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사회주의 국가인가’ 시사전문지 뉴스위크 최근호의 이 기사 제목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한국사람들은 이제 한국이 중국보다 더 사회주의적이라고 말한다" 주한 중국대사의 이 간접화법은 차라리 빈정거림으로 들린다.
한국이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혼란스럽다 못해 이제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두세 사람만 모이면 "어쩌다 나라꼴이 이렇게 돼 가느냐"는 장탄식이 나온다고 한다.
최근 한국 상황을 들여다보면 솔직히 뉴스위크 기사나 중국대사의 말을 반박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누가, 왜, 무슨 권한으로 한국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가. 그동안 노무현 정부가 보인 일련의 정책과 또 그런 정책을 주도하는 ‘386세대 참모’들이 한국의 현실을 실제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헌법에 엄연히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을 천명하고 있고, 해방 이후 반세기를 그렇게 살아왔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불변의 이념이고, 설사 바꿀 수 있다해도 국민적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아무리 국민투표로 선출된 정부라도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나라의 근본인 국기(國基)를 흔드는 일은 어설픈 정권 관계자 몇몇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종교지도자들까지 참지 못하고 그 부당함을 지적하고 나섰을까. 그들은 지금의 혼란상을 광복이후나 4.19직후와 흡사하다고 지적한다. 좌·우 이념의 대립, 거기서 파생되는 반미·반북 노선의 갈등, 노동계의 극렬한 파업사태 등이 그렇다는 것이다.
광복 이후나 4.19 직후는 사회적 취약점이 그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었다. 그러면 지금의 갑작스런 혼란은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가. 좌·우 이념 대립은 이미 흘러간 낡은 유물이고, 지금의 경제·사회적 여건은 그런 상황을 합리화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그것은 노무현대통령과 386세대 참모들의 ‘성향’에 기인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국민 ‘통합의 구심점’이 아니라 ‘갈등의 진원지’가 돼 버린 느낌이다.
노무현 정부를 이끌고 있는 청와대 참모들은 이른바 386세대다. 386세대란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현재의 30대’를 말한다.
그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한국을 이토록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을까.
386세대의 싱크탱크를 자부하는 미래전략연구원이 최근 개최한 세미나에서 그들 스스로 내놓은 ‘자기반성’은 최근 상황에 대한 이해의 단초를 제공한다.
그들은 군사독재정권의 탄압 속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다. 그래서 현실에 대한 불만이 강하고, 정서적으로 독선적이며 피해의식에 젖어있다. 또 그런 지적을 받을 만한 언행을 공공연히 한다.
특히 보수층과 보수언론, 그리고 미국이 자신들을 옥죄려하고, 그런 만큼 코드가 맞는 자신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386세대에게는 편가르기와 적대감이 일상적으로 나타난다.
정치 지향성이 지나치고 연공서열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도 두드러진다. 사회주의에 경도돼 있는 것도 큰 특징 중의 하나다. 상대적 약자, 평등, 분재, 환경 등의 명분에 무조건적으로 집착하는 경향도 386세대의 성향으로 지적된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그런 386세대를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에 비유했다. 그래서 만주와 반민주, 보수와 개혁 등 극단적으로 대상을 나누고, 명분론에 사로 잡혀 전혀 현실성 없는 대안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56세의 나이 임에도 그런 성향의 386세대와 소위 ‘코드’가 맞는다. 그런 사람들로 참모진을 채웠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이 어느 정도 이해될 것이다.
그들의 성향은 소수비판자 입장일 때는 별 문제가 없다. 오히려 사회를 변화시키는 참신한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주류 운영자 입장이 되면 엄청난 취약점을 노출시킨다. 불만과 저항에 너무 익숙해 있어 참여와 통합의 관점에 적응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코드가 맞는 자신들만이 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욕심’이다. 개혁은 여러 세대가 함께 참여하고 통합해야 성공할 수 있다.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할 수 없는 세대는 결코 참여와 통합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386세대도 불행한 시대의 정신적 피해자들이다. 386세대를 만든 것은 80년대의 시대적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달라졌고 또 변해 갈 것이다. 80년대의 시대정신으로 오늘과 미래를 살아갈 수는 없다. 지금과 같은 코드 중심의 자의적이고 폐쇄적인 마인드로는 세상을 바르게 변화시키기 어렵다.
노무현대통령과 386세대 참모들은 이제부터라도 자신들의 취약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집권 5년 내내 지금과 같은 혼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본보 편집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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