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서(구조 헬리콥터 조종사): 나는 앞에 앉아 있었는데, 줄곧 뒤돌아보면서 그가 기절하지 않기를 빌었죠. 출혈이 워낙 심했으니까요... 병원에 착륙하자, 이 번에도, 그는 곧바로 일어서서 응급실로 걸어 들어갔어요.
마일즈 오브라이언(CNN 뉴스 앵커): 곧바로 일어서서 응급실로 걸어 들어갔다... 놀라운 얘깁니다.
머서: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아론 랄스튼에 대한 CNN 인터뷰 중에서)
오늘은 ‘십년 만에 찾은 한국’ 시리즈를 잠깐 멈추고 다른 얘기를 하겠다. 깊은 협곡에서 바위에 짓눌려 죽음을 목전에 바라보던 한 청년이 스스로 바위 밑에 깔린 팔을 자르고 그 상태에서 8마일을 등산하여 살아 나온 얘기다. 이 보도가 나온 날 점심시간에 <스트롱 우먼> 운동을 하러 가니, 우리 선생 패트릭이 흥분하여 이 얘기를 꺼냈고 우리 하나 하나에게 “너라면 팔을 자를 수 있었겠느냐?"하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물론 그럴 수 없을 것"이라 대답을 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모두가 도저히 생각도 할 수 없을 엄청난 일을 해 낸 이 용감한 청년의 이름은 아론 랄스튼(Aron Ralston)이다. 그는 오랜 등산으로 단련된 아주 강건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27세의 청년인데, 5월 초 유타 주의 캐년랜드 국립공원 부근의 블루 존 캐년(Blue John Canyon)에서 등산을 하다가 운 나쁘게도 800파운드나 되는 거대한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오른 팔이 바위 밑에 깔리고 말았다.
토요일 오후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목요일 아침이 되자 그는 물까지 떨어졌다. 이 닷새 동안 그가 먹은 음식이라곤 버리토 두 개뿐이었다.
그가 갇힌(pinned) 곳은 위치와 지형상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인 줄을 그는 깨달았기에(이것은 나중에 그 장소에 가본 헬리콥터 조종사도 “우리가 바로 그 위를 비행했더라도 절대로 그를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확인한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시체마저도 아무도 모른 채로 방치되었다가 홍수에 씻겨내려 가 버릴 것을 우려했다.
처음엔 힘으로 바위를 밀어내 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바위가 꿈쩍도 하지 않자, 그는 힘을 낭비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평정을 유지하도록 애쓰면서, 주머니칼로 바위를 깎아보기도 하고 밧줄을 걸어서 바위를 움직여 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실패였고 구조를 기다리는 것도 헛일이었다.
탈수상태에 빠질 위험에 직면한 랄스튼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장비를 잘 정돈하고 탈출로까지 세밀히 계획한 다음, 그는 손목의 뼈 2개를 분지르고 주머니칼의 둔탁한 면을 사용해서 살을 톱질하기 시작했다.
그 것은 수술용 칼이 아니었다. (이 대목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은 몸서리를 치고 “어쩌면 그렇게 할 수가 있나?"라고들 혀를 내두르거나 우리 선생 패트릭처럼 “으악~ 토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나도 그대로 죽으면 죽었지 내 뼈를 스스로 꺾고 살을 칼로 썰어낼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랄스튼은 통증이 심했으나 참아냈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 또 미래를 생각하고 행복한 기억들에 정신을 집중시켰다.
팔을 잘라낸 것보다 그 후 랄스튼이 해낸 일이 어쩌면 더 힘들고 용감한 행위라고 할 수도 있다. 그는 네델란드인 등산객들을 만나게 될 때까지 팔이 잘리고 출혈이 심한 상태로 협곡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다음 깎아지른 절벽 80피트를 이중 자일로 하강하는 등 총 8마일을 다시 등산했다.
구조 헬리콥터 조종사 테리 머서(Terry Mercer)는 수많은 구조 경험에서 랄스튼같은 경우를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구조된 사람들의 대부분이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여 헬리콥터에 타는데, 랄스튼은 똑바른 자세로 상당히 힘있는 모습으로 걸어왔다고 한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 워낙 출혈이 심해서 머서는 랄스튼이 기절할까봐 가슴을 졸였다. 그러나 병원에 닿자, 랄스튼은 일어나서 응급실로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랄스튼이 갇혔던 곳과 탈출로를 직접 가서 본 머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낭떠러지에서 그대로 뛰어내려 끝장을 내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머서는 머리를 저었다. “이 젊은이는 끝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어요.(He just never gave up.)" 이 놀라운 얘기를 읽으면서, 나는 “네 팔이(? 신체의 어느 부분인지 확실치 않다) 너를 죄 짓게 하거든 잘라 버려라"고 하는 성경 구절을 생각했다. 그렇다. 죄를 계속 짓는 것보다는 팔이 없는 것이 더 낫다.
바위 밑에 낀 팔 때문에 죽게 생겼거든 그 팔을 자르고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누가 정말 이 젊은이처럼 할 수 있을까! 그런 극한 상황 아래서 그처럼 무엇이 정말 더 중요한가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었으며 그 결정을 행동에 옮길 수 있었던 아론 랄스튼. 이런 용기와 인내력은 삶과 미래에 대한 그의 굳건한 믿음과 열정,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깊은 애정에 그 뿌리를 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고나 질병으로 신체의 일부를 잃거나 못 쓰게 된 것 때문에 자살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잃은 것에 대한 비관보다 아직 건재한 것에 대해 감사할 수 있었다면... 랄스튼처럼 창창한 미래를 위해 팔 하나쯤은 희생할 수 있었다면! 그렇지만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과 이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일생동안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행운에 감사하고 행복했던 기억에 집중하며 팔을 자르는 통증을 참아낸 랄스튼의 경험은 긍정적 사고의 힘(the power of positive thinking)을 잘 보여준 예(例)이다. 내 생각이 부정적으로 흐를 때마다 이제 랄스튼의 용기를 상기해야겠다.
병원에 있을 때, 의사가 허락을 해서 큰잔에 얼음을 가득 채운 마거리타를 마실 수 있을 때를 몹시 기대하고 있다고 랄스튼은 말했다고 전해진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던 다섯 날 동안 그는 마거리타 생각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의 ‘마거리타’는 우리가 삶에서 얻는 기쁨과 감사함의 한 상징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 각자의 마거리타를 생각해서 지금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애팔래치안대 정보기술 시스템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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