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며칠 다녀왔다. 한국에서는 자살에 대한 보도가 신문과 텔레비전 그리고 라디오 방송에 연일 보도되고 있었다. 자식의 카드 빗 때문에 자살한 노부모, 카드 빚에 시달려 고민하다가 14층 아파트에서 일곱 살과 세 살 난 두 딸을 떨어뜨리고 다섯 살 난 아들을 껴안고 투신한 30대의 주부등... 연일 계속되는 자살 소식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한국에서 뉴스를 보면서 침통한 마음으로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의 투신자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이 사회의 잘못된 구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한국에서 자살하는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은 신용카드 빚 문제이다. 얼마 전부터 한국에서는 저금리 시대로 호기를 맞은 카드회사들이 신용카드를 관리할 수 없는 미성년자들을 포함한 무자격자들에게 카드를 마구 발급해 주어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이들은 카드 빚을 갚기 위해 물건을 카드로 사는 형식인 속칭 카드깡을 하는데 수수료가 20%이상이다. 매달 이런 방법으로 돈을 갚으면 빚은 눈덩이 같이 늘어나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또한 젊은 여성들에게 사채를 빌려주고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엄청난 복리 이자를 붙여 도저히 갚을 수 없도록 만들어 종 아닌 종으로 팔려 가는 인신매매도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 때 유난히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떼인 돈 받아줍니다” 라는 광고였다. 그들은 무자비한 방법으로 채무자를 괴롭히고 수치심을 주어 돈을 갚지 못하면 도저히 살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빚을 지면 마음이 약한 사람은 자살이라는 방법까지 택하게 된다.
김수철 목사· 거리선교회 대표
채권자는 당연히 돈을 받아야 하지만 독촉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좀더 인격적으로 대해준다면 자살이라는 극한적인 방법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폭행과 인격적인 수치심을 이용해 돈을 받는 방법이 통용되는 사회라면 정말 절망적이다. 카드발급을 남발하는 것이나 카드깡과 같은 불법적인 방법 그리고 인신매매 같은 것을 사회가 용납하고 있다는 것은 사회가 자살을 방조하는 것임으로 자살의 원인이 사회의 잘못된 구조에서 기인된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사는 미국에서는 매달 내는 페이먼트가 연체되면 바로 신용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며칠 전 50대 한인여성이 3년 동안 렌트비를 제날짜에 잘 내었지만 얼마전 렌트비를 제때 내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되어 아파트 주인에게 고소를 당하였다.
영어를 몰라 법원에서 온 경고장을 렌트비 독촉장으로 잘못 알고 집주인에게 곧 렌트비를 발송하였지만 이미 법원의 판결이 나와 한 달만에 아파트에서 쫓겨나고 말했다. 다행히 거리선교회 재활센터로 연락이 와서 생활하고 있지만 있는 자들의 횡포는 어느 곳이나 예외가 없다. 미국의 행정이 느리다고 하지만 가난한 입주자들을 아파트에서 쫓아내는 법집행은 놀랄 정도로 신속하다.
남가주의 집 값은 턱없이 올라가 있고 덩달아 렌트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지만 가난한 자들의 수입은 늘지 않아 가족이 거리로 나앉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부유한 미국에서 날이 갈수록 홈리스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의 잘못된 구조 탓이 크다 하겠다.
약자들에 대해 사회가 계속 침묵한다면 자살하는 사람은 더욱더 늘어갈 것이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와 용기 그리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의 온정이 아쉽다.
(www.streetl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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