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이고 청아한 목소리로 세계 오페라 무대를 누비는 소프라노 신영옥.
90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 우승 후 지난해 3월까지 12년간 메트 오페라 프리마돈나로 활약했다. 올 초에는 파리 오페라 무대에도 진출, 호평을 받았다.
유럽과 미국, 한국을 오가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 오랫동안 자선음악회에 꾸준히 출연해온 신영옥은 오는 8월30일 오후 8시 링컨센터 애버리 피셔홀에서 대뉴욕지구한인교회협의회(회장 김영식) 주최, 뉴욕한국일보 특별 후원의 ‘기독교이민 100주년 기념 음악회’ 무대에 선다. 베품을 실천하는 신영옥의 삶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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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품을 실천하는 신영옥>
"뜻깊은 음악회에 서게 되어 매우 기뻐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동포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음악회니 만큼 의미가 크다고 봐요."신영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영락교회에 다니기 시작, 지금까지
중요한 공연이 없는 한 주일이면 만사 제치고 교회로 향한다. 힘들 때 성경책을 옆에 끼고 자야 마음이 놓일 정도다.
오랜 세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자선음악회에 빠짐없이 출연해왔다. 오래 전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후배들을 위해 모교인 선화예고에 장학재단을 설립, 몇년째 장학금을 주고 있다.
이번 기독교 이민 100주년 기념음악회는 링컨센터 애버리 피셔홀에서 열리며 조선족이 거주하는 중국 연변 지역에 기독교 이민 100주년 기념 교회당 건립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된다.이 음악회에서 ‘나같은 죄인 살리신’, ‘여호와는 나의 목자’, ‘생명의 양식’ 등 솔로 5곡을 부른 뒤 연합 성가대 및 오케스트라와 10여 곡을 노래한다.
뉴욕 한인 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연주무대는 지난 2000년 피아니스트 서혜경 등과 함께 출연한 통일음악회 이후 처음이다. 목소리 관리를 위해서도 웬만하면 바쁜 스케줄을 이유로 거절할 법도 하다. 그럼에도 자선음악회에 흔쾌히 응한 것은 믿음과 이웃 사랑이 충만한 탓이다.
이번 음악회 외에도 100주년 기념 음반 녹음과 이민 100주년 기념 순회 음악회를 가졌고 오는 29일 워싱턴D.C.에서 예일대 음대 교수 겸 대전 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인 함신익씨가 지휘하는 이민 10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즈’와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부를 예정이다.
<세계적인 프리마돈나로 우뚝 서기까지>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은 여자 성악가들이 가장 탐내는 배역 중 하나이다. 조수미, 신영옥 두 사람 모두 질다 역을 통해 주역으로 데뷔했다. 조수미(41)는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질다 역으로 데뷔했고 신영옥(42)은 1991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역시 질다 역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서정적인 음색을 자랑하는 신영옥은 90년 4월 메트 콩쿠르에서 수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 그해 11월 로시니 오페라 ‘세미라미데’의 아제마 공주 역으로 세계적인 오페라단인 메트 오페라에 데뷔했다. 이어 메트 공연을 본 뉴욕시티 오페라측이 그에게 ‘어린이 마법사’의 공주 역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해왔다.
이듬해인 91년 메트 오페라의 ‘리골레타’ 공연에서 당당히 주역인 질다 역을 거머쥐었다.그의 명성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며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 등 3대 테너와도 공연할 기회가 주어졌다. 파바로티와는 일본서 ‘사랑의 묘약’, 도밍고와는 메트에서 ‘가면무도회’로, 카레라스와는 싱가폴과 말레이시아에서 극중 애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들 중 가장 호흡이 잘 맞는 테너는 인간성 좋고 인사성 밝은 도밍고라고.
리콜레토, 루치아, 이프리따니, 피가로의 결혼, 돈조바니, 코지판뚜떼, 사랑의 묘약, 가면무도회 등 주요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기까지 성실함과 노력, 신앙심이 밑거름이 되었다. 이중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신영옥에게 수잔나란 배역을 각인시킨 작품이다. 89년 미국 오페라 데뷔 무대라 할 수 있는 스폴레토 페스티벌서 ‘피가로의 결혼’을 연습할 때 수줍
은 성격 탓에 리허설 때까지 애를 먹었고 울기도 많이 했다.
그는 지난 1∼3월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서 파스칼 드사팽의 현대 오페라 ‘페렐라’서 여왕역을 맡아 음역이나 기교면에서 어려웠던 공연을 성공적으로 해냈다.이를 계기로 바스티유 오페라측이 내년 오페라 ‘마적’에서 밤의 여왕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해온 상태. 7월이나 8월 체코 프라하에서 메조소프라노 제니스 테일러와 소프라노 애바 우르바노바와 함께 하는 여성 성악가 3인 콘서트 ‘퀸 오브 보이스’ 에 출연하고 9월말부터 10월 중순 한국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질다역으로 출연한다.
테너 로페즈 야네즈, 메트 오페라의 바리톤 프레드릭 버치니알과 함께 서는 무대이다.
<김치, 된장찌개 좋아하는 한국 토박이>
79년 한국을 떠났지만 여전히 하루 세끼 한국 음식을 먹어야만 된다는 한국 토박이다.아침에도 된장찌개에 김치를 먹어야 밥을 먹은 것 같다고 한다.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건강관리. 요가와 복싱 등 운동을 배우며 건강 관리를 해오고 있는 그는 타주로 공연 갈 때조차 차안에 발 마사지와 머리 마사지 기구를 챙길 정도로 공연에 앞서 철저히 컨디션을 관리한다. 그의 성격은 참 소탈하다. 깍쟁이 같아 보이지만 일단 말문을 열면 수다스러울 정도로 붙임성 있게 말도 잘한다.
<아버지에게는 여전히 이쁜이로 불리는 막내 딸 신영옥>
신영옥의 부친은 마흔이 넘은 딸에게 아직도 ‘이쁜이’라고 부른다.
딸 셋 중 막내인 신영옥은 93년 간암으로 고생하던 어머니를 여의고 홀로 된 아버지와 유난히 정 많은 부녀지간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한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건강관리는 71세의 나이에도 40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로 젊음을 유지한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은 것이다. 아버지와는 팔짱 끼고 다닐 정도로 사이가 좋아 한번은 메트 공연장에 온 아버지와 같이 있다 중년의 유부남과 바람난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있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아버지 곁에서 편안하게 살며 후배들을 길러내는 것이다. 결혼은 이따끔 외로울 때 ‘내 핏줄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 생각해본다.
그는 "아버지가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 더 많은 학생들이 장학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선화예고 장학재단을 발전시키고 후진양성에 힘쓰고 싶다"고 말한다.
<약력>
선화예고 졸업, 줄리어드 음대 및 대학원 졸업
1990∼2002년 3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에서 활약
제25회 난파음악상, 1978년 동아콩쿠르 3위, 1990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 우승1990년 뉴욕 쿠세비츠키 콩쿠르 우승1995년 세계를 빛낸 한국음악인 선정, 보관문화훈장 수여.
음반으로는 제1집 보칼리즈(삼성나이세스),2집 아베마리아(삼성뮤직), 꿈(삼성 클래식스)4집 마이로맨스(삼성클래식스), 5집 성가모음(예당), 6집 크리스마스 캐롤(예당), 7집 유니버설사 녹음 음반 출시예정
<김진혜 기자> j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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