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에 LA를 잠깐 다녀왔다. 하이웨이가 한가해 지면서 길 양쪽 편에 아름답게 펼쳐진 온통 푸른 색깔의 산 풍경은 아주 상큼한 기분을 갖게 해주어 세상의 복잡함을 잠시 잊고 오랜만에 희희낙락 할 수 있었다. 더구나 LA에는 음식문화가 아주 발달되어 있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비교적 값싸게 먹을 수가 있어서 먹기 좋아하는 나에게는 아주 안성맞춤이다. LA에 사는 둘째 아들이 겉은 초라하게 보이는 시골보쌈집이라는 식당으로 안내하여 그 곳에서 점심을 잘 먹고 갤러리아백화점 식료품가게에 들렸다. 상항에서는 잘 안나오는 상표의 특별 야채만두와 라면 등을 사 가지고 나오면서 보니까 한쪽 코너에서 붕어빵을 즉석에서 만들고 있었다. 단팥을 담뿍 넣은 붕어빵 몇 개를 사서 봉지에 넣어 가지고 나오다가 입구에 의자가 있기에 따뜻할 때 먹고 가자는 아내의 제안에 우리는 입구의자에 앉아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붕어빵을 먹고있었다. 그런데 가게입구를 지나가던 손님들이 붕어빵을 맛있게 먹고있는 우리부부를 부러운 듯 쳐다보더니 모두들 어디서 샀느냐고 야단들이어서 우리는 뜻밖에 붕어빵 광고부부가 되었었다. 모두들 미국에 이민 와서 바쁘게 살면서도 붕어빵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 모습,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 속에서 살아가는 외로움을 붕어빵을 통해서 느낄 수가 있었다. 전에는 오크랜드 부산식품에서도 붕어빵코너가 있어서 그곳에 갈 적마다 몇 개씩 사 먹었는데 어쩐 일인지 요즘에는 없어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식당에서 밥 잘먹고 마음이 느긋해지면 항상 습관처럼 들르는 곳이 서점이어서 이번에도 한 책방에 들러서 무슨 새로운 책이 나왔는지 돌아 볼 기회가 있었다. 나는 한국일보가 매달 보내주는 목요칼럼 원고료로 읽고 싶은 책들을 사 볼 수가 있어서 큰돈은 아니지만 한국일보에 감사하게 생각하고있다. 그런데 신간서적들을 돌아보다가 "단순하게 살아라"라고 하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지난 일월 달 칼럼에서 얘기한 것처럼 금년에는 좀 간단하게 살아보자는 것이 나의 새해소망이어서 기대감을 가지고 한 권을 사 가지고 왔다. 독일인 목사와 전문 작가가 공동 저자이고 유혜자라는 분이 우리말로 번역한 책인데 유럽에서는 꽤 인기가 있는 것 같고 독일에서는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월간 잡지도 있는 모양이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님을 내 생활을 돌아보아도 느낄 수 있지만 이 책에 보니까 단순한 삶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부분들을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서 독자들과 나누려고 한다. 이 책 서문에 대략 이런 말이 쓰여있다.
"단순하게 사는 것은 쉽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삶의 의미를 제대로 찾지를 못한다. 모든 것이 얼마나 단순한 것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샀을 때 딸려오는 두툼한 사용안내서에서부터 이해와 예측이 어려운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은 아픈 경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복잡함과 거기서 비롯되는 고통은 수없이 많다. 생활의 간편함을 위하여 선택할 것이 너무 많은 상황은 우리를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속한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일상의 복잡한 활동과 개발, 주장들은 단순함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욕구에서 비롯되었다. 다시 말하면 아무 것도 하지 아니하고 놀고먹으려는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누구나 노년에 여유를 즐기면서 안정되고 단순한 삶을 살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피곤한 몸을 쉬기 위해 정원이 딸린 멋진 집을 사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런 본래의 의도는 예상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였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노년을 즐기려는 꿈은 노년층과 젊은이들간에 부의 분배에 갈등을 가져왔다. 내 집을 장만하려는 계획도 부부가 열심히 일에만 매달려야 겨우 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단순해지기 위해 시도했던 모든 것들이 점점 생활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만 것이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붕어빵을 보면 우선 반갑고 입에서 침이 저절로 꿀꺽하는 것은 복잡한 일상생활의 현실에서 벗어나서 고향에 돌아 온 듯한 포근한 정을 느끼며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가려는 잠재적 욕구의 발산일 것이다. 이런 낭만을 잃지 않는 여유와 여운을 남기는 삶을 살고 싶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단순하고 소박하게 사는 생활은 우리의 삶을 오히려 성숙하게 만들고 주변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 받으며 또 스스로 만족감을 갖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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