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 폭격기 조종중 추락 백인
불길속 흑인병사 도움받아 구조
50년만에 우연히 병원서 해후
은인 숨지자 유가족 돌보며 여생
제2차 세계대전 때 흑인 병사에 의해 목숨을 건진 한 백인 병사가 50년 후 우연하게 해후한 그의 가족에게 15년 이상 톡톡히 보은하고 있어 흐뭇한 화제를 낳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에버렛 하인스(85·베이커스필드 거주). 그는 2차대전이 한창인 1942년 B-17 폭격기 조종사로 오클라호마에서 훈련중 추락사고를 당했다.
불타는 추락기에 갇혀 의식을 잃었던 그는 인근의 흑인부대에서 사고를 목격하고 달려 온 병사들 중 목숨을 걸고 불더미 속에 뛰어 든 아비 왓슨에 의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하인스와 왓슨은 둘 다 심한 중화상을 입었으나 회복되었고 이들은 병원에서 잠시 만나 인사를 나눈 후 각자 전쟁터로 나갔다. 전시라서 이들은 다시 만날 기약을 할 수도 없었다.
남태평양 주둔 임무를 마치고 고향인 베이커스필드에 돌아와 살던 하인스가 생명의 은인이었던 왓슨을 극적으로 다시 만난 것은 1990년대 초였다.
입원한 친구를 면회하기 위해 간 한 병원에서 “심장마비 환자”라며 급히 스쳐 가는 패러매딕스 침대 위 환자 얼굴이 ‘언젠가 꼭 본 모습’이었다. 하루 밤을 지샌 후 다시 병원에 찾아가 환자의 가족에게 ‘그가 꿈에도 잊지 못할 왓슨’임을 확인했다. 병실에 뛰어들어간 그를 왓슨도 단번에 알아봤다.
홍안으로 헤어졌다가 백발노인으로 재회한 이들의 감동적인 만남은 오래가지 않았다. 왓슨은 얼마 안돼 사망했고 그는 죽기 전날 하인스에게 ‘어려운 부탁(?)’을 했다. 갓 낳은 아기와 1세짜리 쌍둥이 아들 둘을 혼자 키워야 하는 딸을 자기 대신 돌봐달라고 한 것.
하인스는 물론 오케이 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1989년 아내를 사별하고 혼자 살던 집에 왓슨의 아내와 딸, 그리고 3명의 아기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이들 모두의 생활비와 학비로 부어넣었다.
집이 망가져도 고칠 염두도 못 내고 근근히 살아 온 하인스는 그러나 이제는 친할아버지처럼 키워 온 14세 로널과 15세 쌍둥이 켄스의 사랑과 응석을 되돌려 받고 있다.
그는 “왓슨은 내 목숨을 살려줬고 그의 가족과 손자들은 나의 노년의 행복을 또 다시 주고 있다”고 행복해 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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