자본 이전도 11억6,000만달러로 20.8% 증가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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