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가 한 말 중 “너 자신을 알라”란 말은 두고두고 곱씹어도 될 말이다. 세상을 살면서 흔히 공주병이나 왕자병에 걸리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 자신을 몰라 그런 병에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속에는 다양한 뜻이 내포돼 있다. 너의 분수를 알아 분수대로 살아가란 뜻. 너의 형편을 알아 형편대로 쓰고 살아가라는 뜻. 너의 실력을 알아 실력대로 고분고분 살아가란 뜻. 너의 외모를 알아 너무 눈을 높이지 말란 뜻 등등 너무나 많은 뜻을 함유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이 말만큼 처세철학에 좋은 것도 없다. 어떤 환경, 어떤 처지에서도 자기 자신만 확실히 알고 있다면 큰 난관은 피할 수 있다. 상대방보다도 나 자신을 몰라 당하는 편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 소크라테스도 자기 자신을 몰라 독약을 받고 감옥에서 죽어갔으니 이것보다 더 한 아이러니도 없다.
사실 “너 자신을 알라”란 말은 소크라테스의 말이기보다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그 때 그리스에 널리 행해졌던 말이라고 한다. 그런 말이 후세 전해지기를 소크라테스가 한 말처럼 전해져 굳어버렸다. 그 말이 소크라테스의 말이건 아니건 그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주는 의미에 있다.
“너 자신을 알라” 아주 간단히 ‘나’를 알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 말 하나만을 화두로 삼아 평생 공부와 수행을 한다 해도 답을 얻기 어려운 게 이 말이 주는 의미다. 그만큼 나 자신을 안다는 것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나란 누군가” 혹은 “나란 무엇인가”란 철학적 물음 자체가 “너 자신을 알라”란 의미 속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적을 먼저 알고 나를 알면 어떤 싸움에서도 이긴다”란 뜻이 담겨 있다. 이 말 속에는 하나의 함정이 있다. 그 함정이란 “적을 많이 알아도 나를 모르면 진다”란 함정이다. 싸울 상대를 많이 알면 뭐하나, 나도 모르면서. 싸워봐야 백전백패다.
“너 자신을 알라”에선 철학적 의미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 삶에 적용을 시켜야 한다. 그래서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촉매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철학이 삶의 철학으로 바뀌어 우리의 삶에 이로움을 가져다주어야 한다. ‘자신을 안다’ 함은 크게는 자신에 대한 정체성부터, 작게는 자신의 적성과 현실 및 이상을 알아두는 것이 구체적으로 자신을 아는 첫 걸음이다.
정체성과 현실은 사회학적 현상을 포함한다. 미국에 산다면 미국에 살고 있는 나의 정체성은 ‘코리안-아메리칸’이다. 얼굴은 노랗지만 사는 건 하얗게 살아야 한다. “내가 왜 미국에 들어왔으며 무엇 때문에 미국에 살고 있는가”부터 알아야 한다. 또한 미국의 역사와 사회를 알고 다른 민족과 더불어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적성과 이상은 어릴 때부터 탐구되어져야 한다. 자신의 적성만 정확히 알면 “너 자신을 알라”에 크게 근접해 들어가는 수확을 얻을 수 있다. 한 개인의 적성을 빨리 앎은 그 사람 평생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키가 될 수 있다. 그러기에 부모들은 자녀들의 적성을 어릴 때부터 파악해 적성에 맞는 진로를 가도록 조언과 지도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상은 저 멀리에 두고 가족 부양만을 위해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 함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이들은 이미 중년에 들어서거나 장년이 돼버린 사람들이다. 또 은퇴 후 노년에 들어간 사람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함은 어떤 의미일까.
중년과 장년에겐 자리 매김과 지킴이, 노년에겐 죽을 준비를 멋있고 깨끗이 하라는 말로 들릴 수 있다. 공주병이든 왕자병이든 자신의 식과 멋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행복해 보일 때가 있다. “너 자신을 알라”고 외쳤던 소크라테스도 자신을 모른 채 죽어갔기 때문이다.
김명욱/목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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