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 데이가 지나서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 야외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는다. 뉴욕의 한인들이 골프, 낚시 등을 위해 가장 즐겨찾는 곳 중의 하나가 캐츠킬 마운틴 지역, 뉴욕 스루웨이를 타고 올라가다가 17 웨스트로 빠지면 캐츠킬 마운틴의 서남부에 해당하는 설리반 카운티가 나오는데 이 일대에는 한인들이 경영하는 모텔과 휴양업소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뉴욕에서 약 100마일,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이 지역의 스완 레이크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 골든 스완 레이크 모텔의 주인 김학만씨(58)이다.
스완 레이크 장어구이 집으로 알려진 이 모텔을 15년째 경영하고 있는 김씨는 시골 생활에 익숙해서인지 전형적인 시골 아저씨를 느끼게 한다. 맨손으로 이민 온지 9년간 갖은 고생끝에 모은 돈으로 버젓한 휴양지 모텔의 주인이 된 김씨의 스토리는 이민생활의 성공담이기도 하다.
요즘도 봄과 가을철에는 백조가 찾아오고 있어 스완 레이크라는 이름이 붙은 호수는 길게 뻗어있는 600에이커의 면적에 물 면적만 375에이커에 이른다. 김씨의 모텔은 이 호반의 땅 1.75에이커에 25개의 방이 있고 방마다 연결된 나무 덱이 1에이커의 수면 위에 뻗어있다. 그래서 방마다 뒷문을 열고 덱으로 나가면 바로 발 밑이 호수인데 여기서 낚시를 하며 그 자리에서 매운탕을 끓여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김씨는 처음에 이 모텔에서 외국인 숙박손님들을 받았다. 그러다가 한인 휴양객들이 늘면서 한인 손님의 주류를 이루게 됐다. 김씨가 모텔을 인수한 후 새로 만든 식당에서는 장어구이를 비롯, 송어활어회, 송어매운탕, 토끼 도리탕 등 토속음식이 입맛을 돋구는데 그 중에서도 델라웨어강에서 잡은 장어를 특유의 비법으로 양념을 한 장어구이가 일품이다.
물론 반찬류는 산에서 직접 채취한 나물을 쓴다. 김씨는 낚시와 사냥, 스키 등을 즐기는 자연속의 삶을 만끽하면서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한국에서 개인사업을 하다가 1980년 미국에 이민했다. 켄터키주에 사는 처남의 초청으로 전가족이 모두 미국에 왔으나 그곳에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노스 캐롤라이나로 가서 미국 공장에 취직을 했으나 벌이가 좋지 않아 한인들이 많이 사는 뉴욕으로 이주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민 다음 해인 1981년 퀸즈의 잭슨하이츠에 이사한 김씨는 야채가게의 종업원, 델리그로서리의 주인 등으로 직업을 바꾸다가 브롱스에 생선가게를 열게 되었는데 장사가 잘 되어 이 가게에서 6년 동안 번 돈으로 모텔을 사게 되었다고 한다.
경기도 포천이 고향인 김씨는 언제나 시골을 좋아했다. 그래서 뉴욕의 한 가운데서 생선가게를 하면서도 항상 시골에서 살고 싶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생선가게에서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그는 롱아일랜드와 라클랜드 카운티 등을 다니면서 시골생활을 할 수 있는 집을 찾았다. 그러다가 신문 광고를 보고 찾은 이 모텔을 미국인 주인으로부터 사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베이사이드의 집 한채 값에 산 이 모텔이 지금은 꽤 많이 올랐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1989년 생선가게를 정리하고 이 모텔로 이사를 할 때 부인과 1남2녀 자녀들의 반대가 대단했다고 한다. 편리한 도시생활을 버리고 산골에서 어떻게 살겠느냐는 항변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끝내 가족을 설득하여 이사를 했고, 이제 시골 생활에 재미를 붙인 부인 김영주씨는 이곳에서 사는 솔솔한 맛을 알게 됐다고 웃음을 짓는다. 또 장성하여 맨하탄에 살고 있는 자녀들은 별장을 찾는 기분으로 부모를 보러 온다고 한다.
김씨의 모텔에는 이들 부부의 땀이 배어 있다. 김씨 부부는 모텔을 인수한 후 쓰레기 창고에서 컨테이너 27개 분량의 쓰레기를 치우고 그 자리를 수리하여 식당을 꾸몄다고 한다. 외국손님을 상대로 아침식사와 프라이드 치킨을 팔던 중 하루는 김씨가 낚시로 잡은 메기로 매운탕을 끓였더니 그 맛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그 길로 ‘민물매운탕’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골프를 치러 왔던 한인들에게 매운탕 요리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인손님들마다 장어구이를 해보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델라웨어강에서 장어를 잡아서 파는 사람을 안다는 미국인 친구를 따라 가서 장어 200파운드를 사다 놓고 ‘장어구이’ 간판을 내걸었다. 김씨는 장어를 구울 줄도 모르는데 첫 손님이 들어왔다.
30여분간 고생끝에 부탄개스와 후라이팬, 장어를 내놓았더니 그 손님이 “장어구이는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며 양념과 굽는 요령을 가르쳐 주더라는 것이다. 김씨는 곧바로 한국의 친지에게 장어구이 양념법을 알려달라고 하고 굽는 기계를 사왔다. 그리하여 1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장어구이 다운 장어구이를 내놓게 되었다고 한다.
김씨의 일과는 아침 6시반에 시작된다. 아침에 골프장을 한바퀴 돈 뒤 10시쯤 식당문을 열어 식사 준비를 한 후 낮 12시부터는 손님을 맞이한다. 주중에는 밤 10시쯤 일이 끝나지만 주말에는 새벽 1시까지 손님이 있을 때도 많다고 한다. 휴식을 위해 일주일에 하루를 휴무했더니 한국에서 방문한 사람들이 불쑥 찾아오는 경우도 있어서 도저히 식당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 지역 일대에는 김씨의 백조호수 장어구이집 뿐 아니라 한인 경영의 휴양시설이 많이 있다. 김씨의 모텔 바로 이웃에는 호텔 규모의 스완레이크 레조트가 있고 인근에 두메산골, 산장호수도 있다. 최근 3년 내지 5년 사이에 들어선 이들 시설도 모텔과 토속음식을 파는 식당을 겸하고 있다. 또 3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 최대의 골프장인 크로싱거 골프장이 한인 소유였고 인근에 백림사라는 사찰도 있다.
한때 베델기도원도 있었으나 지금은 이 시설의 주인이 외국인으로 바뀌었다. 근래에는 이 지역에 한인들의 이주가 늘어 한인교회도 생겼고 업스테이트 뉴욕한인회도 생겼다고 한다.
자연 속에서 살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없고 비즈니스도 잘 되어서 시골생활에 자리가 잡혔다는 김씨는 그래도 앞으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지금의 건물을 2층으로 올려 미팅룸도 만들고 결혼식장도 꾸미고 허니문 룸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금 있는 야외수영장 이외에 실내수영장을 더 만들고 사우나 시설까지 갖춘 한인 종합 휴양시설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이기영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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