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느 나이에나 적절한 운동을 해야 건강하지만 중년에 이르면 운동은 거의 필수 ‘생존’ 조건이 된다. 나이 들면서 하나 둘씩 존재를 과시하기 시작하는 비만, 고혈압, 당뇨 같은 다양한 신체적 증상들과의 정면 대결에 있어 최전선에 서는 것이 운동이기 때문. 그러나 중고교 때 체육시간 이후로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아왔기 쉬운 주부들 중에는 낫고 싶으면 운동을 하라는 의사의 처방이 너무 갑작스럽고 생소했다는 이도 있다.

매주 월, 수, 금요일 밤 8시15분부터 한시간씩, 라하브라 ‘신나는 에어로빅’(대표 조영미)에서 4년째 한국식 에어로빅을 하고 있는 20여명의 한인 중년 여성들은 오십견이나 관절통증, 우울증 같은 것을 모르고 산다.
대부분 40대 후반이고 50대, 60대도 있지만 주 3회 이상 한시간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니 아랫배나 엉덩이에 미처 군살 같은 것이 붙을 새가 없이 저마다 요즘 10대, 20대가 무색하게 몸에 딱 붙는 복장으로 양벽면을 꽉 채운 대형 거울 앞에서 자신있게 다양한 동작들을 소화해 내고 있다.
이들이 하는 한국식 에어로빅이란 한국과 미국의 대중가요에 맞춰 에어로빅에 춤을 섞은 동작을 안무한 것이라고 말하는 강사 조영미씨(39)는 한국서 아이를 낳고 살이 너무 쪄서 동네에서 에어로빅을 시작했다.
새벽반에 1년쯤 나가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강사 자격증까지 따 일산의 큰 스포츠센터로 스카웃까지 됐지만 4년전 미국으로 이민 오면서 에어로빅과는 인연을 끊을 줄 알았는데 8개월만에 또 다시 에어로빅 강사로 나서게 됐다.
“저도 살이 쪄서 운동이 하고 싶은데다 마켓 봉지로 한아름씩 비디오를 빌려 가지고 다니는 아주머니들을 보면서 저분들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켓에 플라이어를 돌렸습니다. 그걸 보고 찾아온 두어분과 풀러튼의 한 태권도장을 한시간씩 빌려서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어요”
춤과 에어로빅은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므로 두 가지를 결합시켜 근육을 골고루 쓰게 하는 것이 한국식 에어로빅의 장점이라는데, 지난 4년간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져 늘어난 수강생들을 태권도장 빌리는 것 가지고는 소화할 수 없어 2년전 라하브라(231 S. Harbor Blvd.)에 스튜디오를 열고 저녁반, 아침반에 이어 기초반, 70세 이상반 외에 전문 강사를 초청하여 재즈 댄스, 힙합, 살사 클래스도 갖고 있다.
“1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재미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수강생들은 온몸을 땀으로 적시고 나면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피부도 좋아지고,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한다고 했다.
저녁반에서 최연장자인 김자혜씨(60)는 이곳에 다니기 시작한 3년 전부터 오랫동안 맞아오던 침을 끊었고, 온 몸의 아픈 데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살이 빠지면서 몸매가 되살아났다고 했다. “3년 전보다 더 젊어졌어요”
“먹어도 걱정 없고 몸에 탄력이 생겼다”“전신운동이라 무릎에 부담이 없다”“갱년기를 쉽게 넘겼다”“요실금, 골다공증, 치매 예방에 그만이다”“어느 모임에 가도 춤은 꽉 잡는다”“여성스러운 동작인데다 매달 다른 작품을 하니까 다양하고 도전이 돼서 좋다”“요즘 아이들이 듣는 최신 음악도 많이 알게 된다”등 칭찬이 끝이 없는 저녁반 수강생들은 대부분 퇴근하고 오는 일하는 여성들. 운동하며 스트레스가 풀리는 아내들이 날로 예뻐지고 성격도 밝아지니 남편들도 적극 후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원 한인 중년여성들이다 최근에는 밖으로 새나가는 신나는 음악소리를 듣고 찾아온 히스패닉 아가씨도 가세한 ‘신나는 에어로빅’ 참가비용은 주3일 기준 월 80달러다. 연락 (714)393-1236.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