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적자 첫 2조 돌파… 1년새 73% 늘어
남편이 경기 수원의 한 사립대 교수인 이모(43ㆍ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지난해 7월 초등학교 5학년 큰 아들(12)을 미국 버지니아주로 조기유학 보냈다. 남편의 보수는 각종 세금을 빼면 월 350만원 수준. 이씨는 “지난 1년 동안 아들에게 들어간 유학비용은 월 150만원씩 총 1,800만원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아들이 공립학교에 다녀 그나마 비용이 적게 든 경우. 2년 전 아내와 무남독녀 딸(14)을 캐나다로 보내고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있는 유모(47ㆍ의사ㆍ서울 송파구 오금동)씨는 매월 500만원을 꼬박 송금하고 있다.
딸이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에 다니는데다 차량 유지비와 보험료 등 각종 생활비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유씨는 “수입의 3분의 2 정도가 유학송금으로 나가고 있지만 아내는 생활비가 모자란다는 전화를 자주 한다”고 털어놓았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외국으로 나가는 유학생은 해마다 급증하는 반면,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학생은 제자리 걸음을 계속해 유학수지 적자(해외연수 포함)가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어섰다. 유학수지 적자의 주범은 바로 이 같은 조기유학이었다.
6일 교육인적자원부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학수지는 외국 유학생 유치로 인한 국내 수입액이 1,490만 달러(178억8,000만원), 국내 유학생들의 경비로 나간 해외지급액이 18억5,220만 달러(2조2,226억4,000만원)로 무려 18억3,730 달러(2조2,470억6,000만원) 적자였다. 2001년 10억5,920만 달러(1조2,710억4,000만원)에 비해 73.5%나 늘어난 규모이다.
특히 지난해 대학생 유학은 2001년보다 6.6%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불법인 초ㆍ중ㆍ고교생 조기유학은 2002년에만 무려 27.5%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조기유학을 줄이기 위해 공교육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으나 이해 관계자의 반발 등 걸림돌이 많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해외유학과는 반대로 외국인들의 국내 유학 실적은 무척 저조했다. 2001년 1만1,646명에서 지난해 1만2,314명으로 2년간 겨우 5.7% 늘어난 것이 전부이다.
국제교육진흥원장을 지낸 오성삼 건국대 사대부고 교장은 “지방대의 비어가는 교실을 채우고 유학적자 폭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은 해외 유학생 유치밖에 없다”며 “해외유학청 등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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