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의 비극은 반세기가 훨씬 넘은 세월이 흘렀으나 지워지지 않는다. 인민군은 소련 제 전차를 앞세우고 따발총과 아카포 소총을 갈기며 대한민국을 공격해 왔다.
국군과 유엔군의 전사자가 33만 명에 달했다. 불법남침을 강행한 북한괴뢰군은 180만 명이나 죽었다. 무고한 민간인과 어린이들의 사상자가 345만여 명에 달했으니 천인공노할 죄악이었다.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장렬하게 순교한 종교인들이 520여명이었으며 교회와 사찰 종교시설의 방화가 2,000 건에 달했다.
조국의 비극적인 현실은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내게 너무나 엄청난 고통이었다. 경찰가족인 우리가족은 “사흘이면 돌아올 거야” 라며 전장으로 달려나간 아버지, 형, 매형의 말을 그대로 믿었으나 전쟁은 빨리 끝나지 않았다.
남은 가족들은 피난길에 올랐다. 나는 책가방에 곡식가루를 비상식량으로 넣고 뛰고 또 뛰었다. 동네를 빠져 나오다가 느티나무아래 쓰러져있는 여인을 보았다. 바로 우리 이웃집 경찰 가족이었다. 두들겨 맞아 만신창이 되어 있었으며 열 손가락, 열 발가락 사이를 모두 찢어놓았다. 아직은 숨이 끊어지지 않은 것 같았으나 곧 목숨을 거두었을 텐데 우리는 어떻게 손쓸 수도 없이 두려움과 공포 속에 도망쳐 나왔다.
밤이면 70리 길을 걸어서 가다가 사물을 분간할 수 있는 새벽이 되면 숲 속에 숨어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리고, 또 도망치는 도망자가 되었다. 칠흑 같은 밤중에 걷다가 무엇에 걸려 넘어지면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군인지 적인지도 구별할 수 없는 시체.
전쟁이 끝났을 때 남쪽이나 북쪽은 승자도 패자도 아니었다. 모두가 슬픔 뿐이요, 폐허와 비참함뿐이었다. 6.25를 모르는 세대, 슬픈 역사를 새삼스럽게 끄집어 되씹으며 한탄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시는 비참한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제 우리는 거창한 지구촌이 전쟁과 포화가 그칠 날이 없이 온통 상처투성이인데 역사의 무대에 외롭게 서 있다. 조국 대한민국은 어쩌면 우방 미국으로부터도 따돌림을 받게될 위치에 있다. 분명한 것 한가지는 무력이 아니라 사상적으로 대한민국이 이미 점령당했다는 현실이다.
지구상에서 이미 공산주의는 몰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공산주의가 아닌 김일성, 김정일 주체사상이 인터넷을 공략하고 6.25를 모르는 젊은이들을 부추긴다.
미국의 청년들이 알지도 못하는 대한민국에 가서 무수히 희생당하며 우리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굶어죽는 한국인들을 먹이고, 입히고, 치료하고 살려냈다. 이런 미국을 적이라고 하는 어리석은 백성이 세상에 어디 또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희망은 있다. 우리 민족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새 출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합과 전진으로 새 역사를 이루자.
최학량 목사·남가주 기독교 교회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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